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은 아내의 환갑 기념 명분을 달았다.
에디터 : 박규동

바람이 불었다.
가슴 안에서 바람이 일었다. 역마살에 바람끼까지 설쳤다. 내 젊은 날이 그랬다.
아내는 풍향계 뒤에서 내 바람을 읽어냈다. 그래서 그 바람이 언제인가는 가슴 안으로 다시 돌아올 줄을 아내는 알았다.
그 아내의 환갑을 기념하기 위해 이번 여행에 명분을 달았다.

"여보! 환갑 축하해요!"

아내의 환갑을 기념하기 위해 이번 여행에 명분을 달았다.

작년에 아내와 둘이서 자전거를 타고 전국의 해안선을 따라 돌았다.
8월 복 중에 나서서 더위를 먹고, 몸은 쥐어짜듯이 고달펐지만 아내는 좋아했었다.
무림리-서해안-목포-제주도-부산-동해안-고성-무림리 순으로 돌았다. 24일 간 1,530km를 달렸지만 남해안이 빠진 게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남해안 만 따로 가보자는 계획을 세운 것이 이번 여행이다.

남해는 해안선이 구불구불하여 연장을 하면 대충 잡아도 1,200km나 된다. 게다가 반도와 섬은 고갯길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약 20일을 잡고 나서기로 했다.

짐을 실어 나르는 것은 아무래도 두 바퀴 트레일러가 좋아서 작년처럼 그렇게 했다.

짐을 실어 나르는 것은 아무래도 두 바퀴 트레일러가 좋아서 작년처럼 그렇게 했다.
며칠 전부터 준비에 부산했다. 내 트레일러는 짐을 간추려 싣기에 좋게끔 개조도 하였다. 더위에 좋은 매실액도 준비하고 텐트도 모기장이 큼직한 여름용으로 갖추었다. 그리고, 쇠말패들이 모이는 카페 "설륜악"에 남해안 자전거여행 계획을 올렸다.

인천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있는 트리스탄이 방학기간 중이라 전구간을 함께 하겠다고 나섰다.
나그네님이 전반기에 1주일 가량을 함께 하겠다고 했고 너구리님과 오이쨈님, 산장지기님과 마찌님이 형편이 되는대로 일정에 맞춰 도중에 응원을 하러 오겠다고 하여 기대에 힘이 났다.

3일 전에 강남버스터미널에 가서 목포행 버스표를 예매하였다.
간 김에 터미널의 승강장까지 자전거와 트레일러를 끌고 갈 길을 미리 파악하고 속으로 예행연습까지 했다. 승차안내원에게 자전거를 싣고 가려고 한다고 하니, "좀 미리 오셔서 버스가 승강장에 대자마자 짐을 싣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하고 귀뜸을 주었다. 늦게 오면 미리 실려있는 짐을 내리고 다시 실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거란다.

목포에서 만난 트리스탄


둘 째 아들이 차로 터미널까지 태워다 주었다.
아침 5시 반에 무림리를 출발하여 6시 40분 쯤에 터미널에 도착하였다. 금호고속 7시 40분 목포행 우등이다. 자리가 넓었다 항공기 1등석을 타는 기분이었다. 자전거와 트레일러를 버스의 짐칸에 실을 때에는 담당기사가 도와주었다. 가늘게 비가 내렸지만 기분은 짱이었다. 달리는 버스에서 한잠을 자고 천안을 지나는데 나그네님으로부터 전화기 왔다. 나그네님이 탄 버스는 성남을 출발하여 천안 부근에 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목포터미널에서 만나자고 하였다.

트리스탄은 목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이미 인천-목포-제주도 한 바퀴-완도-목포로 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11시 30분에 목포에 닿았다. 검게 탄 트리스탄이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맞아 주었다. 낮 1시에 나그네님을 태운 버스가 도착하였다. 트레일러를 조립하고 나서 트리스탄이 길을 잡아 점심을 먹으러 갔다. 순두부를 전문으로 하는 집인데 맛이 칼칼하고 좋았다.

더웠다.

중부지방이 흐린데 비해 남부 해안은 찌는 듯이 더웠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롯데마트에서 쌀과 약간의 식품을 산 다음 영산호하굿둑을 건너 목포를 벗어났다. 남으로 남으로 진도를 향해 달렸다. 트레일러가 달린 네 대의 자전거 행렬은 그 자체로도 아름다웠다. 트레일러마다 주황색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다. 바닷바람이 앞에서 불었다.
대불방조제 길을 달리며 바다 건너로 목포를 바라보는 것도 괜찮았다.





영암방조제와 금호방조제를 건너 77번 도로를 타고 남으로 달렸다.
오늘은 진도에서 자기로 하였다. 당초에는 없던 계획인데 버스가 목포에 일찍 닿는 바람에 진도를 들려가기로 한 것이다. 77번에서 18번 도로를 바꿔 타고 진도대교에 이르니 해는 늬엇니엇 이순신장군 동상 너머로 지고 있었다. 다리는 두 개였다. 새로 놓은 다리로 건넜다. 다리 중간에 휴식처가 있어서 모두 자전거를 눕히고 노을과 울돌목의 거친 물살을 바라보았다.

남해는 이순신의 바다다!
남해의 서쪽 섬 진도에서부터 동쪽 섬 거제도까지 이순신의 흔적으로 바다는 살아 있었다. 오늘, 그 바닷길을 우리가 평화롭게 자전거로 달리는 것이다!

다리를 건너 녹진마을 이순신장군 동상 옆에 텐트를 쳤다.
텐트를 치자마자 모기가 습격했다. 모기체질인 아내와 트리스탄이 기겁을 한다. 도요새님이 선물해 준 모기 스프레이를 뿌리고 모기향을 피우는 등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말하자면 악질 모기를 만난 셈이다. 첫 야영에서 강적을 만난 것이다. 당황해 하는 우리를 보고 공원에 놀러왔던 여인이 쓰다 남은 모기약 하나를 건내줬다. "개안"이라는 물약인데 모기에 물린 곳에 바르면 흔적도 없이 좋아졌다.

진도대교는 밤에 더 아름다웠다.
울돌목의 거친 물살 위에 버티고 선 위풍당당함에도 반했지만 밤이 되자 밝힌 조명은 다리를 더 멋있게 보여주었다. 울돌목을 노려보고 있는 이순신 장군의 동상도 빛을 받아 늠름한 기상이 하늘을 찌를 듯 하였다.

진도대교

진도대교는 밤이 더 아름다웠다.




남해는 이순신의 바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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