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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것은 이온음료 50ml
2013-12-16   안영환
5월 9일(이화령 ~ 하늘재)

비밀리에 시작한 백두대간~~
5차까지 오는 동안 가족은 물론이고 주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혼자 자전거를 메고 끌고 타고 백두대간을 한다는 게 심적부담도 물론이거니와 본의아닌 안전사고도 걱정해야되고 로드에서 안전성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라 이 험준한 구간을 자전거와 산속을 헤맬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고 싱글에서 전복으로 인한 부상도 염려되고 암릉타는 로프구간도 걱정되어 주변사람들의 심려를 끼칠까 우려되 지금껏 독불장군식으로 진행해왔다.

조령산 오르기 전 동물이동통로


오늘구간은 지금껏 지나온 구간과는 판이하게 다를 것이다.
호락한 곳은 어디에도 없고, 이화령길도 많이 바뀐 것 같다.
오는 내내 헷갈린 구간도 있고, 계속되는 업힐에 양쪽 어깨로 바꿔가며 자전거를 메고 힘차게 내딛는데, 아~~변함없는 조령샘아 반갑구나.
그런데도 이곳 조령샘은 대간꾼들이 그리 애닲게 생각하는 샘물은 아니다.
이미 이화령에서 물병을 가득담고 출발했기 때문에, 조령산 정상에서의 시야는 멀리 확보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침햇살이 상쾌하다.
조금 더가면 전망이 좋은 절벽구간이 나오고 그곳에 오르면 앞으로 가야할 암봉들이 키재기라도 하듯 일렬로 줄서있다.

일출


눈앞에 보이는 등산로가 길이란 말이냐~~ 까마득한 다운길 로프가 내 기를 꺾어 놓는다.
자전거만 아니라면 문제될 것이 없을 구간이지만 자전거 특성상 앞,뒤,좌,우,돌출된 부분이 많아서 메고 가는 것도 쉽게 허락칠 않는다.
몇번을 오르고 내렸는지 수없는 오르내림 속에 로프의 위험천만한 구간들을 긴장 속에서 업다운의 연속으로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눈앞이 깜깜하고 아찔하기까지하다.
통천문을 지날 땐 핸들바의 걸림으로 핸들을 풀고 돌려서 간신히 통과해야했고 얼마나 긴장했는지 온몸이 경직되고 내 몰골은 만신창이가 다 되있었다.
어찌됐건 다시 한번 정신과 몸을 가다듬고 마패봉으로 발길을 옮긴다.

이곳을 올라가야 한다.
한손엔 자전거 한손에 로프를 잡고...


나무의 상처 부위에서 자라나는 풀씨. 바닥은 아직 새싹이 돋기에는 추운 날씨지만 나무 속에서 보호를 받으며 자라나고 있다.

뒤로 보이는 능선이 지나온 조령산의 모습

이곳은 핸들을 풀어 돌리고 빠져나간 통천문

마패봉이라고 호락할소냐..
그래도 인증을 남기고 잠깐잠깐의 짧게 자전거를 타며 이미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자전거를 메고 진행하기란 해보지 않고는 말로 표현이 어렵다.
급커브인 좁은 등산로를 통과해야함은 물론이고 잡목들의 진행방해작전도 체력소모에 한몫을 하는구나.
욕심버리고 갈길만가자.
체력이 있었으면 대간길이 아니래도 조봉과 부봉을 들려 문경의 참맛을 봤을터인데 체력의 고갈로 엄두도 내지못하고 패쓰한다.


하늘재를 내려서니 예전과 같이 물탱크에서 넘쳐 흐르는 물이 여전히 대간꾼들의 목을 적셔주고, 예전엔 없었던 대간석이 멋스럽게 우뚝솟아 넓은 광장과 포함산 일부가 보이기도 한다.
체력이 고갈된상태에서 땀에 젖고 굶주린 배에 비까지 내려주니 내 몰골은 제대로 된 산적꼴이지만 힘든 한 구간을 무탈하게 마무리 할 수 있음에 어느 신께든 감사하며 다음 구간을 생각하고 입가에 미소를 지어본다..^^*


5월 14일(이화령 ~ 버리미기재)
아픔의 통증에 연연할 수 없다.
등산을 하겠다는 산우들과 이화령으로 출발, 라이딩 시작 초반에는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곳이 있었다. 하지만 정상에서 인증을 날리고 불과 20여 미터도 못 가서 핸들이 나무에 걸리며 전복.
어찌나 험하게 날랐는지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다.
아픔의 고통도 잠시 접어둔 채 황학산에서 백화산까지 연속되는 암릉과 로프 구간도 꽤나 많다.
함상궂은 산봉우리가 수도 없고 톱니바퀴 모양을 하고 있는 봉우리를 계속된 자전거 끌고 메기로 오르내리다보니 식수 보충을 할 수 있는 배너미 평전까지 왔다.


곰틀봉에서의 일품 조망

잦은 등고폭과 암릉의 급거브로 자전거와 나를 괴롭힌다.

본인보다 남을 먼저 생각한 동행인.
희양산 갈림길에 도착, 희양산은 대간길에서 벗어난 곳이라 나의 체력이 자꾸만 패쓰하라고 채찍질을 한다. 하지만 멋드러진 조망을 볼 요량으로 발길을 희양산 쪽으로 돌려본다.
희양산에서 눈요기를 실컷하고 다시 갈림길을 내려오니 함께 한 산우들이 거기서 조우된다.
잠깐의 시간 동안 내게 건내 준 슬러쉬 복숭아 통조림 맛은 더위를 식힘을 물론이지만, 내게 건내주기 위해 그곳까지 안 먹고 가지고 온 정성이 나를 울컥케 한다.
그래, 이게 동지구나! 산우들과 헤어지면서 그들은 희양산으로 나는 직벽구간으로 하산한다.

암릉지대

이곳에서 산우님들 조우. 슬러쉬 복숭아 통조림은 환상이었다.

욕심이 화를 부르기도.
하산 전에 다부진 마음을 잡기 위해 손바닥에 침을 퉤퉤 뱉고 쓱쓱 비빈 후 로프에 내 몸을 맞기니 150여미터나 되는 거리가 나를 아찔케 한다. 무사히 하산 완료.
안도의 숨을 고르기 무섭게 구황봉의 급경사 로프 구간이 연속으로 또 이어진다.
구황봉에서 김밥 한줄로 허기를 달래 보지만 5월의 여왕답게 퍽퍽한 날씨 속에서 가파른 길의 산행에 모든 힘이 소진된 터라 김밥인지 모래알인지 모르겠다.
이곳도 만만한 코스가 아니고 주치봉의 업다운이 만신창이가 된 나를 괴롭힌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은티에서 끊었어야 마땅했다고 본다. 허나, 만만치 않은 다음 구간을 생각해서 진행하기로 하고 은티재에서 악휘봉으로 계속되는 로프와 암릉의 두려움도 잊은 체 고갈된 체력과 부족한 식수의 어려움 때문에 자전거를 숨겨놓고 하산하고 싶은 심정이 장성봉까지 가는 내내 굴뚝같았다.

물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곳.
톱날같은 업다운이 나를 잡아끄는 잡목들과 고갈된 체력, 부족한 식수와 땀과 먼지로 얼룩이 되었을 몰골로 장성봉에 도착한다.
많은 시간의 흐름 속에 내게 남은 식수라고는 이온음료 조금이 전부다.
간신히 입술만 축이며 아끼고 아껴 이곳까지 50ml를 남겼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장성봉에서 오늘의 끝지점 버리미기재까지 다운이지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온종일 자전거를 끌고 메고 이곳까지 배달하다보니 어깨의 통증이 건드리지도 못할 지경이다.


시원한 조망이 하루의 힘겨움을 풀어준다.

후손들에게 그대로 물려줘야 될 자연
누군가 묻더군, 280랠리와 백두대간 한 구간 하는 것과 어떤 것이 더 힘드냐고.
어려운 희양산 구간도 큰 사고 없이 마무리하고 날머리에 도착하니 아끼고 아꼈던 이온음료 50ml가 내 눈물을 대신한다.
물의 소중함과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커다란 혜택에 감사하며 대간길 구간마다 자연을 훼손치 않겠다고 굳은 다짐하며 트랙거리 28.6km를 13시간 10분이라는 기록으로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오늘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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