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2, 처음으로 다른 자전거 여행자들을 만나다.
에디터 : 강수정


2004년 7월 15일(목)

현재위치 : 마두라(Madura) + 27km 지점
이동거리 : 103.94km
누적거리 : 1,553km
평균속도 : 16.4km/h
최고속도 : 40km/h
숙박장소 : 휴게소 캠핑 (남위:31도 54분 34.8초, 동경:127도 17분 16.3초)


오늘은 구름만 보며 달렸다. 내가 지나가는 동안 슬프게도 눌라보에는 해가 10분이상 뜨지 않았다.

점심 때 마두라패스(Madura Pass)를 지나가는 길은 정말 장대한 느낌이었다.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하는 그곳...
그 넓은 평야를 내려다 보는 기분은, 사진에는 그 느낌을 담을 수가 없었다. 눌라보를 지나간 사람들이 손꼽는 것 중 하나지만 우리 실력으로 사진에 담아내기에는 너무나 넓어서 비행기를 타야만 카메라에 담아낼 수 있을 것 같다.
마두라패스는 해안 절벽이었을 것 같은 절벽과 바다였을 것 같은 넓은 평야가 만나는 곳으로, 그 사이에 난 도로를 통해 평평한 평야로 내려온다. 무릎 정도 밖에 자라지 못하는 나무들만 있는 평야는 언덕 하나 보이지 않고 지평선까지 이어져 있다.

마두라 로드하우스에서 여유롭게 치킨버거를 먹고 있는데 관광버스 한 대가 들어오더니 버스 가득히 타고 계시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내리셨다. 사막인 눌라보에서 자전거를 처음 보셨다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덕분에 우린 이상한 나라에서 온 것 마냥 되어야 했고, 이것저것 물어 보시더니 사람들을 불러 모으신다.
우리 주위를 둘러싼 할머니, 할아버지들...
"빨리 가야겠다. 우리보다 더 길고 먼 곳을 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우릴 보고 놀라시다니." 하여간 재미난 시간이었다.

마두라 패스의 휴게소

마두라에서 출발하는 길은 어쩌면 그렇게도 평평할 수가 있는지 정말 정말 지루했다. 우리가 캠핑할 휴게소는 마두라 로드하우스에서 27km 떨어진 곳이었는데 출발 후부터 멀리서 가물가물 보이던 나무 한 그루가 결국은 지도에 나온 휴게소였다.
사람의 시야에 27킬로미터가 잡히는것이 가능하다니, 이 정도로 서울에서라면 사당에서 의정부에 있는 나무를 보는 정도인데...

휴게소를 몇km 남겨 두고 반대편 방향 멀리서 뭔가가 꿈틀꿈틀 움직였다. "자전거인가????????"
설마 설마하며 가고 있는데 가까워질 수록 정말 자전거가 맞다는 확신이 들었다. 자전거 여행자와의 첫 만남이다.
10대로 보이는 2명의 남자였고 호주에 살고 있단다. 애들레이드(Adelaide)에서 퍼쓰(Perth)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둘 다 비엠엑스에 우리와 같은 트레일러를 끌고 있었는데 하루에 보통 100-120키로를 이동한다고 한다나? BMX로 100-120을 타다니...
모두 너무 반가왔지만, 경황이 없어 사진도 한 장 찍지 못하고 헤어졌다.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길 바라며.

유칼리투스와 검트리를 태우면 오래 타면서 향이 좋다.

오늘 머문 휴게소에는 우리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이 많아도 시끄럽거나 하진 않지만 괜시리 더 신이 났다.
텐트 칠 자리를 잡고 장작을 구해 와서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캠프파이어를 너무 많이 하는거 아닐까?
호주에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인 유칼립투스와 검트리는 화력이 폭발적이며 오래 타고 향이 좋다. 우리나라에 이 나무를 장작용으로 수입하면 인기폭발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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