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5, 돈도 없고 마켓도 없고...
에디터 : 강수정

Salmon Gums Hotel에서 이틀밤을 보냈다.
2004년 7월 8일(목)

현재위치 : Salmon Gums
숙박장소 : Salmon Gums Hotel


새벽부터 하늘이 심상치 않았다.
비바람 소리에 잠을 조금 설쳤는데, 이 정도 비면 땅이 질퍽해질만도 하련만 이곳의 땅은 정말 금새 뽀송뽀송해진다.
호텔에서 사는 개
새벽부터 빗소리에 잠을 깨 창민과 고민을 하다가 오늘 하루 이곳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호텔숙박비로 40달러나 나가서 호텔 방안에서 가지고 있던 크래커로 아침 점심을 때웠다.
배는 계속 고픈데 이곳에는 작은 슈퍼마켓도 없어서 무작정 우리 식량을 먹을 수도 없었다. 이곳 사람들도 장을 보려면 100km떨어진 다른 타운까지 간다고 한다.
갈 길은 먼데 날씨때문에 조바심만 나다가, 마음을 조금 바꿔서 즐겨보기로 했다. 이런 것도 추억이 될테니까. 마음을 이렇게 먹고 나니 즐거워졌다.

왼쪽이 루시, 오른쪽은 호텔 주인

날은 점점 맑아졌고, 어제 저녁에 이 호텔 주인이 왔단다. 루시가 주인인줄 알았는데, 그녀는 영국에서 왔고 호주 여행 중에 이곳에 들렸는데, 여기가 너무 좋아서 잠시 이곳에 머물며 호텔 일을 도와주고 있단다.

날이 개어서 젖은 장비들을 말렸다.
호텔 앞에 우체국이 있어서 가지고 있던 여행자수표를 입금하고 조금 환전하려고 했더니 환전해 줄 현금이 없다고 했다.(커먼웰스 은행은 우체국과 연계되어 있다.) 입금은 전산이 안되는 관계로 안되고... 뭐, 되는 게 없다.
타운을 둘러보기로 했다. 학교도 있었는데 굴렁쇠를 굴리고 연습하는 것이 체육시간이었을까?
루시에게 이곳 인구가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더니 40명이 안 될 거라고 했다. 호텔에도, 이곳에도 우리 만이 유일한 이방인이다.
내일은 Norseman으로 반드시 가야하는데...
호텔바에서 루시가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어제 잠시 봤던 브라이언이란 할아버지가 또 오셨다. 비때문에 하루 더 묵고 있는 우릴 보시더니 내일은 비가 안 올거라고 뉴스에서 보셨다고 했다. 이렇게 반가운 일이..

Salmon Gums 마을 뒤의 숲 속에서 발견한 캥거루 뼈
사실 호주에 오기 전에 맞바람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었다. 창민이 8년전에 호주 횡단할 때 맞바람때문에 하루종일 이동거리가 40km인 적도 있었다는 얘기에 그냥 웃었었다.
이젠, 조금 무섭다.
호주의 땅크기 만큼이나 비도 바람도 규모가 다르다는 걸 조금씩 느껴간다.
자연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순응하며 적응해야 할 것을...

루시가 내일 아침 몇 시에 출발하느냐고 묻길래 6시쯤에 간다고 했다. 잠시 후 시리얼과 우유 그리고 커피포트와 커피까지 챙겨주며 아침에 먹고 출발하란다. 주인이 알면 안 되니 빨리 방에 갖다 놓으라는 그녀의 말이 너무 고마왔고, 역시 여행자들이 여행자의 마음을 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호텔바에서 매일 밤 동네 사람들이 모여 노래와 이야기를 즐긴다.
-데스페라도-
밤은 깊어가는데 내일은 출발할 수 있을지 머리 속이 복잡해서 방을 나와서 별을 보며 앉아 있었다.
마당건너에 있는 호텔바에는 밤이 늦을 수록 많은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한 사람이 들어설 때마다 환호하며 반겨주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음악의 볼륨을 높이며 모두 같이 합창하는 노래는 내가 좋아하는 "데스페라도"였다.
안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 좋아하는 노래였는지 데스페라도만 5번을 연속으로 틀었다.
춥기도 했고 생각도 복잡해서 머리가 아팠지만 그순간 행복했다.
별을 보며 데스페라도를 들을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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