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피셔, 산악자전거의 역사를 말하다.
에디터 : 박창민 기자
산악자전거의 시작과 현재까지의 발전 과정에서 항상 주목받고 있는 게리 피셔(Gary Fisher), 그는 지난 '트렉 월드 2013 코리아' 행사 참가를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하였다. 산악자전거의 아버지라 불리는 그를 만나보자.

산악자전거의 최초 개발, 새로운 지오메트리와 29er 등을 선보인 게리 피셔(Gary Fisher)

  마운틴바이크(Mountain Bikes), 누구나 사용하여 대중화가 중요했다.

마운틴바이크(Mountain Bikes)라는 회사를 만들면서 상표권을 가지고 있지만, 그 이름은 대중적으로 사용되어 보편화되는 것이 옳다고 보았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모든 마운틴바이크라는 이름 옆에 게리 피셔라고 써야 되지 않냐고 이야기를 하곤 했죠.
지금은 전 세계의 사람들이 산악자전거를 즐기고 많은 산업들이 만들어진 것에 대해 더욱 만족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이 테크놀로지에 관심이 많다.

한국은 4년 전에 와 보았고, 이번에 다시 방문을 했는데 그 사이에 많은 것이 바뀐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저는 전자기기 등 하이 테크놀로지에 관심이 많은데, 한국은 그런 부분에 많이 발달되어 있어서 올 때마다 무척 관심이 가곤 합니다.

그의 친구 찰리 켈리(Charlie Kelly)와 함께 했던 기억들.
리팩(Repack) 다운힐 레이스(왼쪽)와 그들의 회사 마운틴바이크

  산악자전거의 첫 개발, 재미로 시작하여 산업이 되다.

산악 지형에서 자전거를 타면 재미있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한 산악자전거의 개발은, 처음에는 다양한 부품들의 조합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산에서 자전거를 타고 각종 사진 자료들을 만들며, 1981년 뉴욕바이크쇼에 프리젠테이션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전 세계의 거물급 자전거 업체들을 대상으로 프리젠테이션을 펼쳤는데, 모두들 깜짝 놀라며 우리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죠.
그 다음부터 일본을 다니며 각종 부품 업체들과 개발에 나섰고 파나소닉 프레임을 기반으로 자전거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꿈을 이룰 수 있었던 트렉과의 만남

트렉과의 만남은 나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트렉(TREK)과 함께 일을 시작한 것은 벌써 10년이 넘습니다. 트렉은 꿈만 같았던 저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회사였고, 그들은 모든 파트너와 직원들을 가족처럼 대하는 좋은 사람들로 이루어졌습니다.
제가 트렉을 더욱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제품과 제조에 대한 관리를 모두 한다는 것에 있는데, 보통 다른 회사들은 제품에 대한 관리 만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품 뿐 아니라 제조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관리하여 최고의 품질을 만들려고 하는 그들의 마음가짐이 큰 믿음을 주고 있습니다.

  29인치에 대한 새로운 발상

19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콜로라도 산악지형에서 자전거를 타며 정말 더 큰 휠의 자전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산악자전거에 있어서는 휠 사이즈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었는데, 큰 휠에 대한 아이디어를 실현하고자 1998년 타이어 회사에 연락하여 같은 종류의 26인치와 29인치 타이어를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부품과 지오메트리가 똑같은 26인치 자전거와 29인치 자전거를 만들어냈죠.
그 자전거들을 가지고 6개월 간 각종 코스에서 실험과 연구를 거듭했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29인치 자전거가 26인치에 비해 3~5% 정도 더 빠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를 토대로 29인치 29er(트웬티나이너)를 개발하게 된 거죠.

이번에 새롭게 출시한 수퍼플라이 SL 29er,
이번 월드챔피언십에서도 U23 금메달, 엘리트 은/동메달을 차지하는 등 좋은 기록을 보여주었다.

  시장을 따르는 것은 쉽지만, 새롭게 개척하는 것은 어렵다.

저는 산악자전거를 시작으로 항상 시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이 아닌 새롭고 파격적으로 개척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고객의 요구를 따르는 것보다 개척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것은 다들 알고 계실 것입니다.
산악자전거 자체의 개발도 개척이었지만, 새롭게 선보였던 제네시스 지오메트리와 같은 것도 기존에 없었던 개척이었습니다. 제네시스 지오메트리는 1987년 마운틴바이크액션 지에서 최고의 지오메트리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죠. 현재는 모두들 이와 같은 지오메트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29인치도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것을 세상에 내어놓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현재 산악자전거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것은 29인치라는 것에 자부심을 갖습니다.

  UCI를 설득하여 29er를 가능하게 만들다.

2003년, 저는 스위스로 날아가 UCI를 만났습니다. 그들에게 산악자전거 대회에서 29er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설득하기 위해서였죠. 그때까지는 26인치 밖에 사용할 수 없었거든요.
UCI는 처음에 29인치 휠을 사용하여 크로스컨트리 대회를 뛰는 것은 사이클로크로스 자전거를 타고 대회를 뛰는 것과 차이가 없어 보인다며 반대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이클로크로스 자전거로 뛸 수 없는 어려운 코스를 만들면 되지 않느냐, 그리고 29인치가 26인치보다 더 안전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원할 것이라고 설득을 시켰죠.
UCI는 각 프로팀에서 연락하여 29인치 자전거가 나오면 경기에 사용할 것이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사용하겠다는 팀은 몇 없었죠. 심지어 트렉 팀도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몇일이 지나고 UCI는 저에게 29인치까지 산악자전거 대회에 허용하겠다는 공문을 보내왔습니다. 아마도 가장 기뻤던 날이 그날인 것 같네요. 저는 너무 기쁜 나머지 산에서 자전거를 타고 빠르게 내려오다 넘어져 팔이 부러졌던 날이기도 했지만, 정말 기뻤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항상 웃으세요.

한국의 자전거를 타시는 동호인들, 항상 자전거를 타고 웃으면서 자연을 즐기세요. 어려운 일이 있을 때도 자전거를 타고 자연을 즐기면 몸이 새롭게 리셋되는 것처럼 좋아질 것입니다.

'트렉 월드 2013 코리아'에 방문한 게리 피셔는 트렉 코리아 직원들, 국내 대리점주들과 함께 이틀 간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지오메트리, 휠 사이즈 등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게리 피셔에게 '지금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있나요?'라고 물으니 'Yes, I do(네, 그렇습니다)'라고 의미심장하게 답변하였다.
바이크매거진 팬들에게 인사말을 부탁하니 "Let's go ride(자전거 타러 갑시다)"라며 힘차게 외치는 게리 피셔, 그는 지금도 산악자전거를 타며 자연을 즐기고 있는 많은 동호인들에게 또 다른 새로운 세상을 보여줄 것처럼 정열적인 눈빛을 보여주었다.
이미 60세를 넘겼지만 젊은 생기가 넘치는 게리 피셔와의 만남은 즐거웠고, 다음에도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위의 기사는 개인적인 용도 및 비상업적인 용도의 '퍼가기'를 허용하며, 상업적인 용도의 발췌 및 사진 사용은 저작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