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4, 차가운 겨울비에 춥고 쉴 곳은 없고...
에디터 : 강수정

2004년 7월 7일

현재위치 : Salmon Gums
이동거리 : 38.2km
누적거리 : 870km
평균속도 : 12.8km/h
최고속도 : 22km/h
숙박장소 : Salmon Gums Hotel (남위:33도 17분 16.2초, 동경:121도 42분 52.1초)


새벽에 하늘에 구름이 잔뜩 낀 것이 불길한 예감이 들었는데 텐트를 걷고 출발한지 조금 지나자 비가 오기 시작했다.
"너무 하는 것 아냐..." 나는 날씨에 잔뜩 화가 나 버렸다.
비는 점점 많이 오기 시작하고 빗줄기는 빰을 때리는 것처럼 아프다. 그리고 어제처럼 계속 맞바람이다.
비 피할 곳도 없는 고속도로에서...
오늘 Norseman까지 어떻게든 가려고 했는데, 도저히 힘들 것 같다.
또 포기다.
하루가 지나도 표지판 숫자들은 많이 줄지 않았다.

Salmon Gums 표지판이 보이면서 캐러밴 파크가 있다는 표지판이다. 오늘 차라리 쉬고 내일 가는것이 좋을것 같다고 생각했다. 비에 맞바람 모든게 귀찮아지려고 한다.
캐러밴 파크에 갔는데, 작은 타운이라 운영하는 사람도 없고, 캠핑만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우린 실내에 묵을 수 있는곳이 필요한데...
가만히 서 있으려니 온몸이 떨려온다.
난 겨울비가 싫다.
비바람은 점점 세어지기만 한다.

로드하우스에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날씨를 보니 점점 빗방울만 커진다.
그 옆에 있는 호텔에 갔는데, 문이 잠겨 있다.
바로 앞 우체국에 가서 호텔 문을 언제 여냐고 하니 약 2시쯤에 연단다. 지금이 11시 30분이니 2시간을 넘게 추위에 떨어야 한다.
안 되겠다 싶어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해서 공중전화로 가려는데, 호텔 안에서 누가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다행이도 호텔 주인이었다.
일인당 20달러라고 한다. 말이 호텔이지 시설은 우리나라 민박정도 인것 같지만 비와 바람만 피할 수 있는 곳이라면 감사하다는 생각 뿐이었다.
호텔 주인으로 보이는 여자(루시)는 벽난로에 불을 지펴 둘테니 방에 짐을 풀고 오라고 한다.
호텔 방안은 천장이 너무나도 높았는데 난방기구조차 하나도 없어서 냉장고에 있는 것 같았다.
몸을 녹이러 호텔 바로 갔는데 뜨거운 커피를 권하며 불을 쬐게 해 주었다.
아~커피다.
커다란 머그잔이 넘칠 듯이 가득 담긴 커피를 난로 앞에서 마시려니 갑자기 행복해진다.
루시는 다정하고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라는 느낌이 들었다. 창민과 난 이런 끔찍한 날씨에 이런 곳을 만난 것이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루시는 고양이와 개를 소개시켜 주었는데, 개는 로트와일러 잡종이라고 한다. 크고 귀엽게 생겼다.

춥고 어두운 호텔방

저녁을 호텔에서 사 먹었다.
호텔이라 요리를 할 수 없으니 저녁도 사 먹고 지출만 늘고 있다. 저녁이 되니 호텔바에 동네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 들었다. 집들은 몇채 못 봤는데 바에 술을 마시러 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동네 사랑방같은 새먼검 호텔, 그 곳에 가면 루시를 찾아주세요. 루시의 미소에 피로가 풀릴 거랍니다."

비가 더 온다. 이렇게 많이 오는 비는 우리나라 장마철에나 볼 수 있을텐데...
홍수가 나면 어쩌나 걱정이다.
내일은 출발할수 있을까?
Norseman까지는 100킬로가 넘는데, 그 사이에는 아무 것도 없다고 한다. 차로 가면 한시간 거리. 가깝고도 먼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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