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 따라 캠핑 여행, 금사-광진교
에디터 : 쇠말패

자전거여행에서도 캠핑여행은 더 자유할 수 있는 여행이다.
잠자리와 먹거리를 갖고 다니며 캠핑여행을 하는 것은 남의 집에 자고, 음식을 사 먹으며 여행하는 것보다 훨씬 자유한다. 내가 잠 자고 싶은 곳에 잘 수 있고, 먹고 싶은 것을 제 때에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이번 남한강따라가기 여행은 영월에서 서울까지 네 번의 캠핑이 있었다. 밤마다 강가에서 잤다. 막 돋아나는 새싹과 꽃, 봄에 태어나는 새들과 물고기, 물소리와 바람을 품고 잠을 잤다. 헝겊 한 장의 두께로 집을 짓고 나서 세상의 모든 소리를 귀로 들으며 잠을 자는 것은 두꺼운 벽돌로 벽을 친 주택에서 자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소리와 냄새를 느끼며 사는 것이었다. 자연에  다가갈 수 있는 한 다가가는 삶이었다.
산다는 것은 어느 것 하나도 자연이 아닌 것이 없다.



캠핑여행이라는 나그네의 삶은 인생의 요약판이다.
검소와 소박 그리고 겸손으로 요약된 삶의 표본이다. 자전거트레일러라는 짐발이는 아주 작아서 많은 것을 실을 수 없다. 혹시 공간이 남는다고 하여도 중량을 줄여야하기 때문에 실용적이지 않은 짐은 모두 버려야 한다. 자연적인 생존에 꼭 필요한 물건을 제외한 나머지는 사치품이다. 명예보다 한 끼 밥과 마실 물이 더 소중해지는 것이 캠핑여행이다. 이런 경험은 나를 나에게 이르게하는 길을 가르쳐 주었다.
배고픈 나와 배부른 나는 둘이 아니지만 같은 나도 아니란 걸 배운다.

여행은 어디로 가느냐보다 누구와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좋은 생각으로 떠난 여행도 동행에 따라 나쁜 여행으로 몸서리칠 수 있다. 여행의 불편한 진실 중의 하나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함께 간 친구들에게 밤마다 감사해야 했다. 20년이 넘게 산사람의 우정을 함께 나누었던 보라매와 산장지기는 두 말 할 것도 없이 든든한 파트너이다. 산에서 얻고 배운 많은 경험으로 여행을 짜임새있게 해 주었다. 이웃에 사는 바람개비님은 언제 보아도 밝은 모습이다. 여행의 여유를 더 밝게 해 주었다. 지난 여름에 자전거여행 중에 처음 만난 오이쨈님은 배려심 뒤에 윗트와 유모어를 숨겨 둔 노장이다. 오이쨈님은 단숨에 사람을 끼쁘게 하는 재주가 있다. 만난지 반 년 밖에 안되지만 인디고뱅크는 50대 중반인데도 막내의 소임을 타박없이 잘도 해낸다. 설거지와 쓰레기 치우는 일도 그를 만나면 연극처럼 명품이 되었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처음 만나게 된 하비님은 많은 우려를 씻고 여자대원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소임을 빈틈없이 해 주었다. 김남중님은 기자로 동행취재를 위해 참여하였지만 대원 못지않게 험한 구간을 잘 달려 주어 나를 놀라게 했다.
남한강을 따라가는 아름다운 자전거여행 길에 행복생산 공장에서 온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이다. 그들과 함께한 이번 여행은 오래오래 잊지 못 할 것이다.


금빛 모래가 강변에 깔려있어서 금사라고 불리운 금사면 이포리에서 마지막 캠핑을 끝냈다.
쌀도 알맞게 준비하여 아침밥을 지으며 떨어졌다. 조금 씩 남은 반찬은 모두 장아찌 종류였다.
텐트의 물기가 말려지기를 기다려 마지막 짐싸기를 한다. 첫 날보다 짐싸는 솜씨도 좋아졌다. 다들 손놀림이 가볍다. 가족이 가까워진 때문이리라!

아침 9시에 이포를 출발하였다.
구름이 약간 낀 맑은 날이다. 자전거타기에 딱이다. 88번지방도로를 타고 강상에 도착하였다. 팔당호를 끼고 양평으로 가는 길과 남종면으로 가는 갈림길이 있었다. 양평으로 가는 길을 택하였다. 양수리에서 해장국으로 점심을 먹었다.
양수리에서 북한강을 만난 물은 팔당호에 모여 한강으로 댐을 타고 넘는다. 한강이 된 것이다.
낮아지고 비울 수록 채워지는 이치는 한강이 보여준다.

팔당댐을 지나자 바람개비님이 눈물을 흘린다.
"전에는 여행을 하면서 아이들이 보고 싶었는데, 이번에는 남편이 보고 싶어요!" 40대 초반의 바람개비님 말이다.
그녀의 여행은 성공이다. 나의 여행이 성공이었듯이 그녀도, 아니 우리 모두 이번 여행을 성공시킨 것이었다.



팔당대교를 지나자마자 한강자전거길을 탔다.
눈에 익고, 가슴에 버릇처럼 익숙한 길이다. 한강이다. 가슴에도 한강이 서서히 흐르고 있었다.
오후 5시 경에 광진교에 닿았다. 기념 촬영을 하고 나서 가벼운 해단식을 가졌다. 시민 휴식 공간으로 꾸며진 광진교 북단에 앉아 맥주를 한 캔 씩 마시는 걸로 하였다.
보라매는 안양으로 향해 떠났다. 나머지는 구리에서 저녁을 먹고 바람처럼과 야생마님이 제공한 차량 편으로 무림리까지 왔다가 모두 귀가하였다. 인천에서 아들 윤구가 구리까지 찾아와 마중을 해 주었다.

이번 여행에서 자전거로 달린 거리는 약 320km이다.
자전거여행은 도전이라기 보다 그저 충동으로 떠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지도 읽는 법은 꼭 알아 두어야 한다. 캠핑 기술도 여행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여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남한강따라가기" 이 길은 1년 내내 자전거여행 코스로 좋을 곳이다. 야영이 아니라면 3일 정도로 종주할 수 있는 거리이다. 영월부터 충주까지는 풍경이 좋고 차량통행이 뜸하여 자전거여행에 추천하고 싶은 길이다.


자전거캠핑 여행은 평소와 달리 많은 짐을 실어날라야 한다.
나는 1996년에 처음으로 자전거트레일러를 끌고 호주대륙을 횡단한 경험이 있다. 약 두 달간 5천km를 달렸다. 그 이후 나는 장거리 여행에는 트레일러가 짐을 운반하는 수단으로 가장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얼마 후 밥야크 외발 트레일러를 사용해 보았으나 트레일러가 자전거를 흔드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아서 두 바퀴 트레일러를 선호하게 되었다. 작년에 남해안 횡단을 하면서 트리스탄과 산장지기님이 Burley사에서 출시한 화물운반용 자전거트레일러 모델 Nomad를 사용하였다. 그 때 경험한 신뢰가 쌓여 우리 쇠말패에서는 Nomad를 공식 트레일러로 인정하고 공동구매하게 되었다. 이번에 사용한 짐발이도 당연히 Nomad이다. 짐을 싣거나 내리기가 쉽고 구조도 튼튼하다. 짐칸 위에 설치된 랙에는 폼메트리스같은 가볍고 부피가 큰 짐을 올려 놓을 수 있다. 자전거와 끌대를 연결하는 조인트가 특수재질로 만들어져 부드러우면서도 유격이 없기 때문에 자전거와 트레일러 간의 일체감을 갖게 한 것도 장점이다. 패니어를 쓸 때보다 짐을 넉넉하게 실을 수 있다. 분위기 또한 낭만적이다. 낭만과 행복을 함께 실어나를 수 있어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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