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3, 내가 다시 여기에 오나 봐라!!
에디터 : 강수정

2004년 7월 6일

현재위치 : Esperance + 71km
이동거리 : 71.03km
누적거리 : 832km
평균속도 : 11.2km/h
최고속도 : 20km/h
숙박장소 : 길 옆 캠핑 (남위:33도 17분 16.2초, 동경:121도 42분 52.1초)


어제는 좋은 곳에서 짐 정리도 깔끔하게 다시하고 잠도 잘잤는데 오늘은 역시 예상대로 맞바람에 계속 언덕이다.
언덕이 끝날 듯하면 다시 나타나는 언덕 그렇게 6시간 동안 언덕을 맞바람 맞으며 오르기...
내가 아는 욕을 다 하면서 간다. "내가 다시 오나 봐라.."

나무도 없이 이어진 도로는 세찬 맞바람과 오르막 길이다.

자전거 여행을 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재미있는 공통점이 있다.
도시가 많고 조금 편안한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항상 언덕 이야기를 하고, 황량하고 끝없이 이어진 대륙에서 캠핑을 하며 여행하는 사람들은 항상 바람과 날씨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몇 년씩 여행하는 사람들은 물과 좋은 잠자리 이야기를 한다. 여행이 고되어질 수록 여행은 생활이 되어 가는 것 같다.

표지판의 거리는 오늘따라 줄지도 않는다.
Salmon Gums까지 가는 것이 오늘 목표였지만 30킬로를 남겨두고 지쳐서 캠핑할 자리를 잡기로 했다. 정말 지친다는 표현이 딱 맞을 하루였다.
하루종일 바람소리에 귀는 웅웅~거리는 소리에 멍하고 눈은 빠질 것 처럼 아프고 정신도 몽롱하다.

나무로 우리를 숨길 수 있는 도로 가의 캠핑장소를 어렵게 찾았다.

다행히도 캠핑할 자리는 정말 좋았다.
도로에서 덤블을 지나 조금 들어가서 나무가 많은 곳으로 지나가는 차가 우리를 못보고 나무들이 바람을 막아주는 곳을 잡았다. 이제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일을 분업하기로 했다.
난 코펠에 밥하는게 자신이 없으니 창민은 밥을 하기로 하고 난 텐트를 치고 걷는 것과 짐정리를 하기로 했다.

캠핑하는 곳 바로 옆에서 여우를 보았다. 이쁜 것이 우리를 보고 도망간다. 먹을 것이라도 좀 주고 싶었는데...

저녁을 먹고 텐트에 들어가 머리가 베개에 닿자마자 잠에 빠져든다.
내일은 바람 방향이 바뀌거나 바람이 조금 덜 불어주기를 바라며...

우리 텐트 옆으로 로드트레인이 휭하니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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