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날씨에 터져 버린 타이어
2011-07-27   박규동

1996년 10월 14일(月)     카이구나. 존 에어(John Eyre) 모텔
                     야영 → 카이구나

05:00 4℃ 맑음 남풍약
아침식사 햄,식빵,스프,녹차
06:20캠프지에서 출발
07:15 20℃ 맑음 북풍약
08:13휴식 26℃ 맑음 북풍약
08:53휴식 비스켓,치즈 30℃ 맑음 북동풍중약
09:45-10:25휴식 물탱크옆 카이구나 46km전 비스켓,치즈,바나나 31℃ 맑음 북풍약
11:15-11:55식사 트럭주차장 카이구나 35km전 식빵,계란후라이,햄 35℃ 맑음 북풍중
12:45휴식 38℃ 맑음 북서풍중
13:15휴식 바나나 38℃ 구름 북서풍중
14:03-14:35 식사 쉼터 터 카이구나 14km전 식빵,계란후라이,햄 39℃ 구름 북서풍약
15:02-15:47 휴식 40℃ 구름 북서풍약 박규동 자전거 타이어 폭발 튜브 교환
16:20 휴식 35℃ 구름 북서풍약
17:00 카이구나(Caiguna) 도착(24시간 영업)카라반파크 남위:32°16.3′ 동경:125°29.3′ 카라반 숙박비 $15.00
물품 구입 스테이크버거2개 $12.00 커피우유4개 $7.20 물2ℓ2개 $5.00
저녁식사 스테이크버거,밥,배추국


최고속도23.4
평균속도12.0
운행시간7.12.37
주행거리87.09
누적거리3850.9

북풍이 불어와 몹시 더운 날씨가 종일 이어진다. 최고기온 40℃.
쉬는 시간이었다. 갑자기 세워 둔 내 자전거 뒷 타이어가 과열로 인해 자연 폭발되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튜브를 새 것으로 갈았다.
 
트레일러는 실밥이 보이도록 닳아 버린 타이어가 두 개나 된다.
자전거 뒷 타이어도 돌출부위가 다 닳아 간다. 나머지 900km를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모든 신께 기원한다. 이제부터는 자전거 부품을 살 곳도 없고 식량을 더 사 보탤 수퍼마켓도 없다. 오로지 지금 준비된 대로 끝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잠시라도 얼굴 모기장을 치우면 파리가 입가로 모여든다. 


플라스틱으로 진공 포장된 햄과 스테이크 등 10kg가 넘는 아까운 식량을 야영지에 묻어 버리고 왔다.  
세두나에서 구입하여 퍼스를 거쳐 1500Km를 천신만고 끝에 실어 온 생명과 같은 식량이지만 버리기로 결정한 것은 기온상승으로 인한 변질이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배고픈 것이 배 아픈 것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일 것이다.

눈이 내렸다.
눌라보 지평선 끝까지 하얀 눈이 내렸다. 눈 나라에 사막이 온 것이다. 지평선에서 시작된 하얀 눈길로 네 마리 말이 끄는 황금빛 코치를 타고 라라가 찾아왔다. 라라를 뒤쫓아 포레스트 검프가 뛰어 왔고 어린왕자가 풍선을 타고 내려 왔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가는 좀머씨. 그는 어디를 그렇게 바쁘게 달려가는지? 눌라보 스트레이트 하이웨이에 눈이 내리고 이렇게 천사들이 모여 들었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모두 반갑게 맞아 주고 격려해준다. 라라가 내 뺨에 키스해 주었다. 검프가 새우튀김을 가져왔다. 어린왕자는 날개가 달린 자전거 그림을 그려서 창민이 대장에게 주었다.

직선도로가 끝나자마자 죤 에어 모텔이 나타났다. 전설처럼 직선도로를 지키며 서 있는 그 유명한 모텔을 지도에서 처음 보았을 때에는, 내가 장차 그 곳에 갈 수 있으리라는 꿈도 사치스럽게 여겨졌었다.  만약 내가 그 곳에 닿을 수 있다면 나는 어머니를 위해 기도해야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닿았다. 그리고 어머니를 위해 기도하였다.
 
당신이 낳으신 몸으로 당신께 기도할 수 있도록 해 주신 은혜에 감사합니다.
눌라보의 시로 쓰여진 당신이 낳으신 이 몸을 향해 당신은 또 얼마나 많은 기도를 하셨습니까?
어느 날, 기어코 하늘을 열어 당신을 주님께 맡기고 나면,
그 때는 어김없이 푸른 물을 길어 당신의 육신을 씻겨 드리겠습니다.
일제와 625가 더럽힌 당신의 한을 말입니다.
종래에는 당신의 땅을 파고 당신의 추억을 묻어야겠지요.
그리고 나는 지구가 다 하는 날까지 그 자리 당신 곁에 서 있겠습니다.

 

1996년 10월 15일(火)     야영. 도로변(마두라 46km전방)
                      카이구나 → 코클레비디 → 야영(마두라 45km전)

05:00 14℃ 밤새비 바람없음
아침식사 식빵,햄,스프
06:36 카이구나에서 출발
07:30 휴식 15℃ 맑음 남서풍중
08:27 휴식 8시쯤부터 반대편에서 오는 자전거팀을 만남 비스켓,치즈 20℃ 맑음 남서풍중
10:00 휴식 22℃ 맑음 남서풍중강
11:15-12:55 코클레비디(Cocklebiddy)식사 햄버거,커피 구입품 햄버거6개 커피우유2개 $38.40 엽서15장 기념품2개 $14.50 13:50휴식 24℃ 구름 남서풍강
14:50 휴식 23℃ 구름 남풍강
15:20-15:30 박규동 트레일러 타이어를 교환
16:10 휴식 21℃ 구름 남풍강
16:45 쉼터에서 야영 마두라 45km전 남위:31°59.4′동경:126°32.8′
저녁식사 햄,밥,배추국,짱아치,야채


최고속도23.2
평균속도14.9
운행시간7.35.56
주행거리113.55
누적거리3964.5

더위로 이어지는 평원에 반가운 소식이 생겼다.
남서풍이 불어준 것이다. 기온은 26℃가 최고. 4시 5시 방향 바람으로 쉽게 114km를 주행하였다.

100여명의 라이더가 사막횡단 여행을 가고 있었다.

리컴벤트 자전거에 돛을 달아 달리는 라이더

뒷바람에 돛을 펴면 페달링 없이 시속 30km를 낼 수 있다고 한다.

카이구나로부터 25km 지점에서는 무려 100여명의 자전거 여행팀과 마주쳤다. 에들레이드에서 퍼스까지 25일 예정으로 간단다. 거의 로드 싸이클을 타고 있었으며 버스와 트럭의 지원을 받는 단체 안내 투어인 모양이다. 그들이 우리를 세우고 에워싸더니 정신없이 이것 저것 묻고는, 아! 아! 놀라면서 기념 촬영을 하자는 등등, 우리는 갑자기 스타가 된 기분이었다.
과부가 과부 사정 안다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자전거꾼을 헤아려 준 것이리라.

센튜럴타임 지역으로 들어 섰다. 시간이 45분 앞당겨 졌다. 해가 점점 일찍 뜨니까 그렇게 해야 되겠다. 동쪽으로 가면 갈 수록 해는 더 일찍 뜰 거니까.

트레일러 타이어 하나가 튜브가 나오도록 닳아서 예비로 두었던 헌 타이어로 바꿨다. 타이어 사정이 아슬아슬하다.
 
주식인 식빵도 노즈맨에서 준비해 온 것이 오늘로 마지막이 되었다. 그래서 로드하우스에서 햄버거를 4개 사서 싸 갖고 다닌다. 내일 아침과 점심용이다. 저녁은 아직도 밥을 해 먹을 쌀과 된장이 남아있다. 쌀은 보관이 쉬워서 끝날 때까지 저녁식사만큼은 밥을 해 먹을 수 있겠다. 단지 낮에 먹을 식사용으로 햄버거를 로드하우스에서 사서 싸 갖고 다니며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평균 이틀분의 아침, 점심을 준비해야 한다.
그것도 변질의 염려를 피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이다. 하루가 지난 햄버거를 먹을 때에는 맛이 변한 것 같아 조심스럽다.

눌라보에 있는 로드하우스들은 모두 빗물을 받아 식수로 쓴다. 지붕 처마 끝에 빗물을 모으는 집수 장치를 하고 수도관을 물 탱크로 연결해 놓았다. 탱크 안에 여과장치가 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두들 식수로 쓰니까 우리도 별 거리낌 없이 마시고 밥도 짓고 한다.
도로 중간에 설치된 쉼터의 물 탱크도 모두 빗물을 받아 저장하는 형이다. 멀리서 보면 아주 큰 건물로 보이지만 막상 도착해 보면 빗물을 받기 위해 100평 200평 씩 가짜 넓은 지붕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 지붕 아래에는 물 탱크가 있으며 넓은 그늘이 드리워져 쉬어 갈 수도 있다.
빗물을 많이도 마셨다. 쑥쑥 자라겠다.

빗물을 받아 저장하는 물탱크

큰 지붕의 그늘을 이용해 좋은 쉼터가 된다.

남서풍이 몹시 강하게 분다. 남풍이 더 센 것 같다. 춥고, 낮은 구름이 고속 촬영한 것처럼 빠르게 움직인다. 텐트를 설치하는 동안 빗방울이 약간 있었으나 큰 비는 아닐 테지. 어제 밤에는 제법 비가 내린 모양이다.
비가 와도 이곳에서는 흔적이 없다. 땅에 비가 닫자마자 흡수되고 만다. 아스팔트의 구멍진 곳에 약간씩 고인 것 말고는 비가 왔는지 조차 모를 때가 많다.
 
눌라보에서 5일째를 보낸다. 앞으로 8일. 800km 남았고 내일은 총주행거리가 4,000km를 넘는 날이다.
창민이 대장이 잘 하고 있어서 얼마나 자랑스러운 지 모르겠다.

백두산에서부터 함께 떠나 오신 나의 아버지는 지금 쯤 어디에 계실까?
굶주리는 북쪽 사람을 보고는 차마 그 땅을 떠나지 못해 아직도 청년장교의 혈기로 북녘 하늘을 떠돌고 계실까?.
아니면 쉰이 넘은 아들이 손자와 함께 사막 벌판을 헤매는 것이 안타까워 시원한 남풍으로 불어 주고 계시는가.
아버지! 구르는 바퀴 마다 아버지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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