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하, 백두대간과 코리아 1300을 지나 실크로드로 간다.
에디터 : 박창민 편집장
사진 : 강수연, 박종하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장거리 바이크패킹 어드벤처 라이더로 알려진 박종하 씨는 이번 시즌 백두대간 울트라로드에 이어 바로 코리아 1300K 란도너스 이벤트에 참가하며, 단 10일 정도의 시간에 2600km를 자전거로 완주했다. 하지만, 이것은 그저 훈련과 준비 과정일 뿐, 올해 다시 한번 실크로드 마운틴레이스를 계획하는 박종하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실크로드 마운틴레이스 훈련을 위한 선택


원래는 이탈리아 디바이드와 트랜스 발칸 레이스까지 2개를 4월부터 할 예정이었어요, 그런데, 거의 2개월을 해외에 있어야 하니까 비용적으로 부담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실크로드 마운틴레이스 하나만 집중하기로 결심했고, 우리나라에서 훈련 삼아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찾아봤습니다. 그러면서, 백두대간 울트라로드와 란도너스의 코리아 1300K의 일정이 살짝 겹쳐 있더라고요, 해외 대회 참가 대신 이 2개는 훈련 삼아 괜찮겠다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훈련을 많이 못했는데, 백두대간 울트라로드와 코리아 1300K는 몸을 상하지 않으면서도 장거리 훈련으로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지난 2022년 우리나라 처음으로 실크로드 마운틴레이스 완주에 성공했던 박종하

올해 4번째 실크로드 도전을 위한 훈련으로 백두대간 울트라로드 참가

연이어 진행된 코리아 1300K 이벤트까지, 10일 정도 기간에 2600km를 소화했다.


점점 적응하며, 더 빨라진 기록


체력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어서 초반에 조금 어려울 수 있었는데요, 처음에는 페이스를 맞추는데 집중을 했습니다.  그래도, 백두대간 울트라로드는 업힐이 많다 보니, 최근에 평지를 주로 탔기 때문에 좀 힘들기는 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비해 자전거가 더 좋아지니까 확실히 차이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올해는 자이언트 TCR을 타고 나갔는데, 가볍고 업힐에도 경쾌하게 잘 나가더라고요.
기어비가 레이싱 타입이어서 업힐과 장거리에 좀 어려움이 있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스피드가 높아지면서 작년보다 더 빠른 기록으로 백두대간 울트라로드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백두대간 산맥을 따라 1300km 거리에 상승 26000m를 넘어야 하는 백두대간 울트라로드

초반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점점 적응하는 방법으로 진행

작년보다 빠른 기록은 좋은 자전거 덕분인 듯 하다.
24년 기록 - 127시간 43분 / 25년 기록 - 119시간 28분


트래커가 있다면 좋았을 텐데


해외의 장거리 대회 경우에는 트래커(실시간 위치 추적 장비)를 사용하는 곳이 많아서, 실시간으로 참가자들이 어디 있는지 알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것이 적용이 안 되어서, 오늘 조금 더 가면 앞에 라이더를 잡을 수 있을 지 없을 지 등을 판단하기 어렵죠.
이번 백두대간 울트라로드 첫 날도, 선두로 가신 분은 220km까지 갔고, 저는 160km 정도에서 잤는데, 트래커로 보고 있다면 아마 조금 더 갔을 것 같습니다. 이 정도의 차이는 끝까지 잡기가 어렵거든요.


이틀 쉬고 코리아 1300K를 갔는데?


백두대간 울트라로드를 빨리 끝내고, 이틀 푹 쉬고 코리아 1300K를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백두대간과 동일하게 1300km지만 업힐이 적어서 4일 하고 몇 시간 후에 들어갔습니다.
사실, 4일 째 완주하려고 했는데, 펑크를 수리하는 데 조금 실수를 했습니다. 튜블리스 타이어에 익숙한 편이 아니다보니, 실란트 넣은 것으로 그냥 탈 수 있었는데, 더 메꿔야 할 것 같아서 플러그를 꽂았거든요. 그런데, 그게 너무 크게 구멍이 뚫리면서 공기가 조금씩 계속 새어 나왔습니다.
나중에는 어쩔 수 없이 타이어를 새것으로 교체했는데, 그것 때문에 시간을 많이 허비했고, 5일 째 새벽 3시 정도에 결승점에 도착했습니다. 첫번째로 완주하신 분과 6시간 정도 차이가 났는데, 펑크 문제가 아니었으면 거의 잡았을 것 같기도 합니다.

백두대간 울트라로드 완주 후 바로 이어 코리아 1300K 참가


코리아 1300K 코스는?


우리나라의 거의 반을 도는 거죠. 서울에서 출발해서 첫날 강원도까지 가고, 대관령을 넘어 동해를 달리거든요. 그 다음 구주령을 넘어 안동에서 상주로 들어갑니다.
대관령 가는 길은 수월한 편인데, 동해는 업다운이 많고 바람이 변수죠. 구주령은 업힐을 계속 이어지는데 역풍이 심했고, 안동까지 계속 바람이 강했습니다. 그리고, 지방에 고속도로가 없는 지역은 자동차들이 좀 막 달리는 편이어서, 좀 부담이 되기도 했습니다.
첫 날은 숙박 예약을 하지 않고 갔었는데, 연휴가 되니까 방 값이 거의 두 배로 올라서, 버스 정류장에서 2~3시간 정도 자고 갔어요.

우리나라 거의 반을 한바퀴 도는 코스로 구성된 코리아 1300K


장거리를 타면서 신체적으로 어려운 점은?


제일 힘든 거는 손 절임이 좀 심했습니다. 그래서, 장거리를 탈 경우는 거의 다 에어로바를 다는 이유가 손을 쉬어야 하기 때문이거든요. 핸들바를 계속 잡고 있으면, 거의 손에 마비가 오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번에 사용한 자이언트 TCR은 레이싱 용도이기 때문에 빠른 것은 좋았지만, 상체가 낮아서 목 뒤도 아파오고, 어깨와 팔까지 힘든 부분도 있었습니다.

손저림이 가장 힘들고, 목과 어깨 통증도 쉽지 않다.


장거리 준비는 체계적인 경험으로 준비


1000km가 넘는 장거리 라이딩을 준비하는 분들이라면, 200km, 400km, 600km 등의 경험을 체계적으로 쌓으면 쉽게 하실 수 있습니다. 란도너스의 다양한 거리를 도전하다 보면 라이딩 거리에 따른 시간 개념이 생기거든요.
그리고, 저도 처음에는 지구력을 키우기 위해 평지 위주로 훈련을 합니다. 100km 정도의 거리를 일정한 속도로 계속 가는 훈련을 하죠.
처음부터 한 번에 100km를 타는 게 아니고 조금씩 거리를 늘려 가면서,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하는 연습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안장통에 대한 문제도 중요한데, 엉덩이가 아파서 포기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패드 크림과 같은 것에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자전거에 많이 앉아서 단련이 되어야 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하루에 5시간 6시간 이상 계속 꾸준히 타서 조금씩 몸을 올리고, 그 다음에 언덕을 조금씩 추가하는 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거리를 체계적으로 도전하다 보면, 1000km 이상의 장거리도 어렵지 않게 된다.


보급 준비는 어떻게?


사람들마다 먹는 건 조금씩 다르다고 봅니다.
우선 물은 평균적으로 많이 마셔야 하는데, 물만 마시면 땀이 많이 나니까, 물에 뉴트리션 파우더 같은 것을 섞어 마시기도 합니다. 아니면, 발포 비타민처럼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있고요.
그리고, 꾸준히 칼로리를 보충해야 하니까 빵을 먹기도 하지만, 부피 대비 칼로리가 낮아서 초코바와 같은 것을 자주 이용하는 편입니다.
식사도 중간 중간 할 수 있으면 하는 게 좋은데, 기록을 단축하고 싶다면 식사할 시간도 아깝기는 하죠. 그래도, 평균적으로 거의 세 끼 식사를 하고 중간에 계속 먹으면서 갑니다. 많이 먹어야 계속 갈 수 있거든요.
또, 식당에 가면 물을 따로 사지 않아도 되니까 편합니다. 화장실 사용도 할 수 있고, 식사 중에 조금씩 쉬는 것도 좋습니다. 신발을 벗는 식당은 사람들이 없을 때면 1시간 정도 자다가 가는 분들도 있습니다.

많이 먹어야 계속 갈 수 있다.


4번째 실크로드 마운틴레이스 참가


실크로드 마운틴레이스를 또 참가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풍경이 워낙 좋기 때문입니다. 또 올해는 코스가 거의 70% 정도 변경되었기 때문에, 가보지 못한 곳을 또 갈 수 있게 됩니다.
이번에는 하이킹 구간(걸어서 가야 하는 험로 구간)을 거의 30km 정도 한번에 넣어 놨어요. 그것 때문에 15시간을 추가로 더 주거든요. 그런데, 30km 하이킹이면 해발 4000m 넘는 곳이어서 거의 하루가 걸리는 거리입니다. 12% 정도 경사의 하이킹 구간이면, 전에 했을 때 2.5km/h 정도의 속도가 찍히더라고요. 게다가 다운힐도 위험해서 끌고 내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해발 2000m를 넘기면 나무도 없어서, 잠을 잘 장소를 찾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정상은 바람이 너무 세고, 낙석이 있는 곳도 피해야 하죠. 그런데, 해발 3000m 정도는 영하 2~3도까지 떨어지고, 해발 4000m는 바람이 불면서 영하 10도까지도 떨어집니다.

경치가 너무 멋져서 다시 찾게 되는 실크로드 마운틴레이스

히말라야 산맥에서 펼쳐지는 이 레이스는 가장 어려운 바이크패킹 대회로 꼽히고 있다.

올해는 하이킹 구간이 30km 정도가 한번에 있어서 17시간이 추가로 주어졌다.


장비 준비는 어떻게?


이번에는 한국에서 세 분이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다들 처음 참가하는 것이라서, 장비와 준비해야 할 것들을 조언하면서 조금씩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올해는 조금 더 편하게 가려고 텐트를 가져 갑니다. 처음 갔을 때 텐트를 사용했었고, 그 다음에는 모두 비비색을 사용했거든요. 비가 안 오고 거리가 짧을 때는 비비색도 괜찮은데, 실크로드 마운틴레이스 참가자의 70% 정도는 텐트를 사용하는 편입니다.
그러니까, 쉴 때 편하게 쉬고, 텐트에서는 옷도 벗고 잘 수 있으니까요. 또 바람이 불면 식사 할 때도 텐트가 편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라운트 시트와 팩 포함 1.2kg의 초경량 텐트로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짧은 거리에는 등에 메는 물백을 하는 것도 좋은데, 실크로드 마운틴레이스는 하이킹 구간이 너무 많으니까 어깨에 메고 가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자전거 프레임에 장착하는 물통을 준비했는데, 호주의 크랭크탱크라는 4리터 물통 제품을 구매해서 지금 오고 있습니다.

바이크패킹 대회는 장비의 준비가 만만치 않다.


실크로드 마운틴레이스 일정은?


이번에는 7월 22일 파키스탄으로 들어가요. 네이버 자전거 여행 카페 분들이 그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싶어해서, 제가 코스를 만들고 가이드 겸해서 같이 갈 계획입니다.
저도 미리 가서 고도 적응 훈련을 하는 건데, 보통은 최소한 1주일 전에 와서 해발 3000m 이상 높이에서 2~3일 정도 자고 내려 옵니다.

대회는 첫 날 출발해서 바로 해발 3700m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미리 고도 적응을 해야 문제가 없습니다.
처음 갔을 때도, 밤 12시에 출발했거든요. 그날 밤 8시에 해발 4000m를 넘어 버려서, 그 구간에서 1km를 자전거를 끌고 가는 데 몇 시간이 걸렸어요. 사람들은 거의 50m 끌고 가서 주저 앉아 버릴 정도였거든요.

레이스는 8월에 열리고, 하루에 200km 정도를 가야 하는데, 도로를 생각하면 거의 최소 250~300km 이상을 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게 하루 정도는 할 수 있는데, 거의 10일 동안 해야 하니까 쉽지 않죠.
오히려, 처음보다 3~4일 정도 지났을 때 좀 나아지는 느낌이 나기도 하는데, 타다 보면 좀 잘 나가는 시간대가 있거든요. 그럴 때 조금 더 달려서 거리를 당기곤 하죠.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안전하게 돌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국에서 처음 가시는 분들과 같이 완주를 하면 좋겠지만, 못 하더라도 다치지 않고 잘 마무리 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관련 웹사이트
백두대간 울트라로드 : http://wpur.kr/
코리아 란도너스 : http://www.korearandonneurs.kr/
실크로드 마운틴레이스 : https://www.themountainraces.cc/silk-road-mountain-r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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