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가는 강화도 캠핑 여행
에디터 : 쇠말패

손자 종찬이와 의찬이의 배웅을 받으며 자전거로 바꿔 타고 출발하였다.

불순물이 하나도 섞이지 않은 바로 그런 페달링이었다.

장마전선이 제주도와 남부에서 장맛비를 뿌리고 있었지만 우리는 자전거여행의 백미 캠핑여행을 떠난 것이다. 자전거로 가출하며 허가 받은 외박을 떠나는 착한 흥분이 고스란히 페달링에 스며들어 있었다. 쇠말패의 4, 5, 6학년들이다.

목적지는 강화도, 야영은 익숙한 대명항에서 하기로 하였다. 밴댕이 회가 한창일 것이다.

아침 9시에 아내와 둘이서 무림리를 출발하였다.
차를 의정부 큰 아들네 아파트에 세워두고 며느리와 손자 종찬이와 의찬이의 배웅을 받으며 자전거로 바꿔 타고 출발하였다. 이번에는 나 혼자 트레일러를 끌었다. 아내의 짐을 덜어주면 속도가 조금 빨라지기 때문이다.

다리의 반을 자전거에게 양보한 잠수대교

중랑천을 타고 가다가 월능교 아래에서 김부장을 만났다. 모이기로 한 잠수교 남쪽에 닿으니 12시 반이다. 오장군이 나타나는가 싶더니, 희진아빠와 나그네님이 그리고 버디와 안나님 부부가 각각 트레일러를 끌고 나타났다.

두 번째 모이기로 한 행주대교에 도착한 시간은 약속대로 3시 반이었다.
처제와 최서방, 겨울바람님, 노마드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최서방이 시원한 막걸리 두 통을 준비해 두었다가 권하는 바람에 한잔씩 마셨다. 나도 누군가에 속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파밭길을 지나 김포가도를 달렸다.
태양은 이글거렸고 밀려 북상하는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날씨는 후텁지근하였다. 트레일러에 깃발을 단 자전거가 다섯 대, 페니어에 잔뜩 실린 야영장비 하며 울긋불긋한 복장이 행렬이 되어 달리는 모습은 가관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으로 우리의 몸은 더 뜨거워졌다. 가게에 들려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과일을 사 먹었다.

파밭길을 지나 김포가도로 들어간다.

저녁 6시 반에 대명항이 닿았다.
밴댕이 4kg을 사다가 불근늑대가 국수처럼 잘게 썰고 쑥갓을 버무려 식초장를 뿌리고 나니 훌륭한 회가 되었다. 정자 하나에 자리를 잡고 12명이 둘러 앉았다. 그 때 자동차를 타고 쌍둥이아빠와 트리스탄이 나타났다. 14명이 먹고도 회가 남았다. 나도 씨에라컵으로 네 번을 퍼 먹었다. 밥도 먹기 전에 배가 찼다. 소주도 비웠다.

대명항에는 저녁노을이 마르지 않는 바다를 적신다.
해는 붉게 물든 바다를 건너 강화도의 산들을 넘어갔다. 사위가 시나브로 어두워지며 두 명씩 조가 되어 천막을 쳤다. 내 손으로 집을 짓는 낭만은 나이가 들었어도 여전하다. 땅바닥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었다. 희진아빠님의 여행담이 익어갈 즈음 나도 산 이야기를 풀었다.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져 각자 천막으로 헤어졌다.



아침 9시에 대명항을 떠나 초지대교를 건너 강화도 동쪽 해안도로를 따라 갔다.
강화해협을 오른쪽으로 보며 달렸다. 만조의 해협은 호수처럼 평화로웠다. 평화롭게 보이는 그 바다에서 우리의 선조들은 국토를 지키기 위해 숱한 전투를 치렀었다. 영화보다 치욕이 더 많았던 강화도의 역사를 우리는 지니고 있다.

강화대교를 건너 다시 내륙으로 달렸다. 쉴 때마다 과일이나 물을 마셨다. 김포 우회도로를 지나 설렁탕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높은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지만 자외선은 피부를 태웠다.

김포를 지나 파밭에 접어들면서 비포장 급경사에서 불근늑대가 넘어졌다.
복숭아뼈 위에서 피가 났다. 나는 당황했다. 희진아빠님이 배낭에서 구급함을 꺼내더니 거침없이 처치를 한다. 엉켜서 함께 넘어졌던 겨울바람님까지 응급치료를 받았다. 자전거 고장에서부터 응급처치까지 희진아빠님은 우리의 119구조대장이다.

희진아빠님이 배낭에서 구급함을 꺼내더니 거침없이 응급처치를 한다.



행주대교 아래에서 아쉬운 해산을 가졌다.
한강에서 가까운 데 거주하는 나그네님, 노마드님, 희진아빠님, 버디와 안나님, 오장군님, 김부장님은 한강 길을 따라 갔다. 포천, 일산, 양주에 사는 우리부부와 처제와 최서방, 겨울바람님은 행주대교를 건너 갔다. 차를 타고 와 밤사이 합류했던 트리스탄님과 쌍둥이아빠는 아침에 차편으로 돌아갔다.

자전거를 다 알기 위해서는 자전거 캠핑여행의 경험이 필요하다.

자전거를 다 알기 위해서는 자전거 캠핑여행의 경험이 필요하다.
여행이 인생을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불순물이 하나도 없었던 페달여행이었다. 배낭에 넣어 둔 열쇠와 지갑을 찾지 못해 벌어졌던 약간의 실수와 넘어져 다쳤던 일도 치유하는 과정을 통해 여행을 더 아름답게 치장해 주었다.

친구들아! 고마워!!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위의 기사는 개인적인 용도 및 비상업적인 용도의 '퍼가기'를 허용하며, 상업적인 용도의 발췌 및 사진 사용은 저작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