호주, 당신 자전거 상태가 말이 아니군!
에디터 : 이호선

세두나(Ceduna)를 지나면서 시드니와 퍼스 사이의 거리 중 반을 확실히 넘어섰다는 사실이 숫자로 명백하게 확인된다. 이제 퍼스(Perth)까지 2,000km도 채 안 남았지만 호주 횡단은 이제부터다.
퍼스까지 가는 길 중간 중간에 200km급(級) '무인지경(無人之境)' 지대가 너 댓 차례 나온다. 지금 내 자전거 상태로 200km를 하루에 해치운다는 것은 '불가능한 작전'으로 이틀 가까이로 생각한다면 그 동안 땡볕아래서 소비할 물과 식량을 충분히 준비해야만 하는데 다 무너져 있는 자전거에 마냥 실을 수도 없어 머리 속이 참 복잡하다.

망망대해를 페달 저어 가는 동안 이 파란 색의 간판은 등대 불이고 희망이었다.
서쪽으로 향하면 향할 수록 이 파란희망은 망망 대해 속으로 가라 앉으며 나를 절망시킨다.

호주 철강산업의 시발점이라는 옛 철광 마을인 아이언놉(Iron Knob)에 들어가니 마을은 생기(生氣)는커녕 인기척조차 전혀 없는 죽음의 도시였다.

입구에는 잡화상을 함께하는 작은 우체국이 있었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름이 바이올렛 맥마라(Violet McNamara)라는 여인이 자신의 이름과는 다르게 눈부시게 화사한 진홍색 셔츠를 입고 "Lady in Red(붉은 옷을 입은 아가씨)"가 되어 나를 반긴다.
진열대에는 파스타를 비롯해 통조림과 비스켓이 몇 개 있을 뿐으로 처절하게 없다.
냉장고에 들어있는 언 식빵이 나를 위한 유일한 식품이다.
나는 우체국 앞에 있는 벤치에 앉아 가방 속에 남아 있던 몇 조각의 식빵을 꿀에 찍어 먹고 빈 물통에 물을 가득 채웠다.
1시까지 점심시간이라며 우체국 문을 잠그고 마을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던 바이올렛(Violet, 자주색)은 예정시간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우체국으로 돌아와 자신이 집에서 먹고 있었던 따스한 고기가 들어 있는 파이와 정어리 통조림을 가져와 나에게 건네준다.
허기진 바이커인 나를 위한 음식을 자신의 상점에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아 그것이 그녀를 미안하게 했음이 틀림이 없다

호주의 도로변은 허허벌판으로 아무것도 없다.
자전거를 세워놓고 앉아 쉴 만한 곳이 없어 배가 고프면 도로의 갓길에 그대로 선 채로
안장 위에 걸터앉아 식빵을 꿀이나 피너츠 버터에 찍어 먹는다


뒤가 무너져 무거운 것을 전부 앞으로 옮긴 탓에 자전거가 앞으로 잘 안 나가는 것은 고사하고 이미 한계까지 와 있는 앞 타이어에 심심찮게 펑크가 나고 있다. 며칠 전에는 하루에 두 번이나 앞 바퀴에 펑크가 났다. 나는 그 동안 세계의 많은 곳을 지나왔지만 호주처럼 긴 무인지경 지대를 지난 경험이 없다.
이제부터는 지도상에 비록 지명이 나와 있어도 마을은 없고 식당, 가게, 모텔을 겸비한 주유소 하나가 전부다. 세두나(Ceduna)를 지나 페농(Penong)에 도착해서(물론 마을은 없고 달랑 주유소 하나다: 호주에서는 이렇게 식당, 가게, 모텔을 겸비하고 있는 주유소를 로드하우스(Road House)라고 부른다.) 감자튀김과 우유로 배를 채우고 열 개에 달하는 작은 음료수통에 물을 넣어 앞뒤의 가방에 분산시켜 채워 놓은 물을 하나하나 체크하고 빈 통을 꺼내 다시 물을 채우며 벤치에 앉아 있는데 픽업트럭이 내 옆에 선다.
이 픽업트럭은 또 한 개의 트레일러까지 달고 있는데 한 치의 여유공간도 없이 빼곡하게 짐이 실려 있다. 운전석에서 내리는 이는 인간 탱크 내지는 인간 불도저로 불리기에 필요충분조건을 갖춘 당당한 체구의 사나이였는데 그는 차에서 내려 픽업트럭과 트레일러와의 연결상태를 비롯해 차량의 이곳 저곳을 세밀히 점검하고 있다.

이제껏 만난 호주인들과는 상당히 다르게 활짝 웃는 얼굴로 먼저 나에게 "Hi!"를 건넨다. 그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지도 않았지만 나는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즐겁다. 그의 이름은 댄(Dan, Daniel을 줄인 이름)으로 내가 지금 향하고 있는 퍼스에서 브리스밴(Brisbane)을 향해 달리고 있다고 하는데 약 5일정도 걸린다고 한다. 그는 내 주위를 어슬렁대며 내 자전거의 이곳 저곳을 점검하듯 찬찬히 훑어보다가
"어허, 네 자전거의 상태가 말이 아니군. 무엇보다 뒤 바퀴와 짐받이대의 상태가 결코 오래갈 것 같지 않아. 어떻게 이 지경까지 되었어?! 아무래도 내가 손을 좀 봐야 할 것 같아."
나는 그제서야 자전거의 뒤 부분을 자세히 보았는데 뒤 짐받이대가 뒤 바퀴와 부딪치며 1,500km를 달리는 동안 뒤 타이어는 물론 금속인 짐받이 대까지 깎이며 움푹 패여 있다. 정말 아찔한 상황이다.

나의 호주대륙 완주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전직 럭비(Rugby)슈퍼스타, 슈퍼 탱크인 댄(Dan).
뒤 받침대와 마찰을 일으키며 측면이 깎이고 있던 뒤 타이어를 댄(Dan)이 강력하게 태클을 걸며 슈퍼 보수(補修)를 해 그 깎임을 멈추지 않았다면 나는 어쩔 수 없이 버스나 히치하이크를 하며 퍼스까지 갔을 것이다.


그는 내 자전거의 문제 부분을 유심히 바라보며 무언가 골똘히 생각에 잠기더니 자신의 픽업트럭의 짐칸으로 가서 이미 질서 정연하게 쌓아 놓은 공구함을 모두 끌어 내 땅 바닥에 내려 놓는다. 그 동안 나는 내 자전거에 달려 있는 모든 짐들을 자전거에서 분리해 자전거만 벤치에 기대어 세워 놓는다.
그는 땅 바닥에 철버덕 퍼지고 앉아 그가 생각한 처방을 위한 부속품들을 공구함 속을 들이 파며 찾는다. 그는 부러져 떨어져 나가 허공에 떠 있는 뒤 짐받이대의 왼 쪽 부분을 어떻게든 자전거의 차체에 고정시키려 궁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드디어 문에 붙이는 금속제의 장식을 하나 찾아내어 강력한 고정장치인 강철의 테이프로 허공에 떠 있는 뒤 짐받이 대를 자전거 차체에 고정하고 나사를 조인다. 긴 시간도 걸리지 않았지만 유효 적절한 처방으로 심각한 문제부분을 감쪽같이 해결한다.
나는 그저 놀라고 기쁠 뿐으로 어쩔 줄을 모르고 있다가 댄(Dan)에게 점심을 사겠다고 하자 그는 조금 전에 배속을 채웠다며 극구 사양한다.

철버덕 앉아 있는 그의 오른 쪽 다리를 자세히 보니 그의 무릎부분에 30cm이상의 대형 수술자국이 있다. 그 수술자국에 화려했던 그의 전설이 숨겨져 있었다. 그는 브리스밴의 한 대학에서 풋볼(럭비Rugby)로 호주와 뉴질랜드, 그리고 남아공에서는 거의 국기에 가까운 운동이다.)의 슈퍼스타로 활약하다가 큰 부상으로 무릎에 대 수술을 받고 결국 운명의 여신 앞에 무릎을 꿇었다.
슈퍼 탱크의 질주는 이렇게 끝이 났다. 그 누구에게도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고, 죽음조차 종종 그렇게 순간에 다가 온다. 슈퍼 탱크의 질주는 멈추었지만 그의 삶은 계속 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그는 변신을 해야 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는 그가 맹렬하게 질주하던 녹색의 그라운드로부터 정말 멀리 떨어진 곳에서 어슬렁대고 있다.
그는 조경(造景)회사의 블록공사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데, 그 동안은 수입이 짭짤했지만 이젠 경기가 안 좋아 희망이 없다며 대학시절 자신의 전공인 '세계 비즈니스(International Business)'를 살려 새로운 일을 찾고 있다고 한다.
그가 다니던 브리스밴의 대학은 세계에서 온 유학생이 많이 있었는데 그 중에 한국인 유학생도 적지 않았다며 한 한국인 유학생의 이름 '유 경수'까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에게도 최고의 가치를 갖는 것은 자유로운 삶인 듯, 그는 최근에 여자친구와 헤어졌는데 '여자와 함께 살면 침묵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침묵을 즐길 자유가 종종 박탈당한다'며 투덜댄다. 6세대 호주 인으로 전형적인 호주 인이라고 하는 댄(Dan)이 나와 뜨거운 악수를 나누고 트럭에 올라 시동을 건 후, 창문을 활짝 열고 나와 또 한 번의 뜨거운 악수를 나누려는 찰나, 그가 갑자기 캑캑거린다. 분명 그의 목에 뭔가가 걸렸다는 얘기인데 도대체 그것이 뭘까?!
캑캑대던 그가 드디어 그의 손에 뭔가를 뱉어 낸다.
뭘까?!
무엇일 것 같아?!

그것은 다름아닌 파리!!

나는 이제서야 대부분의 호주 인들이 표정 없이 굳게 입을 다물고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아!
댄(Dan)처럼 입 크게 벌리고 활짝 웃거나 말을 많이 하면 저렇게 날 파리를 생식하게 된다. 지평선을 향해 힘차게 질주하는 그의 뒷모습은 여전히 결코 초라하지 않은 슈퍼탱크의 그것이다.

작은 마을, 야니니(Yaninee)의 공중화장실에 들어가자 벽면에 붙어 있는 종이타월의 박스 위에, "Back packers Don’t steal Paper Please!(백패커들, 화장지를 훔쳐가지 마시오!)"
나는 이 문구를 보고 겨우 안도의 숨을 쉬며 깊은 죄의식의 수렁에서 조금은 자유로워 짐을 느낀다. '나뿐만 아니고 다른 이들도 역시 훔치고 있었어!'

댄(Dan)의 족집게 처방으로 '엘파마'는 그의 뒷다리를 할퀴고 짓누르는 심각한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며 본래의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나는 다시 한 번 댄의 고마움을 되 새기며 텅 빈 벌판으로 달려 들어간다.
100km전후를 달려 정말 힘겹게 만나는 주유소, 로드하우스이지만 결코 즐겁지가 않다. 상점의 사람들은 불친절하고 먹을 거리는 없으며 부르는 것이 값일 정도로 비싸기만 하다. 어쨌거나 이미 반 이상을 달렸으니 이제부터는 내리막길이다. 다행스럽게도 세두나(Ceduna)를 지나고부터는 도로가 호주 남단해안을 따라 달리고 있는 관계로 상당히 찬 바람과 함께 모기들이 종적을 감추어 밤만큼은 은하수 흐르는 푸른 하늘 아래 유유자적할 수가 있다. 제발 차가운 바람이 불어 모기는 물론 파리들까지 밀어 내 버렸으면……

'무인지경(無人之境)'의 지대를 달리기 시작하면서 비록 물과 음식 고픔에 시달리고는 있지만 거의 완벽에 가까운 자유를 누릴 수 있어 좋다. 도로에서 잠깐 동안 걸어 들어 가 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의 헤드라이트의 불빛이 끊기는 지점에서부터 나는 완벽한 자유인이 된다. 알몸이 되어 운동을 하고 알몸이 되어 달과 별을 바라본다.


또 다른 작은 마을인 Wirrula의 제너럴스토어(General Store: 잡화상) 앞에 모여 있는
대륙 횡단 모터사이클 그룹.
날씨가 잔뜩 흐려 쌀쌀한 날씨를 보인 이날, 가죽으로 무장한 이들이지만
온 몸을 떨며 뜨거운 커피를 제창(齊唱)하고 있다.
'어 이상하다, 나는 춥지 않고 땀이 날 지경인데……'

태양은 떠오르고 또 하루가 시작되었다.

눈드루(Nundroo)를 지나고 주 원주민, 아보리진의 마을이 있는 얄라타(Yalata) 지역의 '쉼터'에 들어서는 순간, 내가 포트 오거스타(Pt. Augusta)의 슈퍼마켓 앞 벤치에서 식사 중 만났던 스위스출신의 자전거여행자인 크리스티안(Christian)과 산드라(Sandra)가 이미 그들의 텐트를 쳐 놓고 한가로운 오후 시간을 즐기고 있다.
그들은 나와 비슷한 나이로 매년 한 대륙씩 함께 자전거로 여행을 하고 있는데 올해는 호주로 포트 오거스타(Port Augusta)에서 퍼스까지 횡단하고 퍼스에서 태국의 '푸케'로 날아가 한 달간 쉬다가 스위스로 돌아 갈 예정이라고 한다. 스위스에서는 여러 나라 말이 사용되고 있는데 그들은 독일어를 사용한다고 하니 그들은 분명 독일계다.
딱딱한 독일어만큼이나 그들의 영어도 부드럽지 않다. 이미 잘 알려진 '강건한 독일여성'의 전형으로, '독일여성' 한 마디로 너무 충분한 산드라는 사이클 경력 19년의 슈퍼우먼으로 강철 같은 하체를 소유하고 있다. 운 좋게도 나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그들은 파스타를 먹고 있었는데, 산드라는 나의 출현을 어떻게 알았는지 한 접시 분의 파스타를 남겨 놓았다.
이 쉼터에는 근처에 얄라타(Yalata) '아보리진' 보호구역이 있는 관계로 경찰과 지역담당직원이 상주하고 있는데 그들의 말을 들어 보니 호주 전역, 특히 거의 사막지대인 내륙에 상당히 많은 일본의 모험적인 바이커들이 헤집고 다니고 있는데 무모할 정도로 저돌적인 그들이 종종 탈수와 탈진증세로 앰뷸런스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되는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치를 떤다.     

스위스에서 온 바이커로 나보다 한 살 위인 크리스티안(Christian)과 그의 연인인 산드라(Sandra).
그들은 유럽에서 온 이들이지만 호주의 터무니 없는 고(高)물가에 슈퍼마켓을 만나지 못하면
오로지 파스타만 삶아 먹고 있었다.

20여 년 전, 내가 일본에 있을 때 20전후의 한 일본청년이 자신의 짐을 긴 썰매 위에 실은 채 끈으로 연결해 어깨에 걸어 그 썰매를 끌며 도로가 없는 사하라 사막의 도보횡단을 감행한 적이 있다.
불행하게도 그는 행방불명으로 사망 처리되었지만 그의 무시무시한 도전의지는 수많은 일본인들을 감동시켰다. 그를 기리는 추모비가 섰고 노래가 만들어졌다. 그는 자신의 관을 어깨에 짊어지듯 그의 짐 썰매를 묵묵히 끌며 나침반 하나에 의지한 채 한 발 한 발 사하라의 모래 위를 걸었다.
위 속이 텅 비고 목이 말라붙어 간다. 이젠 삼킬 침조차 말라 붙고 움직일 기력도 없으며 움직이고 싶지도 않다.
드디어 눈이 감기고 잠이 온다. 이것이 분명 죽음임을 잘 알고 있지만 죽음이 결코 고통스럽고 두려운 것이라고만 생각되지 않는다.

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태풍이 이어지는 일본땅에서 일본인들에게 죽음은 항상 삶 속에 함께 존재해 왔고 그들은 모두 자신의 가슴 속에 죽음을 품고 있지.
죽음이 있기에 삶이 존재하고 죽음이 있기에 삶의 순간순간은 더욱 소중한 것이지.
어차피 사람은 아무리 죽고 싶지 않다고 발버둥쳐도 끝내는 죽고 말아. 결국 우리 인간들에게 중요한 대목은 죽는 그 순간까지 죽음을 불사하고 죽음의 경계선까지 자신을 몰아 부치며 열심히 사는 것이 중요하겠지.
결국 죽음과 마주하는 그 순간은 언제라도 상관이 없다는 얘기가 되지.
적어도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그야말로 아낌없이 다 태우며 살았다면 말이다.
그는 텅 빈 사막에서 시시각각 죽어 가고 있는 순간 순간조차 꼭꼭 씹어 삼키며 죽어갔을 것이다.
무심한 사람들은 이런 모험 자들을 그저 '미친 놈'으로 단순사고 처리할지도 모르겠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자신의 관을 짊어지고 뛰어드는 삶이야말로 진정 값진 삶일지도 모른다.
세계의 어디를 가도 중국인 식당이 있듯이 세계의 어디에도 일본의 모험가들이 있다.

식사가 끝난 후, 산드라는 크리스티안의 머리를 가위로 깎아 주고 있다. 크리스티안은 벤치 위에서 산드라가 시키는 대로 고개를 이리 저리 움직이며 얌전한 소년처럼 앉아 있다. 그들을 바라다 보고 있는 나의 마음이 흐뭇하기만하다. 하루를 접기엔 아직 너무 이른 시간이기에 나는 그들을 뒤로하고 또 달린다. 좌우지간 하루 수km라도 더욱 달려 놓는 것이 장땡이다.

나에게 맛, 양, 그리고 가격 면에서 최고의 만족도를 준, 오븐으로 구어져 포장된 통닭.
샐러드와 함께 내가 슈퍼마켓을 향해 숨가쁜 질주를 하게한 음식이다.

도로표지판에 보이는 동물들은 내가 이제껏 세계를 도는 동안 결코 보지 못한 것들이야.
'특별한 호주'다운 동물들이다.

호주의 명물이며 도로를 달리는 괴물인 로드트레인(Road Train).

호주의 도로에는 다른 어떤 대륙에서도 결코 볼 수 없는 괴물이 달린다. 로드 트레인(Road Train)이 바로 그 장본인으로 화물트레일러를 2개 내지 3개를 달고 달리는 대형트럭을 지칭한다. 철로에서 기관차가 많은 객차 내지 화물차를 달고 달리듯이 호주의 도로에는 대형 트레일러를 줄줄이 단 대형트럭이 무지막지한 속도로 달리고 있다.
이 로드 트레인은 호주대륙의 도로처럼 일직선으로 뻗어 있고 그다지 굴곡이 심하지 않은 평탄한 길이기에 존재 가능한 것으로 중남미의 도로처럼 변화무쌍하게 굴곡이 심하고 가파른 도로에서는 결코 존재 불가능한 괴물이다. 도시가 많이 몰려 있는 동부지역을 벗어나 무인지경지대가 이어지면서 도로는 아스팔트의 갓길이 사라지고 붉은 진흙 위에 모래를 뿌려놓은 갓길이 계속된다.
물론 도로의 교통량은 많지 않으나 이 로드트레인이 지나갈 때는 무시무시하다. 워낙 덩치가 크고 길기 때문에 그것이 일으키는 바람이 상당히 세다. 그 바람에 밀려 모래밭으로 떨어지며 급 브레이크를 잡으면 자전거는 영락없이 미끄러지며   나가 떨어진다. 그것뿐 아니고 닳고 닳아 이미 종이처럼 얇아진 타이어가 모래 위에서 급정거하는 사이 찢겨져 버린다.
로드 트레인이 나의 옆에 바짝 붙어 달린다 해도 나는 모래 위의 길을 달릴 수 없기 때문에 이 괴물이 나에게 접근하면 차라리 잠시 섰다가 다시 달리는 편이 났다. 저녁 6시 반 경이 되면 해가 지고 어두워지는데, 목숨을 부지하고 싶으면 주행을 멈춰야 한다. 저녁이 되면 도로에는 일반 차량은 거의 없고 로드트레인이 독주(獨走)를 하는데 그야말로 무차별로 달린다.
북미대륙에는 대륙횡단철로위로 100량 이상의 화물차량들이, 그것도 종종 2층이다, 2,3대의 연결된 기관차에 이끌려 쉴 새 없이 왕복을 하고 있었는데 이곳에는 비록 동서횡단 철로는 있지만 철로에 매달려가는 화물차들도 별로 없고 왕복하는 빈도도 적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기껏해야 컨테이너 2, 3개를 달고 로드트레인이 동서를 횡단하며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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