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자전거 여행 준비하기
에디터 : 박창민 (바이크매거진)

뜨거운 여름, 자전거를 탈 때는 오히려 긴팔 옷이 좋을 때가 있다.

쏟아지는 태양빛 아래 서 있는 것조차 힘에 겨운 무더운 여름, 왜 우리는 자전거 위에서 페달질을 해 가며 끝도 없는 아스팔트 위를 달려야 하는가?
이유는 단순하다. 선선하고 날이 좋은 봄과 가을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휴가와 방학이 없다!
겨울에는 휴가와 방학을 주어도 자전거 여행을 하기에는 고행이기에 우리는 하는 수 없이 무더운 여름, 그중에도 장마가 지나고 하늘에서 최고의 더위를 선사하는 8월에 가장 많은 자전거 여행자 행렬이 한반도를 들끓는다.
무더운 여름, 자전거 여행을 위해 준비할 것은 과연 무엇일까?

반팔 옷을 입고, 팔토시를 하면 장시간 햇빛 노출에도 안전할 수 있다.

노출된 피부를 보호하라.
뜨거운 날씨에 자전거를 탈 때는 땀이 흐르지 않고 바로 증발해 버려 피부가 햇빛에 더욱 강하게 노출된다. 게다가 썬블록 로션을 발라도 금세 효과를 상실해 버리니 피부 화상은 너무나도 쉽게 찾아온다.
장시간 아스팔트 위에서 햇빛에 노출되면 쉽게 피부가 타고, 붉게 변한 다음 껍질이 벗겨지기도 하고, 물집이 생겨 위험한 상황이 되기도 한다. 썬블록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경험상 1시간에 한번씩 바르지 않는 한 하루 종일 받게 되는 햇빛을 막을 수는 없다.
자전거를 탈 때 가장 많이 햇빛에 노출되는 부위는 팔과 종아리 뒤 부분이다. 팔토시나 다리토시 등을 구하여 이 부분을 덮어 준다면 일단 피부화상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중간 중간 토시 위에 물을 뿌려 주면 더욱 시원한 느낌을 받으며 달릴 수 있어 좋다.

SPF 숫자가 높은 썬블럭 로션을 이용하여,
얼굴과 종아리 뒤부분 등 노출되는 부위에 자주 발라주어야 한다.

한여름의 오전 7시, 이미 온도계는 28도를 향해 가고 있다.

낮 시간에는 조금 쉬고, 이른 새벽 시간을 이용하자.
여름의 가장 큰 특징은 낮이 길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른 새벽 시간을 이용하자. 아침 5시 정도면 충분히 라이딩 하기에 밝은 시간이 되는데, 가능하면 4시 정도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날이 밝자마자 바로 출발하여 조금이라도 시원한 시간에 많은 거리를 달리는 것이 좋다.
라이딩이 위험할 정도로 더운 낮시간(12시~3시)에는 시원한 곳에서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는 것도 오후 라이딩을 위해 매우 효과적인 선택이 된다.
어느정도 라이딩에 익숙해진 경우라면 6시 이전에 자전거로 출발할 경우 오전에 거의 100km를 탈 수 있게 되어 오후 시간을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동할 거리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더운 시간을 자전거 위에서 보낸다면 여행을 넘어 고행으로 갈 수도 있다. 조금 부지런하면 많이 여유로워진다.

넓은 대로보다 좁은 지방도가 시원하다.
최근에 새로 생긴 국도들은 직선으로 시원하게 뻗어 있다. 하지만 시원하게 뻗어 있는 건 자동차로 이동할 때 이야기고, 자전거로 그곳을 지나가는 것은 나무 한 그루없이 끝도 없는 사막을 지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짧은 거리를 그렇게 이동하는 것이야 괜찮지만, 3~4시간 그런 길을 타고 가는 건 지루하기도 하고 더위를 피할 곳이 없어 짜증이 나기까지 한다.
이런 넓은 길 대신, 약간 돌아가더라도 좁은 지방도로를 택하면 건물들과 가로수 사이로 그늘도 있고, 중간 중간 쉬면서 시원한 음료수를 마실 수 있는 구멍가게도 발견할 수 있다.
자전거 여행은 그 경로에 참 맛이 있지 않은가? 빨리 가는 것보다 돌아가더라도 재미있게 간다면 더 유익한 여행이 될 것이다.

소금으로 간을 한 견과류는 지방과 염분을 동시에 섭취할 수 있다.

땀으로 빠져나간 염분을 보충하기 위한 제품도 있다.

물만 먹어서는 안 된다.
무더운 여름 자전거를 타고 뜨거운 아스팔트를 달린다면 당연히 땀이 나지 않겠는가? 땀 속에 들어 있는 염분도 함께 배출되면서 옷이 하얗게 얼룩지는 것은 운동을 많이 해본 분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염분이 부족한 것은 과한 것보다 나쁘다"
염분이 몸에서 하는 일은 무엇인가?
신진대사 촉진, 적혈구 생성, 체액의 균형, 소화, 해독 및 살균, 해열과 지혈, 세포 생산, 미네랄 공급.... 등 많은 역할을 한다. 이런 염분을 땀으로 모두 배출하면 여행 중에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보통 여름에 운동을 하게 되면 하루에 섭취하는 염분을 모두 땀으로 배출하게 된다. 하지만 자전거 여행은 운동 수준이 아니라 하루 종일 더위 속에서 움직이는 수준으로 더 많은 염분이 땀으로 배출되어 식사로 섭취되는 염분보다 더 많은 양을 배출하게 된다.
특히 소금 등에 포함되어 있는 나트륨이 부족하면 흔히 말하는 '쥐(열성근육경련)'가 나게 되는데, 이런 것을 예방하기 위해 약간 짠 음식을 섭취하거나 물과 함께 스포츠용 식용 소금을 함께 섭취하는 것도 좋다.

머리에 열을 받으면 위험하다.
사람의 두뇌는 컴퓨터의 CPU(중앙처리장치)와 비슷하다. 그래서 컴퓨터에서 열을 가장 많이 내는 CPU처럼 사람의 두뇌도 엄청나게 많은 열을 발생한다. 평상시는 무수히 많은 모세혈관을 통해 혈류가 흐르면서 수냉식으로 두뇌를 식혀주고 있지만, 뜨거운 햇빛 아래 헬멧을 쓴 머리는 우리의 수냉식 쿨러도 재 기능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두뇌의 열을 효율적으로 배출하지 못하면 현기증 뿐 아니라 판단력이 흐려지고, 운동신경도 둔해져서 자전거를 타는 것 자체가 위험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가능하면 너무 더운 시간을 피하고, 너무 더울 때는 충분한 물을 마셔 체내의 온도가 올라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머리에 물을 뿌려 머리카락을 적셔 두면 물이 증발하는 동안 많은 열기를 가지고 나가게 되어 큰 도움을 준다.

카멜백(CAMELBAK)의 보냉물병을 사용하면 차가운 물을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다.

매트리스를 둥글게 말아 가운데 물통을 꽂으면 햇빛에 데워진 물을 마시지 않아도 된다.

물을 차갑게 보관하는 방법.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목이 말라 물을 마셨는데, 미지근한 물 한모금이 넘어오면 짜증이 밀려온다. 하지만 방법이 있는가? 자전거 물통 케이지에서 햇빛에 노출된 물통은 30도 이상으로 물의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당연한데...
시원한 물을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온물병이 최고겠지만, 매트리스 등을 둥글게 말아 그 안에 꽂아두면 장시간 시원함을 유지한다. 그 외에 야외용 방석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아이템이고, 가벼운 보온물병도 좋다. 또 공간이 된다면 가방 속에 시원한 물 한통 넣어두는 것도 좋다.

자전거용 우비는 자전거를 탈 때도 편하고, 쾌적한 체온을 유지시켜 준다.

여름 비, 너무 많이 맞으면 춥다.
아무리 더운 여름이라지만, 하루 종일 내리는 비는 더위도 물러가게 하고 심지어 입술이 파랗게 질릴 정도로 춥게 만든다.
소나기가 아니라면 반드시 방수자켓을 입어 상체를 통해 열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시중에서 값싸게 파는 우비를 입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그냥 비닐 제질이어서 30분만 입고 자전거를 타면 더워서 짜증이 날 수준으로 바뀌게 되는데, 그렇다고 우비를 벗어 버릴 수도 없다. 또한 부피도 크다.
가능하면 스포츠용 우비를 사용하면 좋은데, 단점은 비싸다. 하지만 하루종일 입고 자전거를 타도 불쾌하게 덥지 않고 쾌적함을 유지해준다. 그리고 비싼만큼 부피도 크지 않아 자주 사용하지 않더라도 가지고 다니는 것이 큰 부담이 되지 않도록 되어 있다.

자주 씻자.
하루 종일 땀을 흘리고, 저녁밥을 먹고, 어느새 해가 져 버리고 나면 땀은 모두 말랐고, 끈적거림도 거의 없어지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갑자기 씻지 않아도 되는 기분으로 바뀐다. 그리고 씻을 수 있는 욕조와 세면대도 없어서 더욱 귀찮아진다.
하지만, 손과 발은 가볍게 씻어 주는 것이 좋다. 자전거 탈 때 핸들을 잡고 장갑 속에서 땀을 흘렸을 손과 신발 속에서 다리에서 흘려 내려오는 모든 땀을 받아 푹 젖어 있었던 발은 흐르는 물에 한번 쯤은 세균들을 세척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손과 발은 상처가 나거나 물집이 발생하기 쉬워 감염되기 쉬운 곳들이다.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위를 지나가는 것은 생각처럼 재미있지 않다.

여름, 자전거 여행자에게 라이딩 중에는 힘든 날이지만, 저녁에 쉴 때는 아무 곳에서나 넋 놓고 쉴 수 있어 참 좋다. 호젓한 마을 정자에 모기장 하나 펼쳐 놓고 잠을 잘 수도 있고, 하늘의 별을 보고 누워도 큰 걱정 없다.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이런 호사스러운 느낌을 받기 위해서는 적절한 준비로 낮 시간을 잘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준비 되었다면 홀연히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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