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24~09/15
여행 첫날, 친절한 노부부의 환대
2010-03-09   이동원

뉴질랜드 지도. 하단 붉은색 부분을 확대하면 아래와 같다.

출발지 티마루(Timaru)는 뉴질랜드 남섬의 중간쯤에 위차한 항구도시로 현재 내가 살고 있는 곳이다.
목적지 블러프(Bluff)는 남쪽 끝의 항구도시로 한국의 땅끝마을과 같은 곳이며 1번 고속도로의 시작 지점이기도 하다. 또한 유러피언이 처음으로 뉴질랜드에 정착한 곳이다.
파란색 실선으로 표시된 구간이 자전거로 이동한 것이고 점선은 차로 이동한 구간이다.


이번 자전거여행은 경주용 로드바이크로 했다.
출발 전에도 걱정했지만 잘못된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게 내가 가진 유일한 자전거였고 한번의 여행을 위해 다른 자전거를 사거나 빌리기에는 비용 면에서 문제가 있었다. 또한 한번쯤 시도해 볼만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여행 내내 마운틴바이크가 아닌 것을 아쉬워했다. 혹시나 뉴질랜드 자전거여행을 계획중인 분이 있다면 마운틴바이크를 강력히 추천한다.
뉴질랜드는 언덕이 많고 도로포장상태가 고르지 않기 때문에 두껍고 폭이 넓은 타이어의 마운틴바이크가 여행에 제격일 것이다.


자전거 뒤에 달린 뉴질랜드 국기는 룸메이트가 준 것인데 여행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환영해주고 관심을 보인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해외자전거여행시 현지국가의 국기를 달고 달리면 종종 환대를 받기도 한다. 물론 태극기와 함께 말이다.


첫날이다. 룸메이트와 인사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출발하려는데 기어가 고장 났다. 기어변속이 안 되는 것이다. 혼자서 고쳐보려고 몇 번 시도하다가 안돼서 자전거가게에 갔다.
여행 첫날이라고 하니 공짜로 고쳐주었다. 그렇게 계획시간보다 30여분 지연된 출발을 했고, 날씨가 생각보다 더웠다. 30도 가량 되는 것 같았는데, 중간에 머리가 아파서 누워 쉬었을 정도다.
티마루를 벗어나면서부터 언덕이 시작되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 이어졌다. 텐트와 옷가지 등 약 10kg의 짐 덕분에 오르막이 더 힘들게 느껴졌다.

계속되는 오르막길, 하지만 차가 거의 없어서 자전거를 타기에는 좋았다.

현재시각 오후2시 40분. 와이마티(Waimate) 도착 4km 전 지점의 민가에서 물을 얻어 먹었다. 더운 날씨에 챙겨간 물이 다 떨어지고 시골길이라 가게도 나오지 않아 목마른 것을 참다가 안돼서 민가에 물을 부탁했다.
영국에서 휴가 왔다는 노년부부는 친절하게 얼음까지 넣어주셨다. 자기 딸 친구가 한국인과 결혼해 서울에서 영어강사를 한다며 반가워했다. 그 집 담벼락 그늘에 않아서 물을 마시면서 쉬고 있는데 주변이 너무 평화롭고 시원하다. 뉴질랜드는 이게 좋다. 아무리 더운 날씨에도 그늘아래는 시원하다.
시원하고 나른해서 30여분간 낮잠을 잤다.

지나가는 여행객에게 친절하게 얼음물을 대접한 노부부의 집

그렇게 물도 먹고 쉬다가 다시 페달을 밟아 와이마티에 도착했다.
이곳은 월요일마다 사이클 클럽의 경주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자주와 봤던 곳이고 아는 멤버 중의 한 명이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일하기도 하는 곳이다. 그래서 이곳에도 잠시 들러 인사도 하고 물통에 물도 채웠다. 뉴질랜드에서는 수돗물을 끓이지 않고 마셔도 될 정도로 깨끗하다. 그래서 매일 출발 전에 캠핑장 등에서 물을 채웠다.

와이마티는 독일계 정착민 마을이 있었던 곳으로 타운 중심에 기념 동상이 있다.

이게 전형적인 뉴질랜드 시골길이다. 차도 없고 사람도 없다. 하늘과 언덕들만이 있을 뿐.

와이마티에서 다시 출발하여 많은 시골길을 지나 글레나비(Glenavy)에 도착했다. 목표한 것보다 30km 못 미쳤지만 더운 날씨에 첫날부터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이번 여행 내내 이것은 여행이지 훈련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했다. 작년 중국 여행시에는 하루에 240km를 달린 적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혼자 하는 여행이고 그렇게 무리해서 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하루에 보통 60~70km씩 이동했다.
캠핑장에 와서 샤워하고 빨래를 하고, 바다를 한번 보고 했더니 저녁이다. 처음으로 혼자 텐트에서 자는데 새롭다. 텐트도 3인용이라 무거운 만큼 크다. 첫날 출발부터 기어 때문에 좀 고생했지만 무사히 별일 없이 도착했다. 하루 달려본 결과 뉴질랜드는 언덕이 많아서 하루에 100km 넘게 다니는 것은 무리인 듯 싶었다.

첫날 저녁은 햄버거와 감자튀김이다.
참고로 9일간의 여행동안 한번도 쌀을 먹어 본적이 없다.
굳이 쌀이 아니더라도 배고프니까 모든 게 맛있었다.

캠핑장에서 발견한 현지신문기사.
뉴질랜드인의 유럽 자전거여행에 관한 기사였는데
자전거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낀다는데 공감했다.


첫날 묵은 캠핑장과 텐트.
뉴질랜드는 현재 여름이지만 새벽에는 섭씨 10도 이하로 떨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두툼한 침낭을 준비했다.
첫날 저녁을 쌀쌀했지만, 이어지는 8일에 비하면 따뜻한 봄이었다.

주행 시간 : 6시간 42분
이동 거리 : 118km
평균 속도 : 17.6km/h
최고 속도 : 56.2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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