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펑크와 세계 최대 경사 언덕길
에디터 : 이동원

오늘 목적지는 더니든(Dunedin)이다. 뉴질랜드 남섬에서 3번째로 큰 도시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타고대학교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형상으로는 산으로 둘러 쌓여 자전거를 타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아침에 어제 만난 Jabe와 인사를 하고 출발을 했다. 그는 오늘 하루 종일 와이코아이티(Waikouaiti) 바닷가에 앉아 책을 읽으며 낚시를 한다고 한다. 어떨 때는 나도 그냥 자전거를 안 타고 푹 쉬면서 낚시나 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출발해서 선선한 바람을 맞아가면 경치 감상을 하고 있노라면 그런 것은 또 금방 잊는다.
출발한지 얼마 안돼 더니든으로 가는 표지판이 나왔다. 그 위에 친절하게 자전거 표시도 있다. 얼마쯤 지났을까 멋진 모래사장이 또 페달링을 멈추게 한다.
정말 뉴질랜드의 해변은 어쩌면 저렇게 멋있을까? 멋진 자연 환경은 뉴질랜드가 받은 선물인 것 같다. 다른 선진국들처럼 다양한 산업이 발전하지는 않았지만 멋진 경치로 관광과 낙농, 수산업만으로도 나라경제를 이끌어 나가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 물론 영어를 배우러 오는 유학생들도 뉴질랜드 경제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더니든으로 가는 자전거 코스.
자전거를 위한 도로인 만큼 차는 적었고 도로포장상태는 양호했다.

멋진 해안선. 뉴질랜드의 멋진 자연은 관광객으로 하여금 자주 멈추게 만든다.

바닷가를 보고 좀 쉬다가 출발했는데 자전거가 점점 무거워지는 느낌이다. 멈춰서 보니 뒷바퀴에 바람이 없는 것이다. 뜯어보니 타이어가 터져 있었다. 유리조각에 의한 것이 아닌 공기압이 너무 높았던 것 같다. 타이어가 700 x 23c라 펑크를 대비해 뒷타이어 안에 한 겹의 타이어를 덧대었는데 그것 때문에 튜브에 무리가 갔는가 보다. 준비해갔던 튜브로 교체하고 다시 출발했다. 그래도 많이 걱정했는데 출발 후 3일간 펑크가 없었다. 이 정도면 양호하다. 로드바이크로도 자전거여행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물론 자전거 프레임구조상 허리가 엄청 아프다. 하지만 다른 선택의 여유가 없을 때는 로드바이크로도 충분히 도전 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첫번째 펑크. 9일간의 여행 동안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 펑크였다. 운이 좋았다.

자전거 펑크를 수리하고 출발하니 멀리 앞에 산이 보였다. 저게 바로 더니든으로 넘어가는 산인 것 같다. 그냥 봐서는 아주 높지는 않아 보인다. 천천히 경사가 시작되면서 자전거에서 내리는 횟수가 늘어났다. 역시 눈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달리는 것은 달랐다. 한참 지나니 주변에 나무가 울창했다. 갓길이 따로 없고 도로가 좁아 차가 오는 소리를 잘 듣고 있다가 차가 오면 옆으로 비켜줘야 했다. 

멀리 보이는 산이 더니든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다. 해발 600m정도였다.

언제 차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차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게 2시간쯤 달렸던 것 같다. 정상이 눈에 가까워졌다. 정상에 다다르자 더니든의 전경에 눈앞에 펼쳐졌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형태였다. 그래도 정상에서 내려다 보자니 아침부터 튜브 펑크를 때우고 오르막을 달린 보람이 있었다.
잠시 쉬면서 사진을 찍고 또 출발했다. 더니든 시내로 들어가는 내리막길은 경사가 심하기는 했지만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긴 다운힐이었다. 힘들게 올라온 사람의 피로를 풀어주는 듯했다.

오르막 중간에 있던 약수터(?).
뉴질랜드는 물이 깨끗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그냥 먹어도 무방하다.

정상에서 바라본 더니든 전경. 주변이 모두 산으로 둘러싸여있다.

더니든에 도착해 처음 갔던 "세상에서 가장 가파른 거리". 최고경사 38%이다.
자전거로 올라가려다 그냥 끌고 올라갔다.
업힐에 내공이 많으신 분들은 도전해 볼만 하겠다.

더니든은 확실히 큰 도시였다. 인구 12만이면 한국에서는 도시 축에도 못 끼지만 인구 4백만의 뉴질랜드에서는 큰 도시이다. 도시인만큼 물가가 비쌌다. 캠핑장이 $21이다. 다른 곳에 비하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가격이다. 하루 더 있을까 했는데 그냥 다음 도시로 가야겠다. 내일부터는 서던 시닉 루트(Southern Scenic Route)를 달린다. 경치 좋다고 따로 지정까지 해놓은 도로니까 기대하고 가도 될 것 같다. 그럼 계속 무사 라이딩!!


주행 시간 : 4시간 12분
주행 거리 : 55km
평균 속도 : 13km/h
최고 속도 : 55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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