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교통에서 밀려나는 자전거, 모빌리티 역설의 한국
에디터 : 정이현 기자

최근 공항철도가 일반 자전거의 휴대 승차를 전면 금지했다. 기존에 허용되던 주말과 공휴일마저 차단된 이번 조치는 자전거 이용자들에게 단순한 불편을 넘어, 국가 모빌리티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탄소중립과 친환경 이동수단을 강조하는 미사여구 이면에 자리 잡은 '규제 중심의 편의주의'가 노골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항철도 전면 금지의 배경: 안전과 효율의 충돌


공항철도 측이 내세운 핵심 명분은 '이용객 급증에 따른 안전사고 예방'이다.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이 회복세에 접어들고 캐리어를 소지한 승객이 늘어남에 따라, 부피가 큰 자전거가 열차 내 혼잡도를 가중시키고 전도 사고의 위험을 높인다는 논리다.

물론 고속으로 주행하는 열차 내에서 고정되지 않은 자전거가 흉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예컨대 자전거 전용 거치대 확충이나 예약제 도입 등—에 대한 진지한 검토 없이 '전면 금지'라는 행정 편의적 결론에 도달한 점은 유감스럽다.
이는 공공교통의 연계성을 스스로 끊어버리는 자가당착이다.

게다가, 자전거를 비행기에 싣기 위해서 케이스에 넣어야 하는데, 휴대 승차 케이스의 크기를 가로+세로+높이 2m 이내로 규정하여, 일반적인 자전거 케이스는 휴대 승차가 불가하다. 자전거를 가지고 해외로 가려면 무조건 승용차가 택시를 이용하라는 의미로 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

비행기 탑승을 위한 자전거 케이스조차도 공항철도 휴대승차가 불가한 상태다.


확산되는 자전거 배제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비단 철도뿐만이 아니다. 최근 서울숲 산책로의 보행자 전용로 지정 및 자전거 통행 금지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자전거를 '이동 수단'이 아닌 '관리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자체들은 전기자전거 구입 보조금을 살포하며 이용 확대를 장려하지만, 정작 자전거가 달리고 머물 곳은 점차 좁아지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모순은 자전거를 독립된 이동수단이 아닌,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자동차의 흐름을 방해하는 '불편한 존재'로 규정하는 데서 기인한다. 자전거 전용 도로는 여전히 분절적이며, 대중교통과의 연계는 이처럼 규제의 벽에 막혀 있다.


규제를 넘어 '멀티모달(Multi-modal)' 시스템으로


진정한 모빌리티 혁신은 특정 수단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이동 수단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멀티모달' 환경 구축에 있다.
자전거는 '라스트 마일(Last Mile, 최종 근거리 접근)'을 책임지는 핵심 수단이다. 공공철도와 자전거의 결합은 승용차 이용을 억제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유럽의 주요 도시들이 열차 내 자전거 전용 칸을 운영하고, 자전거 휴대 승차를 당연한 권리로 보장하는 이유는 그것이 사회 전체의 교통 비용을 줄이는 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정책은 자전거를 레저 수단으로만 한정 짓고, 교통 혼잡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퇴출해야 할 대상으로 취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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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이라는 전지전능한 명분


국내 철도 운영사들이 자전거 휴대 승차와 자전거의 수직 이동 설비(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이용을 금지하는 논리는 명쾌하다.
‘안전’과 ‘교통약자 보호’다. 자전거와 같이 큰 짐을 휴대할 때 발생 가능한 안전 사고, 에스컬레이터에서의 전도 사고 위험, 그리고 엘리베이터 내 공간 점유로 인한 교통약자의 불편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 발생하는 의문은, 과연 '금지'가 유일한 해법인가 하는 점이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사용하지 못하는 현재 상황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를 해보자.
현재 대다수 역사의 자전거 이동 대안은 계단 끝자락에 설치된 좁은 경사로뿐이다. 무거운 전기자전거를 끌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행위 자체가 또 다른 안전사고의 잠재적 요인이 된다는 점은 간과되고 있다.
이는 운영사 측이 사고 발생 시의 법적 책임(Liability)을 회피하기 위해 이용자의 물리적 고충을 방치하는 '행정 편의주의'적 접근이라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자전거의 엘리베이터 이용을 권장하며 정책 방향을 수정하고 있지만, 여전히 자전거 휴대는 어려움을 겪는 것이 사실이다.

무조건적인 허용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상황에 맞는 '정교한 관리'다.
신설 역사의 경우 설계 단계부터 자전거를 포함한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수직 이동 동선을 별도로 확보해야 한다. 기존 역사는 센서 기술을 활용한 자전거 전용 자동 경사로나 리프트를 도입하여 보행자와의 동선 충돌을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우는 자전거를 안전하게 에스컬레이터에서 사용하는 방법 등을 교육으로 안내하며, 전기자전거 이용자들도 철도와의 연계 가능성을 더욱 높이려고 노력한다.

효용성이 떨어지는 계단 경사로도 교통약자 보행 안전의 이유로 철거되는 경우가 많다.


공존을 위한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자전거는 더 이상 레저용 장난감이 아니다. 도시의 혼잡을 줄이고 지구를 살리는 실질적인 교통수단이다.
이곳저곳에서 탁상행정다운 명분으로 자전거를 밀어내는 것은, 모빌리티 혁신이라는 거창한 구호 뒤에서 구시대적인 규제에 안주하는 모습과 다름없다.
'금지'는 가장 쉬운 선택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많은 정책 담당자들이 그 방법을 선택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덜 불편한 '민주화'라는 명분으로 다양성을 배재하는 결정이 되고 있다.

이제는 '무엇을 금지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공존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자전거의 이동에 대한 권리는 단순히 자전거 이용자의 편의를 넘어, 진정한 차세대 도시로 나아가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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