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모나 용평 UCI MTB 월드컵, 아시아 MTB 새로운 지평을 열다.
에디터 : 이소진 기자
사진 : 박창민 편집장, 오규찬

역사적인 아시아 최초의 크로스컨트리 월드컵이자 25년 만의 다운힐 월드컵 귀환

지난 2026년 5월 1일부터 3일까지 강원도 평창 모나 용평에서 열린 ‘2026 WHOOP UCI 산악자전거(MTB) 월드시리즈’ 개막전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UCI 역사상 아시아 대륙에서 최초로 개최된 크로스컨트리 올림픽(XCO) 및 쇼트트랙(XCC) 월드컵이자, 다운힐(DHI) 종목으로는 일본에서 열린 대회 이후 25년 만에 아시아로 돌아온 기념비적인 레이스였다.


극한의 환경이 만들어낸 드라마


이번 레이스의 가장 큰 변수는 궂은 날씨와 예측 불가능한 노면 상태였다. 일요일에 내린 폭우로 인해 크로스컨트리(XCO) 코스는 거대한 진흙탕으로 변했고, 가파른 오르막에서는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야 하는 '하이크어바이크(Hike-a-bike)' 상황이 속출했다.

누구도 달리지 않았던 다운힐 코스는 매우 느슨하고 변화가 심해 쉽지 않았다.

비가 내린 일요일 XCO 라이딩은 진흙 싸움으로 이어졌다.

크로스컨트리 (XCO/XCC):
여자 엘리트 부문에서는 시나 프라이(Sina Frei)가 XCC와 XCO를 모두 석권하는 '더블 월드컵'을 달성했다. 극악의 진흙탕 속에서 치러진 XCO 결승에서는 마지막 랩까지 제니 리스베즈(Jenny Rissveds)와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남자 엘리트 XCO에서는 스위스의 다리오 릴로(Dario Lillo)가 데뷔 첫 엘리트 우승을 거머쥐었으며, 진흙 배출에 유리한 캐논데일의 '레프티 포크(Leftie Fork)'를 장착한 루카 마틴 등 캐논데일 팩토리 레이싱 선수들이 장비의 이점을 톡톡히 누리며 포디움에 올랐다.

XCC 첫 개막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시나 프라이(18) 선수

XCC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이비 리차즈(13번) 선수는 스프린트 경쟁에서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시나 프라이 선수는 XCO까지 우승컵을 안으며, 2관왕에 올랐다.

XCC 남자 엘리트

XCC 남자 엘리트 우승을 차지한 마티스 아자로 선수

남자 XCO 출발

다리오 릴로 선수는 초반부터 선두를 지키며 첫 월드컵 XCO 우승을 차지했다.


다운힐 (DHI):
다운힐 코스는 다져지지 않은 푸석푸석한 노면과 까다로운 오프캠버(역경사) 숲 구간으로 구성되었다.
남자 엘리트 부문에서는 무대에 첫 데뷔한 루키 아사 버멧(Asa Vermette)이 기량을 발휘하며 우승을 차지해 전 세계 팬들을 열광시켰다. 반면 디펜딩 챔피언 잭슨 골드스톤(Jackson Goldstone)과 강력한 우승 후보 아마우리 피에론(Amaury Pierron)은 결승선 부근 숲 구간에서 슬립다운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여자 엘리트에서는 발리 횔(Vali Höll)이 극심한 코스 난이도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계산되고 침착한 주행으로 정상에 올랐다.

낯선 코스에서도 월드챔피언 발리 횔 선수가 여자 엘리트 우승을 차지했다.

아사 버멧 선수는 엘리트 데뷔 무대에서 압도적인 기량으로 우승컵을 안으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최신 트렌드 코스 설계와 참가자들의 생생한 반응


모나 용평의 코스는 선수들에게 사전에 공개되지 않은 ‘블라인드 레이스’에 가까웠다. 사전 코스 답사가 불가능했던 완전히 새로운 트랙에 대해 글로벌 최상급 라이더들은 당혹감과 찬사를 동시에 보냈다.

발리 횔은 “지금까지 타본 트랙 중 가장 고전했다. 엔듀로(Enduro) 레이스처럼 인내심을 가지고 타야 했다”며 코스의 기술적 난이도를 평가했다. 반면 제니 리스베즈는 “월드컵 캘린더에 새로운 장소와 변화가 생기는 것은 언제나 긍정적”이라며 아시아 무대 데뷔를 반겼다.

해외 미디어와 글로벌 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핑크바이크(Pinkbike) 등 글로벌 주요 MTB 매체들은 용평의 가파르고 거친 산악 지형을 극찬했으며, 특히 예측 불가능한 진흙탕 레이스와 루키들의 반란이 결합되어 역대 최고 수준의 개막전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국내 참가자와 갤러리들 역시 세계 최정상급 라이더들의 펌핑 트랙 공략과 월드클래스 선수들의 라인 초이스를 눈앞에서 목격하며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다만, 현장 셔틀 버스 및 주차 등 관람객 동선과 다국어 안내 인프라 부문에서는 향후 개선이 필요하다는 피드백도 존재했다.


캐니언 CLLCTV 팩토리 DH 팀과의 대회 후 인터뷰


다운힐 대회가 끝난 후, Canyon CLLCTV Factory DH 팀의 대표 선수인 트로이 브로스넌과 마린 카비루, 그리고 매니저인 게이브 폭스를 만나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트로이 브로스넌: (질문) 코스 평가 및 공략 방법에 대해

013A7597.jpg월드컵 DH 다수 포디엄, 8회 호주 내셔널 챔피언 등을 기록한 트로이 브로스넌 선수

새로운 개최국, 낯선 베뉴(Venue)와 트랙에 빠르게 적응하며 고속 주행을 이끌어내는 과정은 항상 까다롭다. 코스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최적의 주행 라인을 찾아 공략하는 데 집중했지만, 매 런(Run)마다 노면이 깊게 파이거나 라인 자체가 뚜렷하게 변형되었기 때문에 적응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랐다.
유동성이 큰 푸석푸석한 흙으로 덮여 있으며, 주행 시 지면에서 지속적으로 떨어져 나오는 잔돌들이 산재해 있다. 이로 인해 전반적인 주행 속도가 다소 저하되고 라인이 타이트해지지만, 특정 섹션에서는 경사도가 극도로 가파르게 형성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고속 주행을 유지하기가 극히 까다롭고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트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레이스를 펼치기에는 훌륭한 조건의 트랙이었으며, 전반적인 코스 구성과 레이스 전개가 매우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평가한다.


마린 카비루: (질문) 낙차로 아쉬운 결과였는데

통산 11회 월드컵 우승을 기록한 마린 카비루 선수

이번 트랙은 선수들이 기존에 주행해 온 코스와 확실한 차별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완전히 새로운 코스 환경에서 레이스를 펼치는 것 자체로도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대회 기간 전반에 걸쳐 컨디션이 매우 우수했으며, 사전 트레이닝 세션 역시 성공적으로 소화했다.
모든 준비 과정이 순조로웠음에도 불구하고, 본선 레이스 도중 불의의 낙차가 발생한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정 구간에서 주행 라인을 이탈하는 실수가 있었다. 의도했던 궤적에서 불과 5cm 정도 벗어났을 뿐인데, 타이어가 미끄러지며 결국 낙차로 이어졌다. 레이스 중에는 종종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종목은 모든 주행 궤적과 조향 타이밍이 극도로 정밀하게 계산되어야 하므로, 매 순간 정확히 의도한 지점에 타이어를 위치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그러한 미세한 오차가 통제력 상실을 유발했다.
그럼에도 트랙의 전체적인 레이아웃과 노면 컨디션에 대해서는 대단히 만족한다. 코스 세팅을 비롯한 모든 요소가 매우 훌륭하게 조성되어 있었으며, 결과적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해 완전히 새로운 트랙과 환경을 경험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에 큰 만족감을 느낀다.


게이브 폭스: (질문) 팀 매니저로서 대회에 대한 평가

20년 이상의 그래비티 매니징 및 마케팅 경력을 갖춘 게이브 폭스 매니저

전반적으로 매우 성공적인 대회였다고 평가한다. 주최 측과 참가 팀 양측 모두에게 많은 교훈을 남긴 이벤트였다.
물론 향후 개선해야 할 과제들이 존재하지만, 산악자전거 주행 코스로 활용된 적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산악 지형을 개척할 경우, 코스의 노면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까지 일정한 숙성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재는 암석이 산재해 있어 거칠지만, 대회를 치르며 불안정한 잔돌들이 제거되고 지면이 다져지면서 점진적으로 노면 컨디션이 최적화될 것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극히 제한된 소규모 인력으로 훌륭한 성과를 이뤄냈다. 조직위가 대규모 인력을 가동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경험을 토대로 많은 것을 보완하여 내년에는 더욱 확장되고 발전된 레이스를 선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각 팀들 역시 대회 환경 개선을 위한 실질적이고 건설적인 피드백을 제공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한국 특유의 환대와 성공을 향한 강한 추진력이 뒷받침되고 있어, 매년 대회가 개최될수록 지속적으로 완성도를 높여갈 것이라 확신한다.


참가 업체들의 지원


우리나라 자전거 산업은 글로벌 무대를 대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UCI 월드컵과 같은 국제 대회를 후원하는 것이 쉬운 상황은 아니다. 그럼에도, 월드컵에 대한 글로벌 스폰서십을 가지고 있는 업체들 뿐 아니라 국내 업체들도 역사적인 대회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글로벌 스폰서로 참여한 시마노

자이언트/리브 팩토리 팀과 사인회를 개최

BMC 팩토리 팀과도 시마노 부쓰에서 사인회가 열렸다.

글로벌 스폰서인 미쉐린 타이어

본사 담당자가 참여해 미쉐린 타이어의 기술에 대해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다.

글로벌 스폰서인 모툴과 스캇

국내 업체의 스폰서 참가 부쓰도 별도로 운영되었다.

캐논데일과 산타크루즈를 선보인 산바다스포츠

산타크루즈 라이더인 신디케이트 팀의 잭슨 골든스톤 선수를 포함한 팬 사인회

신디케이트 팀의 리더인 전설적인 라이더 스티브 피트도 참가했다.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인기가 많았던 신디케이트 팀의 사인회

이번 대회의 메인 스폰서인 K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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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의 준비와 장비를 점검하는 패독 부쓰


아시아 최초의 상징성과 향후 발전 방향


모나 용평 UCI MTB 월드컵은 단순한 국제 대회를 넘어 아시아 자전거 스포츠 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아시아 산악자전거의 글로벌화:
그동안 유럽과 북미에 편중되어 있던 UCI 월드컵 캘린더가 아시아로 확장됨에 따라, 대형 자전거 브랜드들의 아시아 시장 투자 및 테스트베드로서의 가치를 증명할 기회가 생겼다.

국내 선수들의 국제 경쟁력 강화:
이번 대회를 통해 국내 유망주들은 해외 원정 없이도 세계 최상위 랭커들과 트랙을 공유하며, 국제 규격 레이스의 압박감과 기술적 난이도를 직접 체감하고 값진 경험을 축적할 수 있었다.

향후 과제:
아시아를 대표하는 메가 MTB 파크로 롱런하기 위해서는 이번에 신설된 다운힐 및 크로스컨트리 트랙의 사후 관리가 필수적이다.
월드컵 수준의 험준한 트랙을 아마추어 라이더들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필요가 있고, 안전을 위해 우회로 등을 정비해야 한다. 또한 기후 변화에 대비해 우천 시 코스 배수 시스템을 강화하고, 관람객을 위한 팬 존 및 편의 시설 등 인프라의 지속적인 고도화가 요구된다.

다 함께 열광하고

세계 최고 선수들의 라이딩을 직관하고

욜란다 네프 선수를 길에서 만나고

로아나 르콩트 선수의 사인을 받고

XC 챔피언 다리오 릴로 선수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기회,
MTB 마니아들에게는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모나 용평이 쏘아 올린 2026 시즌의 신호탄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월드컵 수준을 치를 수 있는 아무런 인프라가 없었던 상황에서 자전거 업체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호응, 그리고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의 아시아 팬들의 방문 등을 통해, 기대했던 것보다 높은 수준의 대회가 치러질 수 있었다.
극한의 자연환경 속에서 펼쳐진 기술과 체력의 한계 돌파, 그리고 아시아 대륙이 가진 산악 지형의 잠재력을 전 세계에 알린 이번 대회는 향후 MTB 월드컵 역사에 오랫동안 회자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사진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 보기: https://photos.app.goo.gl/7KiWNhiCcE1rZySR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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