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28~09/01
반도의 남해안도로, 길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2009-09-03   박규동

여행을 떠날 때에는 좋은 지도가 필요하다.
국내여행을 할 때에 나는 10만분의 1(성지문화사.지도대사전) 지도를 기본으로 삼아 길잡이를 한다. 10만분의 1 지도에서 1cm는 실제거리가 1km이다. 눈대중으로도 거리를 알아보기가 쉽다. 나는 이 지도책을 1년에 한 권씩 구입 한다. 매년 새로운 길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350 쪽에 달하는 지도책에서 내가 갈 곳의 지도를 쪽으로 오려내고 투명한 비닐 봉투에 담아간다. 자전거 핸들가방에 꽂아 놓고 가면서 필요할 때마다 읽는다. 우리나라의 지리는 지형지물이 넉넉하여 지도를 대비해 볼 수 있는 목표물이 흔하다. 그래서 자전거여행에는 10만분의 1 지도가 딱이다.
물론 등산을 할 때에는 2만5천분의 1 지도를 쓴다. 등고선이 조밀하여 산세를 파악하기에 좋기 때문이다.

칠량초등학교를 떠나면서 장흥반도의 대략을 지도를 통해 읽는다.
장흥반도의 서쪽 반은 강진군이고 동쪽은 장흥군이다. 반도의 동남쪽에 있는 대덕에서 윤구가 친구를 만나기로 한 날이다. 거기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아침부터 더웠다.
그러나,반도의 남해안도로, 칠량에서 마량까지의 길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언덕을 오르면 곳곳에 누각이 서 있었다. 아직 개발되지 아니한 덕에 풍경도 조용하였다. 특히 자전거로 가는 느낌이 그만이었다. 작은 고개들이 수 없이 나타났지만 기분을 맑게 해 주는 풍광 때문에 힘든 줄도 몰랐다.
마량을 앞 두고 삼거리에서 수박을 사 먹었다. 30대의 수박 아주머니가 인심을 발동하여 금방 딴 것이라며 풋고추까지 덤으로 주었다. 찌개 끓일 때 넣으란다.
성급한 마음에 이곳으로 이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왈칵 들었다. 길 모퉁이에 자그마한 방이 여러 개 있는 집을 짓고 오가는 자전거여행자들을 쉬게 하는 것이다. 나는 펑크난 튜브나 수리해 주고 말이다.

마량까지가 강진군이다.
강진군에서 청자축제를 선전하고 있었다. 요란한 느낌이다. 마량에서는 남쪽으로 고금도를 건너가는 큰 교량을 건설해 놓았다. 고금도에서 완도로 이어지는 연육도로를 공사 중인데 그게 완공되면 해남-완도-고금도-장흥반도로 교통이 될 것이다. 마량에서 잠시 쉬었다가 대덕으로 달렸다.




윤구의 친구 한재영 군을 만났다.

대덕에서 윤구의 친구 한재영 군을 만났다.
착하고 선한 얼굴에 웃음까지 순진한 청년이다. 그에게서 점심을 대접 받았다. 장흥에는 한우가 유명하단다. 한우 중에서도 맛진 부위만 골라 먹을 수 있었다. 한 군이 미리 준비해 놓은 것이다. 육회를 소위 사시미로 먹었고 이어서 구이를 먹었다. 제방을 쌓는 공사 현장에 파견 나온 토목기사인 한 군은 배 고팠던 우리의 속을 한꺼번에 꽉 채워준 것이다.
허벅지에 절로 힘이 생겨났다. 이 은혜를 무슨 수로 갚아야 할지? 건강하게나!!

허벅지에 새로 생긴 힘으로 장흥을 지나 보성군 회천까지 왔다.
77번 도로를 타고 북동진 하다가 덕암리에서 지천리로 질러가는 농로를 거쳤다. 다시 77번을 타다가 회천으로 우회전하여 해안도로로 접어 들었다. 회천 삼거리에 도착하니 곧 비가 내릴 것 같아 야영을 하기로 하였다. 마을을 둘러 보아도 정자나 마을회관 같은 게 보이지 않았다. 먼 발치에 교회의 건물이 제법 커 보이기에 윤구가 교회 마당에 텐트를 칠 수 있을 지 알아 보겠다고 먼저 달려갔다.



회천서부교회의 마당은 비좁았지만 인심은 넘쳤다.
윤구가 교회에 가서 부모님을 모시고 자전거로 여행 중이라고 하였더니, 마침 빈 방이 있으니 빨리 가서 모시고 오라고 했단다. 오래된 슬레이트 집이었으나 화장실까지 겸비된 그런 별채였다. 벽과 지붕의 단열이 잘 안되는 재질이라 방안에 들어서니 열기가 후끈거렸다. 그래서인지 에어컨 시설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에어컨을 연결하는 전선이 없었다. 비를 피할 수 있는 공터에 자전거와 트레일러를 주차하고 저녁 차림을 준비하고 있는데 목사님이 슬그머니 오더니 에어컨을 연결하는 전선을 갖다 주었다. 잠시 후에는 사모님이 타월을 두 장 갖다 주었다. 고단한 나그네의 피로가 예수의 사랑을 실천하는 목회자 가족에 의해 삽시간에 풀려버리는 기적의 순간이었다.
고픈 배를 채우고 샤워를 하고 났더니 마냥 행복하였다.
오! 주님, 우리가 이렇게 행복하여도 괜찮겠습니까?

교회에서 마련해준 슬레이트 집이었으나 화장실까지 겸비된 그런 별채였다.

여행 4일 째.
몸과 마음이 여행 모드로 서서히 적응해 가는 것 같다. 트레일러를 끌기 위한 페달링의 박자도 적응이 되었고 나름의 새로운 근육이 보강되고 있다. 소화기만 잘 적응하면 좋으련만.

밤, 10시에는 취침이다.
누가 자라고 서두르지 않아도 잠은 착하게 찾아 온다. 피로가 약인 것이다. 더구나 방 안에서 자는 잠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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