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28~09/01
사막 직선도로에서 줏은 콜라 2캔
2011-07-05   박규동

1996년 10월 12일(土)     발래도니아(Balladonia) 모텔
                      야영 → 발래도니아

05:00 4℃ 맑음 바람없음
아침식사;햄야채볶음,식빵,스프
06:10야영지에서 출발
07:05휴식 10℃ 맑음 동풍약
08:02휴식 요구르트 18.5℃ 맑음 바람없음
09:00휴식 비스켓,치즈 22℃ 맑음 바람없음
10:00 휴식 바나나 25.5℃ 맑음 바람없음
10:50-11:20식사 도로옆 발래도니아50km전 식빵,햄야채볶음,커피,계란후라이,바나나
12:07휴식
13:10휴식 사과 26℃ 맑음 서풍약
14:20-14:40식사 도로옆 발래도니아26km전 식빵,계란후라이,햄야채볶음 25℃ 맑음 바람없음
15:20휴식 26℃ 맑음 바람없음
16:00휴식 25℃ 맑음 바람없음
17:00발래도니아(Balladonia)에 도착(영업시간 06:00-22:00)
간식 테이크어웨이 식당 스테이크버거,콜라 $15.60
모텔 남위:32°21.1′ 동경:123°37.1′모텔 숙박비 $69.00
저녁식사 배추국,밥,야채,짱아치,햄야채볶음

최고속도33.5
평균속도12.6
운행시간7.57.23
주행거리100.49
누적거리3662.0


16시에 발래도니아에 도착하였다. 로드하우스 마을이다. 주유소, 모텔, 카라반파크가 있으며, 건물은 3동이 전부다. 로드하우스 출입문 위에 "인구 10명"이라는 표지판을 걸어 놓았다.
193km를 이틀 동안 달려서 찾아 온 보잘 것 없는 곳이지만 우리에게는 생명의 오아시스다. 어쨌든  반갑다.

자동차도 한 시간에 한두 대 만날까 말까 하는 적막한 길,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우리 두 부자만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여러 개의 구릉과 프레이져 산맥을 넘고 넘어 왔으나 아직 평원은 나타나지 않았다. 내일은 직선도로 146km를 통과하게 된다. 거기서부터는 평원이 되겠지.
그래, 그길 가운데에서 누굴 반갑게 만났으면 정말 좋겠다.

안장 닿는 엉덩이 부분이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이다. 브리즈번에서 브로큰힐까지는 늘 하던 데로 패드가 접착된 팬츠를 입었다. 그러다가 브로큰힐에서 잴 안장커버를 사서 씌우고 팬츠에 붙은 패드를 모두 뜯어내고 타고 있다.
엉덩이에 와 닿는 충격과 고통은 비슷하나 패드를 뜯어낸 팬츠는 사타구니에 공기소통이 잘 되어서 좋았다. 패드는 하루종일 타다 보면 땀에 젖어 피부손상을 주거나 마찰 부분에 높아진 체열을 줄이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물론 단기간 사용하기에는 패드가 부착된 팬츠가 좋다. 그러나 장기간 원정을 하고자 할 때에는 패드가 부착되지 않은 팬츠를 사용하는 게 좋겠다. 바람을 통하게 하는 것이 체온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서울의 회사로 전화를 걸었다.
MTB학교가 오늘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니 좋은 소식이다. 내가 3년 전부터 시작한 와일드스포츠클럽의 MTB학교는 봄, 가을 일년에 두번씩 열리고 6주간 주말에 교육을 한다. 이번이 6기생인 셈이다. 와일드스포츠클럽에서는 MTB학교 외에 등산학교, 산악스키학교, 패러글라이딩, 스쿠버교실 등을 개설하고 있다. 그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이 등산학교와 MTB학교다.
수료한 여러 학생들이 지역이나 단체에서 리더 역할을 하기도 하고 더러는 선수 생활도 한다. 등산, MTB, 산악스키 등은 공해를 발생하지 않는, 말하자면 동력을 사용하지 않는 그린 스포츠이기 때문에 더욱 권장해야 할 종목이기도 하다.
 
돌아가서 학생들에게 호주횡단 5,000km를 전해주고 그들에게 도전의식을 심어 줘야 하겠다. 듣자 하니 지난번에 백두산을 함께 다녀온 MTB 멤버들이 자주 모여서 투어도 하고 교류가 되는 모양이다. 백두산을 MTB로 정식 초등한 팀이니까 그 명분으로 팀을 만들면 좋겠다. MTB로 백두산을 정식으로 올랐던 사람들만 모아서 회원이 되고 원정이나 기술개발 등의 정보를 교환하고 통일을 대비하는 MTB클럽으로 발전시켰으면 좋겠다.

적막한 길을 달리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었다.



1996년 10월 13일(日)     야영. 도로변(카이구나 81km전방)
                      발래도니아 → 야영(카이구나 85km전)

05:30 1℃ 맑음 바람없음 아침식사 햄,식빵,스프
06:20발래도니아에서 출발 3℃ 맑음 바람없음
07:17휴식 비스켓,치즈,바나나 17℃ 맑음 북풍약
08:20휴식 바나나 26℃ 맑음 북동풍약
09:30휴식 비스켓,치즈 90마일 직선도로 시작 29.5℃ 맑음 북풍약
10:30-10:55식사 도로옆 발래도니아43km후 식빵,계란후라이,녹차,햄야채볶음 28℃ 맑음 북풍약
11:45휴식 36℃ 맑음 북풍약
12:35 -13:08휴식 비스켓,치즈,사과,레몬쥬스 42.5℃ 맑음 북풍약
14:00-14:25식사 도로옆 카이구나113km전 식빵,계란후라이,햄야채볶음 37℃ 맑음 바람없음
15:08-15:30휴식 37℃ 맑음 바람없음
16:05지나가던 차량이 콜라 두 캔을 도로 옆에 놓고 감
16:35휴식 27℃ 맑음 바람없음
17:20휴게소 터에서 야영
남위:32°22.6′ 동경:124°36.9′
저녁식사 배추국,밥,햄야채볶음,야채,짱아치
 
최고속도29.0
평균속도12.8
운행시간7.53.24
주행거리101.79
누적거리3763.8


"사랑하는 여인을 잊지못해 3년간 미국 전역을 뛰어다녔던 남자 포레스트검프를 아는가?"
"안다."

눌라보에 오면 모두가 우주의 기본 성질인 본성이 될 수 밖에 없다. 순수이성 이전의 원시적 본성이 되는 것이다. 90마일을 직선으로 도로를 설계한 사람은 누굴까? 아마 그도 본성이 발동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평원에 세계에서 제일 긴 직선도로를 설계할 수 있었을까?

오늘부터는 지나가는 트럭기사나 카라반을 끌고 가는 여행객이나 모두 격려를 해주는데 그게 그냥 형식으로 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손을 흔들고, 경적을 울리고, 때로는 차를 우리와 같은 속도로 천천히 몰아 가면서 얘기를 나누며 관심과 격려를 보내는 것이다. 눌라보 이전하고는 아주 딴판이다. 본성으로 되돌아 온 것이다.

여기부터 90마일(146.6km)가 직선이다.

오후 4시쯤에 있었던 이야기 하나를 전 해야겠다.
뜨거운 태양으로 40℃를 넘나드는 더운 날씨.
이 시간쯤은 높아진 체온과 갈증으로 하루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때이다. 바로 그 때, 지나가던 차량 두 대가 우리를 앞질러 300m쯤 가더니 무슨 일인지 잠깐 멈추어 섰다가 출발하는 것을 보았다.
무엇을 잃어버린 걸까?
아니면 운전을 교대하는가?
하고 무심코 생각하며 차가 멈췄던 곳에 이르렀고, 그 때 뭔가 눈에 뜨이는 것이 있었다.
다가가 자세히 보니, 아! 시원한 콜라 두 캔을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포개어 세워 놓고 간 것이 아닌가!

누가 누구를 위해 두고 간 것일까? 그래, 그들이 우리를 위해 시원한 콜라 두 캔을 두고 간 것이었다. 호주인이 한국인에게 아니, 인류가 오직 인류에게만 전해 줄 수있는 사랑을 콜라 두 캔에 담아 두고 간 것이다!
다이어트 코카콜라 캔 두 개에 담긴 우주의 의미를!

창민이와 나란히 콜라 한 캔씩을 단숨에 마셨다. 마시자 마자 몸 안 가득히 눌라보의 본성이 짜릿하게 퍼져 가며 인류에 대한 사랑과 감사가 느껴진다. 솔직히 그간 몇몇 호주인들에 대한 편견과 미움이 마음구석 한 켠에 도사리고 있었으며, 또한 사막의 피로가 겹겹이 쌓였드랬었다. 그러나, 언제 그런 것들이 있었더냐 하듯이 한꺼번에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눌라보 사막 한 가운데서 콜라 두 캔을 선물받았다.

가슴 가득히 눈물이 돌고 돈다.
아! 여기가 진정 눌라보란 말인가!

90마일, 146.6km.
자동차로 1시간 반, 우리는 이틀을 달려야 하는 직선거리다. 지평선 끝까지 곧게 이어지는 도로, 도로는 아지랑이 속으로 이어지고, 가도 가도 제자리에 서 있는 것 같다.
눈이 내렸으면 했다. 직선도로 한 가운데에서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만났으면 했다.
 
별이 가득한 밤이다. 생땍지베리의 어린왕자가 찾아 올 것 같은 별 밤이다. 포레스트검프가 애인을 못 잊어 몇 년이고 몇 년이고 뛰어가야 할 길이다. 그 길 옆에 텐트를 쳤다. 서쪽을 향해 달리는 로드트레인이 황혼 속으로 수 없이 빨려 들어 간다. 그리고 밤이 온다. 어둠은 우리 텐트와 사막을 훔치듯 감추고는 대신 은하수와 우주를 안겨 준다.

발래도니아 모텔을 출발하여 30km쯤 동쪽으로 달려오면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낡은 발래도니아 전보통신 스테이션이 왼쪽으로 보인다. 발래도니아는 원주민 언어로 '홀로 있는 붉은 바위'라는 말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스테이션 옆에 커다란 붉은 바위가 하나 있다. 유서 깊은 그 스테이션을 지나 8km쯤 더 동쪽으로 달려가면 "호주에서 제일 긴 직선도로 90마일"이라는 안내판이 서 있고 146.6km의 직선도로가 시작된다.
오르고 내리는 언덕도 없는 평원에 건설된 완벽한 직선도로이다.
키 큰 나무는 사라지고 앉은뱅이 사막식물로 뒤덮힌 곳이라 사방이 모두 지평선까지 열려 있다.
"길은 바로 이런 게 길이다"이라고 누가 큰소리로 외치는 것 같다.

말하자면 세계에서 제일 긴 직선도로를 우리는 황송하게도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이다.
사랑하는 아들과 함께.
 
아침기온 3℃, 낮 기온은 41℃까지 급상승 하였다. 12시에서 15시까지는 더위로 아주 힘들었다. 너무 더우니까 자전거를 타고 가는 중에도 깜빡 잠을 자거나 아니면 환각에 자꾸 시달린다. 푸른 물이 넘실거리는 한강변 고수부지를 달리고 있거나 시원한 가리왕산 산길 코스를 타고 있는 환각이 나타난다. 내 옆으로 친구 라충과 주능정이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시원한 고가도로 아래를 통과하기도 하고, 장백폭포가 쏟아지는 백두산 길을 차백성 이사와 달리기도 하였다.


쉬는 시간에는 메트리스를 깔고 드러누워 잠시 눈을 감아보았다. 달아오른 체온을 식히는데 30분에서 한 시간씩 휴식이 필요하며, 5분 10분씩 드는 토막 잠에서 어느 땐 영원히 잠나라에서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0분 주행에 한 시간 휴식이라니!

오늘도 북풍이다. 북풍은 늘 건조하고 덥고, 열풍으로 달아온다. 수 십만 대의 히터 바람이 몰려온다.

나머지 1,000km, 10일, 무사히 끝내고 돌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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