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에서 배를 타고 제주도로
에디터 : 박규동

2008년 8월 11일, 여드레째,
여섯 시에 아침밥을 먹고 바로 출발하였다.
엄다로 가는 예쁜 구 도로에서 1번 국도로 갈아타고 곧장 목포로 달렸다. 노여움이 에너지로 변하여 아내에게 힘을 불어 넣어 준 것인지 배를 타야 할 시간에 맞추어야 한다며 열심이다.
목포 시내 초입에 10시가 조금 넘어 도착하였다.
하나로마트에서 마실 것과 장을 보았다. 4kg짜리 쌀을 한 포대 샀다. 더 작은 게 없단다.
늘어난 짐을 끌고 여객터미널까지 까는 길이 멀게 느껴졌다. 

자전거에 트레일러가 딸렸다고 우리 자전거는 자동차를 싣는 데크에 실어 주었다.

목포는 항구다. 항구에는 배들이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11시에 터미널에 도착하였다. 대합실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 가기가 민망하여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오히려 반가워 하면서 자전거를 안으로 들여 오라고 문을 열어 준다. 자전거를 대합실 한 쪽에 나란히 세우고 제주 행표를 사려고 하는데 아직 매표실이 문을 열지 않았다.
자전거 때문에 미리 알아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선사 사무실을 찾아 갔다.
30대의 중견 직원이 친절하게 도움을 준다. 3등실 배 삯 3만 원에 자전거 운임이 3천 원이다.
자전거에 트레일러가 딸렸다고 우리 자전거는 자동차를 싣는 데크에 실어 주었다. 깃발을 날리며 자전거를 끌고 배 안으로 들어가는 아내의 뒷모습이 참 당당하다.

낮 2시 반, 정시에 배는 제주를 향해 출발하였다.
섬과 섬 사이로 배가 떠 갔다. 배 안에 자전거도 타고 우리도 탔다.
자전거로 제주도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몇 명 보인다. 눈 인사라도 무지하게 반갑다.
목포해양대학교 앞을 지난다. 대학 이름을 써 단 실습선이 자랑스럽게 떠 있다.
이제야 삼면이 바다인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이 실감 난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에어컨이 잘 돼 있어서 쾌적한 분위기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두 아주머니가 부럽다며 말을 건넨다.
"맞아! 그렇게 살아야 돼!"

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전 금메달이다.

3등실에서는 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전을 중계방송 하고 있었다. 결승전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차이로 금메달이다. 좋은 소식은 우리 몸에도 힘을 쌓이게 할 것이다.
섬마저 보이지 않더니 배는 바다 한 가운데로 흘러 들었다.
페달을 밟지 않아도 배가 떠 가는 게 고맙다.

목포까지 서해안으로 자전거를 탄 거리가 553km이다.

페달을 밟지 않아도 떠 가는 게 고맙다. 이제는 제주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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