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9, 이런 걸 꿈 꿨다. 사막에서 은하수 보는 것...
에디터 : 강수정

146.6km가 직선이 90마일 스트레이트 도로에 들어왔다.

2004년 7월 12일(월)

현재위치 : 발라도니아 + 120km
이동거리 : 120.8km
누적거리 : 1,292km
평균속도 : 16.5km/h
최고속도 : 26km/h
숙박장소 : 휴게소 캠핑 (남위:32도 21분 26.8초, 동경:124도 47분 16.4초)


어제 발라도니아 로드하우스에서 눌라보 구간만 나온 지도를 한 장 샀는데 그 지도에 나와 있던 휴게소까지 가기로 했다.

다음 로드하우스는 아직 멀다.

발라도니아 로드하우스를 출발한지 5분 후에 처음으로 사고가 난 현장을 봤다. 불에 활활 타고 있는 로드트레인이었는데, 이곳은 경찰도 소방서도 멀기 때문에 그냥 다 탈때까지 기다리는 듯 했다.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무서운 장면이었다.

호주에서 가장 긴 직선도로 90마일 스트레이트. 146.6km가 직선이다.

호주에서 가장 긴 직선도로를 들어왔다. 90마일 스트레이트(90 mile straight)라는 이름을 가진 이 도로는 말 그대로 90마일(146.6km)가 직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부터 속초까지 정도가 직선인 것이다. 우리는 이 길을 이틀간 달려야 하는데, 오늘 아침에 시작점에 도착했다.

노즈먼에서 출발한 이후 컨디션이 좋지 않다. 게다가 직선도로에서는 그냥 앞만 보고 달려야 하니 지겹고 더 지친다.
다리근육의 통증은 쉬고 난 후에도 풀리지 않고 엉덩이는 점점 아파진다. 그래서 장거리 투어 갈 때는 속옷을 입지 않는게 좋다더니 버릇이 안되서 그렇게는 못할 것 같다.
해가 지기 직전에 간신히 휴게소에 도착했다.

이태리에서 호주로 이민한 쿼트로키(Quattrocchi) 부부

우리가 텐트를 칠 때 멋진 4륜구동차가 들어왔는데 인적이 드문 곳이라 약간 긴장을 했었다. 잠시 후에 주차를 하신 아저씨(루치아노Luciano)가 인사를 하러 오셨다.
아주 크고 화통한 목소리로 "이탈리아 커피 한잔 하지 않겠냐"며 이탈리아에서 이민 와서 영어 때문에 고생한 얘기를 하셨다. 지금도 읽지는 못하신다면서.
이민 초기에는 용접하는 일과 주말에는 농장에서 사과 따는 일을 하셨고 부인인 테레사 아줌마도 2군데 직장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셨다고 한다. 고생을 무척이나 많이 하셨다고...
지금은 은퇴를 하셨고 애들레이드(Adelaide)에 살고 계시는데, 4륜 트럭을 개조하여 손수 만든 캠핑카로 와이프와 둘이서 호주일주를 하고 계신다고 한다.
우리가 저녁을 먹은 뒤 차로 놀러 갔는데 머그컵 가득 커피와 손수 만든 와인도 한병 주시고 앨범을 보여주며 설명을 해 주셨다.
내 딸, 아들, 며느리, 손자들, 손녀들, 그리고 차를 개조하며 찍어둔 사진들..
우린 부채를 선물로 드렸고 아저씨가 명함을 주시며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날지 누가 아느냐며 웃으셨다. 지쳤던 오늘 하루가 이렇게 유쾌한 기분으로 마무리 짓게 되서 기분이 좋았다.


차에서 나와 텐트로 돌아오는 길에 보니 휴게소에는 우리 말고 6팀이 더 들어와서 모닥불을 지피고 있었다. 우리도 질세라 모닥불을 지피고 루치아노 아저씨가 주신 와인을 마시며 은하수 구경을 했다.

항상 이런걸 꿈꿨다.
사막에서 은하수 보는 것...
이것이 이리도 어려웠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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