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길은 3번 물어보자!
에디터 : 최용석

1월 22일 보팔(Bopal)-손까치(Sonkach) : 130km

달콤한 휴식을 뒤로하고, 일찍 호텔을 나선다. 항상 도시를 빠져 나오는 길은 복잡하다. 호텔주인에게 길을 물어본 뒤 출발. 얼마나 이동한 것일까. 뭔가 이상한 느낌이다. 주변의 간판과 나침반 등이 내 느낌을 대변해 준다.
아니나 다를까. 잘못된 방향으로 이동 중이었다. 내가 잘못 들은 것인가 호텔 주인이 잘못 가르쳐준 것인가. 원인이 무엇이든, 내 뒤를 따라오는 네 명의 대원들에게 미안한 건 마찬가지.....

사이 좋게 서로 기대고 있는 자전거들. "너희가 고생이 많다!"

인도에서 길을 물어볼 때 스스로 세운 규칙이 한가지 있다.
'항상 세 번 이상 물어보기!'

인도인들은 질문에 대해서 항상 친절히 답변을 준다. 가끔은 지나칠 정도로 오지랖이 넓은 사람들도 만나게 된다. 길을 물어볼 때 모르면 어떻게든 알려주기 위해서, 처음 보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 토론장을 만들기도 한다. 순식간에 십 여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일 때도 있는데, 이들은 대화와 눈빛 교환, 그리고 특유의 고개짓으로 합의를 본 뒤 우리에게 길을 가르쳐 주곤 했다. 하지만 이렇게 나온 결론마저도 틀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갑작스럽게 형성된 무리 중,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람의 말에 자연스럽게 힘이 실리는 듯.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국적 불문의 공통 분모란 말인가. 결국은 길을 모르는 사람도 목소리만 크면, 순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다수가 모여서도 틀린 답이 나오니, 개인의 대답을 100% 신뢰할 수는 없는 법. 그래서 항상 길을 물어볼 때는 세 명 이상에게 물어보고, 페달을 밟으면서도 틈틈이 릭샤 왈라(릭샤 드라이버)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옆에 붙어서 간단한 대화로 길을 확인하곤 했다.
"이다르, 손까치 티크 해(이 방향이 손까치로 가는 방향이 맞습니까??)"

"성광아, 염소들한테 길 좀 물어봐라! 단, 세 마리한테 물어봐야 한다.."

오늘은 길을 물어본 상대가 호텔주인이기에 믿을만 하지 않을까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세 번 물어보기' 규칙을 지키지 않았고, 어김없이 문제가 생겨버린 것. 내가 잘못 들은 것인지도 생각해 보았지만, 분명 호텔 주인의 손가락은 우리가 달리고 있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제길. 어쨌든 오늘은 호텔주인을 100% 신뢰한 나의 잘못.
'용석! 기본에 충실해라.'

오늘 주행할 도로는 지도에서 확인한 바로는 NH86 이었는데,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SH18로 들어와 버렸다. 아침에 잠시 길을 잃은 뒤로 정신 바짝 차리고 주행했지만, 지도에 없는 도로가 나오자 다시 한번 주춤.
한눈에 보아도 새로 만들어진 도로이다. 방향과 이동 간 만나는 도시들로 보아서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인도의 빠른 도로 인프라 확장을 지도 개정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지도 개정 속도가 상상 이상으로 느린 것일까.
지도에 없는 길을 달리자니 조금은 걱정이 됐지만, 손까치에는 정상적으로 도착 할 수 있었다.

항상 후미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성민이!

마을에 하나 밖에 없는 숙박시설을 힘들게 찾아서 짐을 풀었다. 오늘은 대원들의 파이팅을 위해서 성광이가 김치찌개와 볶음 김치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쌍용 건설에서 받은 김치가 요긴하게 쓰일 시간이다. 한 레스토랑에 가서 주방을 쓸 수 있냐고 물어보자 단호하게 거절한다. 어딜 가나 항상 같은 반응이다. 이럴 때 우리가 쓰는 방법은 간단하다.

"메리 도스뜨 비마르 해(내 친구가 아파)." 단, 혜진이가 아픈 것으로 하는 것이 잘 통한다.
"아즈 꾸츠비 내힝 카야(오늘 아무것도 못 먹었어)."
"우스꼬 꼬리아 뿌드 짜히에(그녀에겐 한국음식이 필요해)."
"키친까 쁘라요그 까르 싸끄따해??(그러니까.. 너희 주방 좀 사용할 수 있을까?)"

잠시 동안 눈빛 교환과 고갯짓. 순박한 이 친구들.. 이미 거절을 한 다음이기 때문에 자존심상 마음을 바꾸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는 듯 하다. 
오래지 않아 긍정의 고갯짓 장렬! 인도인 특유의 리듬을 타는 고갯짓은 항상 볼 만하다.
"바훗 아차~~! 키친 까항 해?(넌 좋은 놈이야!! 주방 어디야?)"
덩달아 나도 리듬을 타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준다.
이 자식들 내 행동을 보고, 한바탕 웃으며 어디서 힌디를 배웠냐며 질문공세가 시작된다.  
이로써 상황 종료. 정이 많은 인도인들이다. 지나치게 좋은 레스토랑만 아니라면 항상 대화를 통해서 주방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제 성광이 투입. 해군 선상 생활 중 3개월 가량을 조리병으로 활약한 성광이의 실력발휘 시간이다. 뚝딱뚝딱.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인도인들이 모두 몰려들어서 성광이의 요리 솜씨를 본다. 사실 솜씨보다는 신기하게 생긴 김치가 요리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는 것이리라. 김치 덕분에, 그리고 이 신기한 한국음식을 자유자재(?)로 요리하는 성광이의 활약덕분에,, 이들과도 금새 친구가 되었다. 우리가 식사를 하는 내내 우리를 뚫어져라 쳐다 본다. 우리가 신기한 건지, 김치가 신기한 건지, 김치를 먹는 우리가 신기한 건지.
'나는 밥 먹는데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너희가 더 신기하다. 이놈들아....'

식당 주방 - 요리사 성광이!

보글보글 김치찌개!!!!!!!!!!!!!!

이것이 바로 진수성찬! "혜진아 많이 먹어라~ 항상 아픈 척 하느라 수고가 많다!"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고 하던데..... 너희는 일 안하니?!"

성광이가 김치찌개에 인도식 치즈인 빠니르를 넣어서 더욱 입맛을 돋군다. 빠니르는 치즈이긴 하지만 두부와 같은 맛이 나고, 뜨거운 물에도 잘 풀어지지 않고, 느끼하지도 않다. 김치찌개와 잘 맞아 떨어졌다.
'성광이 자식, 마누라한테 사랑받겠구만.. ㅋ'
기분 좋게 저녁식사까지 클리어!

자식들! 주방 잘~ 썼다. "단야와~드(고맙습니다)!!"

자고 일어나서, 아침 먹고 달리고, 점심 먹고 또 달리고, 저녁 먹고 자고... 또 다시 일어나고.. 먹고, 달리고, 먹고, 달리고~~ 우리의 하루 일과를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원초적인 생활의 연속이지만 그 안에서도 무한한 즐거움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다시 한번 내일을 기대하게 해 준다.



여행 후원: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위의 기사는 개인적인 용도 및 비상업적인 용도의 '퍼가기'를 허용하며, 상업적인 용도의 발췌 및 사진 사용은 저작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