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야 돼? 타지 말아야 해?
에디터 : 김수기 기자

이동수단으로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은 개인의 의지에 따라 이용 여부가 크게 좌우한다.
수도권만 해도 대중교통이 거미줄처럼 짜여 있어 굳이 자전거를 타면서 땀을 흘리고, 힘이 드는 중노동(?)을 할 이유가 없다. 더욱이 일반도로를 이용하게 되면 안전에 위협을 느끼기까지 한다.
자전거를 타면서 느낄 수 있는 상쾌함과 건강을 지키고, 환경을 살리는 데 한몫했다는 자부심을 얻는 것이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자전거인에게는 큰 의미를 가진다.

정부에서는 녹색성장, 친환경, 저탄소를 외치며 국민들이 자전거를 이용하도록 정책을 만들고,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다만 정부의 노력을 100% 체감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오히려 국민의 세금을 허투루 사용한다고 비판받고 있다.
자전거를 위한 정책이 오히려 자전거를 눈엣가시로 만들고 있다. 요즘 자전거를 타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아리송하기까지 하다.


- 애물단지 자전거도로
국내 특히 차도에 설치된 자전거도로의 문제점은 자동차와 자전거 모두 불편하다는 것이다. 경계석으로 차도와 분리된 자전거도로는 자전거가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으나 자전거도로에 쌓인 각종 오물을 신속하게 치울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겨울철 차도와 인도에 쌓인 눈은 자전거도로에 모인다.
경계석 없이 차선으로 구분해 놓은 자전거도로는 주정차하는 자동차로 자전거 이용자는 곡예운전을 해야 한다. 자동차 운전자는 가뜩이나 막히는 도로인데 차로까지 줄여 더 막힌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자전거도로는 국민의 세금을 잡아먹는 낭비의 주범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 이는 인천시의 자전거도로 철거 뉴스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자전거 이용자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고, 자전거도로를 만들면 시민들이 어련히 알아서 타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을 했나보다.

자전거 이용자 수는 적고, 교통체증만 일으키는
자전거도로는 자전거나 자동차에게 불편할 뿐이다.

사실 사람들이 자전거로 도로를 타니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도로가 위험하기 때문이다. 
자전거로 도로를 다니면 '왜 자전거가 도로로 나오냐'고 항의하는 자동차 운전자가 아직 많다. 운전면허시험을 벼락치기로 공부한 운전자가 많다. 필기 시험 합격 점수를 대폭 올려야 하지 않을까?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차마에 해당하여 도로의 가장 바깥쪽 차로로 운행을 하도록 되어 있다.

자전거 선진국의 사례를 국내에 도입하기에는 국내 여건 상 어려움이 많다. 그들의 양보가 몸에 베인 운전습관과 자전거에 대한 인식이 국내와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자전거가 통행하는 차로는 가장 바깥에 위치하고 있고, 버스 정류장과 택시 승강장, 주정차된 자동차가 혼재되어 있다. 가장 바깥쪽 차로가 버스전용차로인 경우에 자전거는 법적으로 운행해서는 안된다. 자전거 이용자를 살벌한 차로로 내모는 것이다.
과연 자동차와 자전거가 도로를 공유하면서 빠르고,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자전거도로 건설 비용을 최소화하고, 교통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한 가지 방법을 제안해본다.
바로 가장 바깥쪽 차로를 '자전거 보호 차로'로 설정하여 자동차와 자전거가 다 같이 이용하는 방법이다. 자전거를 보호하기 위해서 '자전거 보호 차로'는 최고속도를 30km로 제한한다. '자전거 보호 차로'의 도로폭은 자동차가 자전거를 앞지르기를 할 때 차로를 바꾸지 않고, 편히 할 수 있도록 기존 차로보다 더 넓게 한다.
다만 교차로 우회전 차량과의 충돌, 제한속도를 얼마만큼 지키느냐, 차로가 적은 도로에서는 적용하기 힘든 점 등 단점도 있다. 

해외의 자전거도로를 따라하기에는 국내 현실 상 어렵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제일 바깥 차선을 자전거보호 차선으로 정하고, 제한속도를 정해 이용한다면 어떨까?


2009년 서울시 자동차 통행속도는 전체 평균은 24km/h, 도심은 16km/h이다. 꽉 막힌 도로, 도로를 넓히고, 늘리는 것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한계에 다다랐다. 자동차 이용을 줄이기 위해 교통혼잡비 징수, 5부제 실시만으로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자전거가 자동차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도로에서 자전거가 안전하게 탈 수 있는 환경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수 없다. 정부는 시민, 전문가, 관련기관 등의 다양한 의견을 꾸준히 수렴하고, 우리나라에 적합한 자전거도로 정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 내 자전거를 안전하게
어떻게든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하더라도 자전거를 이용하는 데 걸림돌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자전거를 안전하게 보관하기다. 옥외에 자전거주차대가 많이 있지만 자전거 절도로부터 안전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사무실 한켠에 주차하자니 건물 관리인과 마찰이 생기고, 직장 상사의 눈치가 보인다.
자전거 보관에 관한 한가지 대안을 제시해 본다.
서울 몇몇 지하철역에는 자전거 보관함이 설치되어 있다. 이런 밀폐형 보관함은 도난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다만 설치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종합운동장역에 설치된 밀폐형 자전거 보관함
가장 안전한 방법이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아날로그적인 방법이지만 지하철역의 유휴공간을 자전거 보관소로 만들고, 상주인력을 투입하여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라 이용자가 일정 비용을 내도록 하고, 그 수입을 상주 인력의 인건비로 활용하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아니면 정부의 공공근로 인력을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지하철 역사내의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자전거 보관소를 설치하여 관리자가 관리하게 한다면
보관의 안전성도 올릴 수 있고, 일자리와 부대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다.

자전거 이용자는 정부가 방치자전거 주차대로 몰락해버린 야외 자전거주차대를 만드는 예산을 더욱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시설에 투자하기를 학수고대한다.


- 정장을 입고 자전거를 탈 수는 없잖아?
자전거 이용의 두번째 걸림돌은 바로 '씻을 곳'이다.
근무하는 곳에 샤워시설이 있거나 저렴한 사우나, 헬스클럽이 있으면 다행이고, 화장실에서 젖은 수건으로 대충 몸만 딲을 수만 있다하더라고 감지덕지다. 

여의나루역 3번출구에 있는 여의도안내센터에는 무료샤워시설이 있다.
이런 시설이 곳곳에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사진이 들어간 신분증만 있으면 여의도안내센터의 샤워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자출족들은 근무지 주위의 주민센터나 사우나, 헬스클럽 등에서 샤워를 해결한다. 몇몇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헬스클럽은 이용료가 상당히 저렴하지만 접수 대기인원이 많아 등록을 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헬스클럽은 시설은 좋지만 비용이 적지 않게 들어간다. 그렇다고 회사에 샤워실을 만들어 달라고 애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치구에서 자출족을 위해 사무실 밀집 지역의 샤워시설과 협의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거나 지하철역사내 보관시설과 연계해 샤워시설을 만드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 자전거 홍보 및 관련 법안 정비 
도로에서 자전거를 위협하는 것은 자동차다. 자동차 운전자가 자전거를 배려하지 않고, 오히려 차도에서 자전거를 탄다고 윽박지르는 경우도 있다. 자전거도 규정에 맞다면 도로에서 운행해도 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홍보가 필요하다.
자동차면허 필기 시험에는 자전거 관련 문항을 항상 출제하고, 도로주행시험에서는 자전거 이용자를 배치해 이에 대한 대응을 평가하도록 해 자전거에 대한 거부감을 줄였으면 한다.
또 라디오 시보나 교통정보안내에 도로에서 자전거를 보호하자는 취지의 홍보내용을 계속 전달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
정부는 기업체에서 자전거 출퇴근을 장려하도록 위에서 언급한 내용에 대한 지원방안(인프라, 보관소, 샤워시설 등)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 산악자전거가 산에 못간다?
인터넷 자전거 카페에 보면 종종 'XX산 산악자전거 출입 금지'에 관한 글이 올라온다. 산입구에 이런 현수막이나 푯말이 걸려 있어 산악자전거 동호인들의 볼멘소리가 많다. 출입 금지나 통제에 대한 근거로는 '산림훼손'과 '등산객과의 인사사고'가 대표적이다. 산악자전거 본연의 사용목적에 따라 산에 가는 것이 마치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처럼 보는 시각이 안타깝다.

사람과 자전거가 함께 산을 즐길 수는 없을까?
(사진출처: 마포상암자전거동호회 네이버 카페)


기자가 서울에 소재하는 산에 대해 서울시 관련부서에 문의를 해봤다.
서울에 있는 모든 산은 국립공원(북한산) 또는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되어 있고, 해당법인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관리가 된다고 한다.
이 법의 49조를 보면 '누구든지 도시공원 또는 녹지 안에서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 공원시설을 훼손하는 행위
- 나무를 훼손하거나 이물질을 주입하여 나무를 말라죽게 하는 행위
- 그 밖에 도시공원 또는 녹지의 관리에 현저한 장애가 되는 행위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행위'

이에 대한 54조 벌칙으로  '제49조제1항제1호의 규정을 위반하여 공원시설을 훼손한 자'에 대해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산악자전거에 의한 산림훼손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었고, 등산객에 비한다면 월등히 적은 숫자에 불과한 자전거에 대해 산림훼손의 주범이라고 지목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 몇몇 동호인이 구청에 민원을 넣어 출입금지 현수막을 철거하거나 문구를 '자제'로 바꾸는 성과(?)를 얻었다.
다만 등산객과의 충돌사고는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산에서 자전거를 타는 라이더의 주의가 필요하다. 몇몇 몰지각한 라이더 때문에 매너를 지키면서 산을 타는 라이더까지 싸잡아 욕을 먹을 수 있다.
자치구에서는 산악자전거 라이더의 주의를 환기시킬 수 있는 안전푯말을 설치하고, MTB를 위한 산악라이딩 코스를 만드는 것도 고려했으면 한다.



이제 6월 중순이지만 낮기온은 30도를 넘어 폭염주의보까지 내렸다. 몇년 전부터 더위와 호우, 폭설 등 한국 날씨답지 않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10년 전과는 전혀 다른 한국의 기후를 보면 환경에 대한 걱정이 조금은 든다. 우리의 자녀나 손녀손자가 자랄 때에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자전거 타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자전거를 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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