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7, 눌라보 평원은 크고 아무 것도 없어요!
에디터 : 강수정

눌라보 평원에 들어섰다.

2004년 7월 10일(토)

현재위치 : 노즈먼(Norseman)+86km 지점
이동거리 : 86.00km
누적거리 : 1,059km
평균속도 : 16.7km/h
최고속도 : 42km/h
숙박장소 : 고속도로 휴게소 캠핑 (남위:32도 04분 26.1초, 동경:122도 35분 37.4초)


눌라보 첫 주유소는 189km 남았고, 다음 도착할 첫 도시는 1986km 남았다.

오늘은 눌라보(Nullarbor)로 들어온 첫 날.
노즈먼(Norseman)에서 시작되는 에어 하이웨이(Eyer Highway)는 도로 노면이 울퉁불퉁한 것이 오전 내내 달려도 거리는 많이 못가고 피곤만 더해졌다. 안마기 위에서 자전거를 타는 기분이었다.
"설마 계속 이렇지는 않겠지..." 내심 불안하다.

평평하고, 그늘 없고, 거친 아스팔트로 이어진 도로

언덕과 내리막이 있어야 피로도 풀리는데 계속 평지 내지는 언덕이라 페달링은 계속해야 하고 다리에 피로도 더해지는 것 같다.
이곳에 지나는 차들은 캠핑카(caravan)와 로드트레인(road train)이 거의 대부분인 듯하다. 여행자와 직업이 아닌 이상 여기를 지나갈 이유가 없다는 뜻인 것이다.
길가에 앉아 쉬고 있는데 모터사이클 여행자 20-30명이 요란스럽게 지나가며 손을 흔들고 갔다. 본인들은 1번씩 흔들지만 우린 20번 이상 흔들어야 하니, 우리를 보며 즐거웠겠지?

많은 비로 민물 호수가 생겼다. 그곳에 호주에서 유명한 검은 백조들이 날아와 잠시 휴식 중.
펜스가 없으니 이 후 150km 동안은 야생동물을 주의하라는 표지판


노즈먼과 첫번째 주유소와의 거리는 약 200km, 오늘은 지도에 나와 있던 휴게소에 2시쯤 도착해서 캠핑을 한다.
바로 옆에 호수도 있고, 화장실과 테이블도 있고, 장작불을 지펴도 된다는 표지판도 있다. 이런 시설이 잘 되어 있다는 건 정말 질투나며 부러운 일이다. 여행하기 편하게 되어 있으니 관광 수입이 큰 것도 당연하지 않을까?

벤치가 있는 휴게소는 너무 반갑다. 그 옆에 텐트를 치고 모닥불을 준비했다.

텐트를 치고 저녁을 먹을 때 캠핑카 한 대가 들어 와서 우리 옆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잠시 후 인사한다고 다가와 몇마디 이야기를 건냈다. 퍼스에 사는 노부부로 그들은 눌라보를 지나 퍼스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자전거 여행자에게 관심이 많으셨는데 울룰루 근처에서 본 자전거 여행자 얘기를 해 주셨다. 또한 우리가 눌라보를 지나 브리즈번(Brisbane)까지 간다는 말에 놀랍고 흥미로워 했다.

밤이 되자 호수를 배경으로 지는 노을을 본다.
그리고 장작불을 만들고 불을 쬐며 바람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호주는 동쪽에 큰 도시들이 많아서 대부분 여행자들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한다. 그런데 우리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는 이유는 이 계절에 눌라보의 바람 방향이 서풍이 분다는 호주기상청 정보 때문이었다.
만나는 호주인들마다 다들 눌라보는 "크고 아무 것도 없어요! (Big Nothing)"이라고 우리에게 걱정스런 눈길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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