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용,박창민 선수의 크로코다일 프로피 이야기
에디터 : 박창민 기자

크로코다일 트로피(Crocodile Trophy)는 호주의 퀸즐랜드 주에서 열리는 대회로, 10일 동안 10개의 구간을 이동하는 산악자전거 구간 경기이다. 모든 일정은 캠핑으로 이어지며 99명의 선수만이 참가할 수 있는 대회로 올해 크로코다일 트로피에는 우리나라의 최진용 선수, 박창민 선수, 김기중 씨가 처음으로 참여하였다.
지난 10월 열렸던, 치열한 경쟁과 생존이 필요한 크로코다일 대회를 다녀온 최진용 선수와 박창민 선수를 만나보았다.

호주 크로코다일 트로피를 다녀온 최진용 선수(왼쪽)와 박창민 선수

크로코다일 트로피 경기에 참여하게 된 계기?
(박창민)김기중 형님(닉네임 왕발)과 구미에서 같이 활동을 하다보니, 알게 되어서 형님께서 먼저 저에게 참가 제안을 해서 가게 되었습니다.
(최진용)왕발님의 포스팅 중 크로코다일 트로피에 관한 것을 보고, 제에게 적합한 대회인 듯 해서 참가를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댓글을 달았죠. 그런데, 메일로 대회참가를 같이 한다면 대회 경비를 자신이 지불하겠다고 '팀코리아'를 만들어서 가자고 제안을 하신 겁니다.
왕발님은 관절염으로 어려움을 많이 겪었는데 자전거로 병을 고치고 RAAM(미국횡단자전거대회)도 다녀오셨는데, 더 좋은 집이나 차보다 자신의 삶에 더 좋은 기회를 위해서 투자하는 것이 더 의미있다고 하시면서 선뜻 제안을 하신거죠.
그래서 3명이서 이번 대회에 가게 되었습니다.

이 대회는 산악 구간 경기인데 다른 경기와 다른가?
(최진용)하루에 4~5시간 정도 라이딩하는 것이 평상시 연습하는 양과 비슷해서 괜찮을 거 같았은데, 오프로드에서 4~5시간 타는 것은 완전 다르더라고요. 특히 6구간은 189km를 타는데 7시간 30분 정도 걸렸습니다. 과장없이 선수생활 15년 중에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었네요.
도로처럼 뭉쳐 가면서 힘을 절약하는 것이 어렵고 중후반은 거의 독주로 가야 하는 편이서 체력 소모가 아주 많습니다.

6구간 보급소가 준비되지 않아 탈진으로 경기를 포기했던 박창민 선수

가장 어려웠던 구간은?
6구간으로 189km 타는 동안 5개의 보급이 있는데 강을 건너가는 부분에서 보급차가 강을 못 건넜고, 그래서 보급구간이 없어진 겁니다. 약 35km마다 보급 구간이 있는데 40도가 넘는 날씨에 70km를 넘는 거리에서 보급을 받지 못해서 거의 탈진할 뻔했고, 박창민 선수는 그 구간에서 포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박창민)이 구간에서 80km 정도까지는 선두와 함께 달렸는데, 거기에 보급 지점이 없었던 거죠. 시합 전부터 컨디션이 많이 안 좋았던 상태였는데, 40도가 넘는 더위와 탈진이 겹치게 되니 포기하게 된겁니다. 그렇게 차를 타고 30km 정도 가다보니 거기에 보급 지점이 있더라고요, 그걸 보는 순간 '여기까지 자전거를 타고 왔으면 죽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진용)사실, 제 물통에 물이 가득차 있을 때 너무 덜컹거리면 물통케이지에서 물통이 빠져버리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날도 제 생명같은 물통이 날아가버렸고, 박창민 선수는 물통을 두개 가지고 있어서 저에게 하나를 주게 된 거죠. 다른 선수들은 물통을 2개씩 달고 다니는데 저희는 1개씩 가져간 상황이 되었고, 보급소까지 없어졌으니 참 힘들었던 상황이었습니다.
달리다가 갈증단다는 것을 넘어서 욕이 나오기 시작했고, 산을 몇개 넘어도 보급 지점이 나오지 않아서 어려웠습니다.
(박창민)6구간 이후로 링겔을 맞고 자전거를 타려고 했는데 정말 회복이 되지 않아서 포기했습니다. 차를 타고 가면서 진용이형의 달리는 얼굴을 봤는데, 정말 불쌍하더군요.

경기 중 에피소드는?
1구간, 비가 많이 와서 보급지점까지 차가 오지 못해 첫 날이 취소되었습니다. 그런데 선두는 이미 차보다 빠르게 갔기 때문에 제가 속한 선두 그룹은 계속 달려 가고 있었던 것이죠.
달리다가 보급 구간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20분 정도 기다려도 차가 오지 않고 비가 오니 추워서 다시 출발했고, 1시간 정도 더 달리다 보니 뒤에서 쫓아온 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차에서 이번 구간 경기는 취소 되었다고 알려줬는데, 선두 7명의 선수는 너무 멀리 와서 돌아가기는 어렵다고 그냥 결승선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라는 겁니다.
거기에서 보급을 충분히 받았어야 하는데, 보급을 대충 받고 도로를 만나면 큰 차가 와서 저희를 이동시킬 줄 알았던 저는 달리다가 그날 처음 본 선수들에게 너무 배고프고 힘들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같이 달리던 선수들이 음식을 나누어 주어서 겨우 갈 수 있었습니다.
7명이서 그렇게 취소된 1구간 코스를 전부 타고 갔는데, 경험이 많은 어스 후버 선수가 "이런 일은 다반사고 매일이 특별한 날이라고 이것이 정말 크로커다일 트로피다"라며 진정한 크로코다일 트로피를 경험하고 있다면서 이야기를 하더군요.
추위, 더위, 배고픔, 빨래와 캠핑 생활 등 모든 것을 겪은 대회였습니다. 빨래는 자전거를 청소하는 고압세차 장비로 빼야 겨우 흙을 뺄 수 있었고, 그래서 옷 두벌을 가져갔는데 하나만 계속 입었습니다. 어차피 너덜너덜해진 옷이니 하나라도 건지는 것이 좋을 듯 해서요.

9구간에서 2위를 하는 등 좋은 기록을 보였지만,
무릎 통증으로 마지막 구간을 포기했던 최진용 선수

참가자들은 어떤 선수들이 나왔나요?
엘리트 선수들은 거의 계속 나오는 편이고, 아마추어들은 경험삼아 나오는 듯 합니다.
여자 선수들이 3명 있었는데, 1명은 호주 출신으로 세계 24시간 레이싱에서 우승을 했던 선수고, 나머지는 부부로 출전하였는데, 그 중 한명은 텐덤을 타고 대회에 참석했죠.

호주 날씨가 자주 바뀌자나요?
비오고, 춥고, 덥고 다 겪었는데, 2일째는 텐트에 물이 세서 쫄딱 젖은 상태로 잠을 잤었죠.
(박창민)저는 비오는 날이 오히려 견딜만 했고, (최진용)저는 더운 날이 더 좋은데, 추운 날은 아침에 준비하는 것이 너무 어렵거든요.
하늘에 별이 매우 많아서 밤에 별 사이로 새가 날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을 정도더군요.
밤에 잘 때는 춥지 않은데, 비 올 때는 매우 추웠고, 후반으로 가면서 바다가로 가니까 점점 더워져서 밤에도 더워지더라고요.
(박창민)대회 전에는 그냥 캠핑하면서 라이딩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이었는데, 비가 오고 춥고 텐트에 비가 세고 그러니까 갑자기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좀 울컥하기도 하더라고요.


최진용 선수는 9구간에서 2등을 하고서, 마지막 구간을 포기했는데?
순위권에 드는 기록을 내고서도 마지막 하루를 포기해서 많이 아쉬웠는데, 몸이 우선이라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국내에서 시즌은 끝났지만 동계 준비를 해야했고, 제가 전에 아팠던 부분이어서 마지막까지 타게 되면 3주 이상 회복 기간이 필요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죠. 그래도 같이 참가했던 다른 나라의 엘리트 선수들에게 인정을 받은 부분이 있어서 만족할 만 합니다.


크로코다일 트로피에 참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짐의 부피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계속 이동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에너지 젤이 정말 많이 필요합니다. 하루에 10개씩 필요하니까 100개는 가져가야 하고, 호주에서 구매를 하는 편이 좋겠죠.
베개는 필수로 가져가야 잠 자는데 도움이 되는데, 바람을 불어 넣는 것이 부피가 적어서 좋고, 타올을 좀 넉넉하게 가져가면 좋습니다.
가루로 된 세제를 가져가는게 좋고, 물통케이지는 충격에도 잘 빠지지 않는 것으로 선택해야 덜컹거리는 구간에서 안전하게 물통을 보존할 수 있겠죠.
중간 중간에 물건을 살 수가 없기 때문에 출발하는 케언즈에서 미리 모두 사야 합니다. 그리고 CO2 캔을 우리나라에서 가져갈 수 없으니까 거기서 사야되는데 주말에는 샵이 쉬고, 시합 바로 전날에는 케언즈 샵의 대부분에서 CO2 캔이 동이 납니다. 그래서 미리 가서 충분히 구매를 해야 합니다.
경기 중에는 보급 구간이나 강을 건너는 부분에서 선두와 떨어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한순간이라도 긴장을 놓지 말아야 하고, 동호인들은 카멜백같은 것을 활용해서 충분한 물을 가지고 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페이스북에 두분에게 질문이 올라왔는데요.

1. 업힐 시 파워 올리는 법
- 업힐을 자주 타는 것과 체중을 줄이는 것이 가장 크게 효과를 느낄 수 있습니다.

2. 시즌 중, 동계 훈련 중 먹는 것을 신경쓰나요?
(최진용)시즌 중에는 신경 쓰는데, 훈련 중에는 충분히 먹는 편입니다.
(박창민)저는 동계에 웨이트를 위해서 식단을 신경 쓰는 편이고, 시즌 중에는 그냥 지방이 적은 음식 위주로 먹는 편이죠.

3. 이번 대회를 다녀와서 몸 상태는 어떤가요?
- 회복을 위해서 맛있는 거 사주세요^^.

4. 박창민 선수는 박창민 편집장님과 이름이 같은데 이름때문에 오해한 적은?
- (최진용)제가 오해한 적이 있었죠. 박창민 기자님 문자 왔을 때 '알았다 저장했다'라고 답변한 적이 있었거든요.

5. 핫6 맛있어요?(핫6를 마시는 박창민 선수의 모습이 페이스북에 올라왔기 때문)
- 이번 대회가 레드불이 후원사여서 계속 먹다보니까, 우리나라 와서는 계속 핫6를 먹게 되네요. 중독된 듯 해요.

6. 올 겨울 훈련 계획은?
- (박창민)추워서 실내 트레이너하고 웨이트를 위주로 하는 편입니다.

7. 크로코다일 트로피를 다녀온 소감은?
(박창민)이런 시합이 있다는 것부터 몰랐기때문에 느끼는 것이 많았습니다. 긴 마라톤 경기로 하루에 5시간 정도를 열흘 간 타게 되니 정말 색달랐고, 외국선수들과 함께 하다보니 관리면에서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최진용)월드컵 XC 경기의 경우는 뒤에서 출발하는 선수는 사실상 정상적인 경기를 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수준인데, 이 경기는 선수들끼리 실력대로 겨룰 수가 있으니까 더욱 정당한 게임이 되고, 캠핑하면서 같이 생활하니까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더 많은 자료를 나눌 수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월드컵 XC는 외국에 나가서 준비를 하고 2시간 경기를 뛰는 거지만, 이 경기는 한번 가서 열흘동안 하루에 5시간씩 엄청난 양을 뛰게 되니까 실력 향상에도 큰 효과를 주는 것 같네요.

8. 여자 친구가 좋아요 자전거가 좋아요?
(박창민)여자 친구가 없어서 자전거가 좋아요.
(최진용)동계 시즌에는 여자친구가 좋고, 시즌 중에는 자전거와 더 자주 있게 되겠죠.

9. 국내에서 좋아하는 코스는?
(박창민)무주 코스, 다양하게 매년 바뀌고 어려서부터 자주 타서 좋아하는 편입니다.
(최진용)이번 전국체육대회(연천) 코스가 괜찮았어요.

10.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
(최진용)크로코다일 트로피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박창민)전국체육대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시즌 중에 계속 대회를 뛰는데 가을에 몸이 완성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전국체육대회에서 좋은 기록을 남기는 편이고, 올해도 기억에 남습니다.

11. 나이 40이 되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박창민)그때까지 계속 선수 생활을 하고 싶기는 한데...
(최진용)자전거는 취미로 타고, 사이클 아카데미같은 걸 만들면 좋겠어요.


사진을 통해 치열했던 크로코다일 트로피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출발 전 코리아팀
왼쪽부터 김기중 씨, 최진용 선수, 박창민 선수

대회 2일 전 훈련

1구간 대회차량이 진흙길에 빠지면서 경기 중단

1구간에서 박창민 선수

2구간 출발 전 아빠를 응원나온 아이들

2구간 우승자 어스 후버 선수의 골인

비오는 2구간의 캠핑장

비오는 3구간 아침, 최진용 선수는 출발하자마자 펑크가 났고, 수리 후 추격 시작.

4구간 경기를 리드하고 있는 어스 후버 선수

박창민 선수의 4구간 라이딩

5구간의 보급 지점

5구간에서의 저녁 준비

6구간 제대로 달리기 어려운 모래 구간, 하지만 거리는 189km

6구간, 강을 건너는 보엘렌 선수
보급차가 강을 건너지 못해 보급지점 하나가 없어졌다.

보급지점이 없어지면서 악몽이 된 6구간 189km

6구간 골인 후 울프강 선수

6구간에서 골인 후 힘겨워하는 선수
여긴 어디, 나는 누구?


6구간 탈수증상으로 골인 후 쓰러질 뻔했다.

6구간 저녁, 빨래 널기

7구간 선두 그룹
바로 뒤에 보이는 KOREA 최진용 선수

7구간 물웅덩이를 지나면서

7구간, 3위로 골인한 보엘렌 선수와 4위 울프강 선수. 최진용 선수는 5위로 골인.

7구간 식사

7구간 캠핑

8구간 코피를 흘리면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어스 후버 선수

8구간 골인 후 김기중 씨

8구간 선두그룹으로 함께 들어온 70번 마스터 1그룹 1위 선수.
최진용에게 "스트롱 가이"라고 불러 주었다.

9구간 강을 건너는 선두그룹

9구간 최진용 선수가 어택하기 전의 보급 지점

9구간에서 속도를 높여 질주하는 최진용 선수

9구간에서 개인종합 우승을 확정지은 보엘렌 선수

9구간에서 2위로 들어온 최진용 선수

10구간 골인 후 개인종합 1,2위를 차지한 보엘렌 선수와 울프강 선수

1400km를 멋지게 완주한 김기중 씨

최진용 선수는 무릎 통증탓에 시상대를 포기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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