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동안 생긴 일
에디터 : 최용석

1월 23일 손까치(Sonkach)-인도르(Indore) : 88km

출발하고 얼마 안돼서 NH3도로를 만났다. 어디에서도 지도상의 NH86은 찾을 수 없었다. 인도에 살고 있던 친구에게 부탁해서 구한, 가장 자세한 도로 지도이다. 하지만 변화하고 있는 인도에서 지도 책 한 권이 내게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는 듯 하다. 내가 직접 경험하고 느끼는 것만이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책 한 권 보다 좋은 자료가 되리라.

쉬는 시간에 만난 짜이 가게 식구들

부모님을 돕는 모습이 예뻐서 함께 풍선으로 강아지를 만들어 주었다.

아침부터 좁은 도로를 달린다. 인도의 중심에 위치한 거대도시 보팔에서 쏟아져 나오는 차량들과, 비즈니스의 중심지이자 교육의 도시로써 부상하고 있는 인도르에서 부지런히 달려온 차량들이 이곳의 좁은 도로에서 만났다. 이 도로는 이미 물 샐 틈이 없어 보인다.
복잡한 도로에서 거대한 차들의 존재감에 압박 받으며 주행하기를 계속. 그러던 중, 성민이에게 전화가 왔다. 성광이의 자전거에 펑크가 났다는 것. 자주 있는 일이라서 선두에 있던 나와 혜진, 정환이는 오늘의 목적지인 바와(Barwha)로 가는 갈림길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남쪽으로 갈 수록 하루가 다르게 더위의 강도가 심해지고 있다. 오늘도 뜨거운 공기와 강한 햇살에 살갗이 익어가고 있다.

30분이 지났을까. 도로 저편 멀찍하게 성광이와 성민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글거리는 도로 위를 힘겹게 달려온다. 둘 다 표정이 좋지 않다.
"무슨 일 있었어? 표정이 왜 다들 썩어 있는 거야?"

성광이와 성민이

30분 전..
성광이의 자전거 바퀴 펑크. 뜨거운 햇살아래서 성광이의 펑크를 때운 뒤 출발.
그런데 성민이의 자전거에서 고정되어 있지 않던 스탠드가 빠져 나오면서 뒷 바퀴 스포크와 충돌.
두 개의 스포크 절단.
간신히 자전거를 수습한 뒤, 출발.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성광이 넘어짐.
몇 일전 힘들게 용접해 놓은 짐받이가 다시 부러짐.....
서로 지친 상황에서 의견충돌로 가벼운 다툼 발생.
둘 다 썩은 표정으로 이곳에 도착.

짧은 시간에 정말 다양한 일들이 일어났다. 성민이의 스포크 절단과 성광이의 짐받이 문제. 둘 다 쉽게 수리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여행 중 자신과 한 몸이 되어서 달리고 있는 자전거가 계속 부상에 시달려서 그런지, 특히 성광이는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많이 지쳐 보인다. 둘 다 얼굴이 빨갛게 익어있다. 성광이는 많이 예민해져서 간혹 가다 짜증까지 부린다.

확실한 체력 보충 방법 - 먹고 나서 자기!

우선은 휴식이 필요하다. 밥을 먹은 뒤 자전거를 고치기로 한다. 가까이 있는 다바(간이 음식점)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음식을 주문했다. 음식 상태가 별로였는데도 불구하고 모두 배가 고팠는지, 아니면 살기 위해서 억지로 먹고 있는 것인지, 가시적인 성과로서 테이블은 금새 초토화 되었다.
식당 주변으로 다행히 자전거 가게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성민이와 정환이에게 자전거를 고치러 가도록 지시. 성광이와 나는 잠시 대화를 나눈다.

준비 없이 갑작스런 여행 참여에 달리는 체력과 잦은 넘어짐, 게다가 자전거까지 말썽을 부리니 스스로 많이 힘들어 한다. 누구든지 성광이의 입장이었다면 똑같이 힘들었으리라. 하지만 중요한 것은 상황에 대한 태도였다. 스스로를 못 이기고 짜증내는 모습이 가끔 보인다.
"니가 힘들다고 짜증내고 표정 구기고 있으면, 내가 니 눈치 살피면서 여행해야겠냐? 다섯 명이 매일 함께 생활하는데, 한 명이 짜증내는 것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신경 쓰는 건  생각 안 해봤나?"
남자답게 모든 일에 담담한 마음으로 대응하라고 타일렀다.
그런데, 내가 너무 과격하게 말한 것인가. 스스로가 너무 답답해서였을까. 눈물을 보인다.
'이 자식. 감정선이 굵은 놈이다.'

성민이의 스포크는 근처 자전거 가게에서 고칠 수 있었다. 하지만 성광이의 짐받이는 도무지 구할 수가 없다. 다시 한번 용접을 하는 것은 미봉책일 뿐이다. 결국 우리는 성광이의 짐을 나눠 들고 목적지를 바꿔서 인도르로 들어간다. 계획상으로는 지나가는 도시였지만 도시 규모가 규모인 만큼 제대로 된 짐받이를 구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가지고 인도르 도심으로 출발!

인도르는 지금까지 봐온 인도의 어느 도시보다 많은 건물들을 건설 중에 있었다. 건설 중인 건물들도 일반 아파트부터 시작해서 주상복합단지, 고급 휴양 시설 등 굉장한 퀄리티를 상징하는 것들 뿐 이었다. 10km정도에 걸쳐서 수많은 건물들이 건축 막바지에 있었다. 향후 1~2년 뒤에 인도르의 모습이 너무 기대된다. 또한 이와 같이 인도의 부분적인 발전이 언젠가는 인도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지리라는 기대도 동시에 가져 본다.

한적했던 인도르 외곽의 도로와는 달리 인도르 내부는 델리 이상의 아비규환이다. 우리는 이 아비규환을 뚫고서 15km를 전진해서 숙소를 잡고, 성광이의 자전거에 맞는 짐받이까지 구함으로써 내일의 주행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좋은 짐받이는 아니지만 여행을 마치기 까지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

하루하루가 일희일비의 연속이다. 그 속에서 모두들 자신의 숨겨진 모습을 들어내기도 하고, 남과 다른 모습에 스스로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소중한 시간을 함께한 친구들에게 자연스럽게 마음을 연다.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서 목적지에 가까워 질수록, 완주에 대한 기대에 설레기도 하지만, 소중한 이 시간들이 끝나가고 있음에 아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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