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누이의 날씨를 말해주는 돌
에디터 : 이동원

아침을 먹고 출발하려는데 타이어 주변에 정체불명의 고무가루들이 많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타이어 옆면에서 나온 것 들이었다.
뒤에 페니어를 고정시키느라 브레이크패드의 위치가 올라가 있어 브레이크를 잡을 때마다 타이어 옆면이 닳고 있었다. 그런 식으로 계속 달리다가는 얼마 못 가 타이어가 터질 뻔했다. 그래서 이것을 수리하고 하다 보니 12시가 넘어 출발했다.
오늘 날씨는 어제와 비슷했다. 맑은 하늘과 바람이 없고 조금 더운 날씨였다. 오늘 구간도 큰 산은 없고 작은 언덕들만이 있었다.

어제 잤던 캠핑장의 캠핑카들. 뉴질랜드의 캠핑장에는 장기간 생활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대부분이 집이 따로 있고 캠핑카로 낚시나 여행을 즐기는 노년부부들이다.

출발한지 30여분 후부터 오른쪽 무릎이 아파왔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맨소래담을 안 챙겨왔다. 항상 아무리 열심히 준비한다고 해도 빠지는 물건들이 있다. 다음 도시가 나올 때까지 참고 견뎌야 한다. 덕분에 더욱 천천히 풍경을 즐기면서 달릴 수 있었다.

시골길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표지판. 주변에 소 농장이 있다는 표시다.
그렇다고 소들이 길까지 나오지는 않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뉴질랜드 농장의 스프링쿨러. 땅이 넓은 만큼 물 뿌리는 기계도 크다.
덕분에 저런 곳을 지날 때면 시원한 물을 맞을 수 있다.

멀리서 봤을 때는 무슨 검은 점들인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소들이었다.
참 많기도 하다. 소들에게는 사방이 먹을 것인 천국 같은 나라다.

출발한지 2시간쯤 지나 전날 목적지였던 오아마루(Oamaru)에 도착했다. 이곳은 원래 티마루(Timaru)보다 더 큰 항구도시였으나 지금은 많이 쇠퇴하고 관광지로 바뀌었다.
빅토리아 시대 양식의 건물들 때문에 평일인데도 여러 관광객들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관광도 좋지만 근육통을 위한 무언가을 찾아야 했다. 그 동안 써본 결과 스프레이 형식이 로션으로 된 것보다 효과가 더 좋았다. 그래서 간 첫 번째 약국에는 스프레이 식으로 된 것이 없었다. 두 번째 약국에서는 스프레이식이 있었는데 다 팔렸다며 몇 시간만 기다려주면 물건을 구해다 주겠다는 거다.
그래서 조만간 다음 도시로 이동해야 된다고 했더니 샘플로 나온 것을 그냥 줄 테니 쓰라고 했다. 의외의 행운이다. 너무 고마워서 챙겨갔던 레모나를 줬다. 약사에게 비타민C를 줬으니 조금은 의아해했을 것이다.

오아마루의 빅토리아 시대 양식의 건물들. 도시 전체의 건물들이 밝은 파스텔톤이다.

오아마루 안내 센터에 있던 빅토리아시대 자전거. 한국의 모 의류 브랜드 마크와
비슷하다. 그나저나 저런 자전거가 과연 잘 굴러가기는 했을까?

그렇게 약을 바르고 다시 출발했다. 오아마루를 빠져나가자마자 해안도로가 나왔다. 왼쪽은 바다 오른쪽은 언덕이었다. 차도 거의 없어 편하게 바다를 보면서 달릴 수 있었다.
한 시간쯤 달렸는데 무릎이 계속 아팠다. 약을 발랐지만 아무래도 휴식이 필요한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가장 가까운 마을에서 하루를 묶기로 하고 달려 카카누이(Kakanui)에 도착했다. 서핑으로 유명한 작은 마을이었다.
오늘 늦게 출발하고 일찍 쉰만큼 많이 못 달렸지만 남은 날들을 위해 컨디션을 좋게 유지해야만 했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내일은 날씨가 좀 더 시원해질 듯 싶다. 남쪽으로 갈 수록 비와 바람이 많아지기 때문에 더 추워질 것이다. 푹 쉬고 내일 많이 달리자.

오아마루를 빠져 나오면서 달렸던 해안도로.
바다를 옆에 끼고 자전거를 타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는 것 같다.

카카누이로 들어서는 길목에 있던 다리.
뉴질랜드 시골의 대부분의 다리는 일차선 다리이다. 그래서 상대편에 오는 차가 있으면
기다렸다가 가야 한다. 자전거는 다리 가장자리의 인도로 가거나 없으면
차가 없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카카누이 캠핑장의 날씨를 말해주는 돌이다.

바위가 말라 있으면 - 맑은 날
젖어 있으면 - 비
하얗다면 - 눈
흔들린다면 - 바람부는 날
날아 다니면 - 싸이클론 태풍
떨린다면 - 지진
돌고 있다면 - 토네이도
보이지 않으면 - 안개
없다면 - 누군가 가져갔음

이런 것은 참신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인 것 같다. 오늘은 다행이 돌이 말라 있었다.

주행 시간 : 3시간 55분
이동 거리 : 61km
평균 속도 : 15.5km/h
최고 속도 : 61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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