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XC 문을 두드리는 나상훈 선수
에디터 : 박창민 기자

지난 2011년 나상훈 선수(팀 엘파마)는 월드컵 XC 대회에 4번 출전을 하며 본격적인 해외 진출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또한 이번 겨울에는 국내 브랜드인 엘파마(ELFAMA)와 후원계약을 하며 더욱 자신감을 충전한 나상훈 선수.
바이크매거진은 그가 겨울 시즌동안 태국으로 훈련을 가기 전 인터뷰를 통해 그간의 소식과 2012년 계획 등을 들어볼 수 있었다.

새롭게 엘파마(ELFAMA) 라이더가 된 나상훈 선수를 태국 훈련을 떠나기 전 만나보았다.

2011년에는 월드컵에 자주 출전했는데, 어땠나요?
1년 동안 4번 월드컵에 출전하고, 세계선수권 대회에 1번 출전을 했습니다.
UCI(세계사이클연합)에 등록된 선수라면 월드컵 대회는 출전하고 싶은 선수들은 모두 나갈 수 있는 대회의 성격이지만, 세계선수권은 국가마다 UCI 포인트에 따라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UCI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시합이 열리지 않기 때문에 해외에서 UCI 포인트를 모을 수 밖에 없었죠.
우리나라에서 우승도 한 경험이 있고 해서, 처음에는 그런 자신감을 가지고 월드컵을 나갔고, 클래스1,2 시합에서는 줄리앙 압살롬과 10분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서 자신감이 충분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월드컵에 가보니 기량 차이가 확실히 나더라고요.
특히 컷아웃, 선두와 80% 이상 차이가 나면 중간에 탈락되는 규칙인데, 월드컵 시합을 뛰는 동안 계속 컷아웃이 되니까 많이 좌절이 되었습니다.
선두는 한바퀴에 15분 정도 걸리게 되는데, 선두와 한바퀴에 2분 정도 차이가 나더라고요, 그것이 쌓이다보니 마지막 2바퀴 정도 남기고 컷아웃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도 마지막 월드컵에서는 1바퀴 남기고 컷아웃 될 정도까지 나아가기는 했죠.
처음의 좌절에 비해 이제는 뛰면 뛸 수록 익숙해지면서 도전정신도 강해지는 기분이고, 경험이 점점 쌓이면서 희망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스타트에서 앞에 서면 완주 가능성이 커질까요?
대회를 시작해서 싱글에 진입할 때 쯤 되면 뒤에서 출발한 선수는 옆 선수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만큼 정체현상이 생기게 됩니다. 그 정체 현상을 뚫고 나오면 선수와 약 3분 정도 차이가 나는 수준이죠.
처음에는 스타트에서 좋은 자리의 출발이 완주에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을 했는데, 어느날 출발하자 마자 한 선수가 체인이 끊어져서 마지막으로 출발을 하게 된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선수가 금방 저를 추월하더니 나중에는 20위 정도로 결승을 통과하더군요.
그래서 스타트 자리가 완주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선두들의 등수 정도의 차이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차피 정체현상을 뚫고 나오면 선두와 약 3분 차이가 나는 것인데, 그 다음부터는 진짜 제 실력을 가지고 경쟁을 하게 되는 것이니까요.

월드컵 출전, 처음에는 컷오프 당하면서 좌절했지만 점점 경험과 함께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2012년 세계 진출 계획은?
2012년에는 카비숑 베타타(Calvisson VTT)라는 프랑스 남부에 있는 클럽팀에서 뛸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세계 대회에서 만난 인연으로 같이 활동할 계획까지 만들게 되었는데, 올해는 유럽 클럽팀 문화에 대해서도 많이 배워올 예정입니다.
아마 2월에 프랑스에 가서 3개월 정도 대회를 뛰며 생활을 하고, 우리나라에 와서 국내 시합을 좀 뛴 다음, 다시 후반기에는 해외 시합을 뛸 생각입니다.
유럽은 거의 매주 대회가 있어서 시합을 연습처럼 뛸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제가 우리나라에 있을 때 많아야 1년에 10번 정도 대회를 나가는데, 2011년에는 20번이 넘는 대회를 나가서 2배에 가까운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겨울 훈련 계획은요?
이번에는 태국에서 하게 됩니다. 역시나 혼자서 가게 되는데, 거기에 가면 일본의 코헤이 선수나 세이야 선수를 만나서 같이 연습을 할 것 같습니다.

코헤이 선수와 아시아에서 경쟁이 많이 될텐데?
이미 코헤이 선수는 2011년 월드컵 레이싱을 하면서 선두와 5~6분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선수로 성장이 되었습니다. 또한 일본에서는 UCI가 인정하는 선수권대회도 있어서 내셔널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세계 대회에 나가는 유명한 선수입니다.
이번 시즌을 마치면서 코헤이 선수는 스페셜라이즈드 본사에서 후원을 받는 선수가 되었습니다. 월드컵에서는 스타트 라인에서 앞줄에 서 있게 되니, 시합 중에는 보기도 어렵죠.
저는 2011년을 UCI 82위의 기록으로 마쳤습니다. 아마 월드컵 XC에서 컷오프 당하지 않고 완주를 하게 되면 60위 안에 들 수 있을 것 같네요.

'팀 엘파마'로 함께 뛰게 될 황대균 선수와 함께

엘파마 환타시아와 DT스위스 휠과 포크는
지금까지 사용한 제품 중에 가장 가볍고 좋은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월드컵 출전 방법을 조언한다면?

가고 싶다면 혼자 준비하는 것보다 저에게 연락하거나 FDR 팀에 연락을 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일 겁니다.
혼자 나갈 수 있을 만큼 만만하고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대회 등록부터 호텔, 차량 준비 등을 다 하려면, 처음에 저도 감독님과 코치님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아주 어려웠습니다.
혼자라면 거의 불가능에 가깝죠.

앞으로의 계획은?
먼저 짧게는 올해(2012년) 결혼을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2014년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인데, 그것을 위해 이렇게 해외 시합 경험을 늘리고 있는 중이죠.
선수로써 계속 발전이 있다면 외국의 XC 선수들과 함께 진정한 월드컵 선수로써의 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각종 월드컵 대회에서 제대로 된 지원을 받으며 후원 부쓰에서 경기를 준비하고 마무리는 하는 선수들이 정말 부럽거든요.
그 후에는 후배 선수들이 해외 진출을 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서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고 그런 일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물론 비인기 종목이라는 어려움이 있지만, 제가 지금까지 도움을 받은 것과 쌓아온 경험을 가지고 후배들에게 환원이 될 수 있는 일을 하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후원사인 엘파마와의 인연은?
외국에서 대회를 뛰면서, 일본 코헤이 선수가 자국 브랜드(Anchor)를 타고 해외 시합을 뛰는 것이 정말 부러웠습니다. 그런데, 저도 국내 브랜드 엘파마(ELFAMA)와 함께 해외 시합을 나갈 수 있게 되니 정말 기분이 좋네요.
특히 이번에 받은 환타시아(FANTASIA) 프레임과 DT스위스 휠과 포크는 경량과 라이딩 느낌이 정말 좋습니다. 전체 무게가 8.2kg 밖에 나가지 않아서, 지금까지 제가 탄 자전거 중에 가장 가벼운 것이기도 합니다.

엘파마 제조사인 MBS코프레이션 임원들과 함께.
왼쪽부터 김홍각 이사, 윤병희 상무, 나상훈 선수, 김병철 대표

사진 : 장태규

엘파마 환타시아의 라이딩 느낌은 어떤가요?

새롭게 받은 DT 튜블러휠(XRC 950T)까지 끼고 언덕을 오르는데 정말 다른 느낌이더라고요. 가볍게 올라갈 수 있는 느낌을 확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에 타던 스캇과는 지오메트리가 조금 다른 편입니다. 그렇다보니 라이딩에서도 느낌이 다른데, 내리막길에서는 조금 더 예민하고, 코너링에서는 더 눌러주기 편한 자세가 나옵니다.
그리고 환타시아는 헤드튜브의 길이가 짧아서, 포지션을 낮고 공격적으로 탈 수 있습니다. 제가 키가 작은 편이다보니, 지금까지의 자전거들은 80mm 트래블의 포크 밖에 못 썼는데, 짧은 헤드튜브 때문에 이번에는 100mm 트래블 포크를 처음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DT 포크의 가장 큰 차이는 가볍다는 느낌이죠. 왠만한 포크보다 300g 가까이 가벼우니까요. 코너링에서 나올 때 살짝 들면 앞바퀴가 들리는 정도로 가벼움의 차이가 납니다.

첫 퍼포먼스 바이크의 TV 광고를 찍었는데?
자전거 TV 광고를 찍는다는 말을 듣고, 내가 자전거를 타면서 이런 광고를 찍는다는 기분에 뭔가 울컥하는 감동을 받기도 했죠.
촬영 1주일 전에 영하 15도 이하로 떨어지면서 운동하기 아주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연락이 와서 여름 컨셉으로 반바지로 촬영한다고 그런거죠. 감기라도 걸리면 지금까지 준비한 것들이 한번에 물거품이 되니까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다행이도 촬영 당일에 날이 좀 풀리면서 괜찮기는 했는데, 그래도 추웠죠.
첫날, 산이나 언덕 오르는 것들을 찍을 때는 참을만 하고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6시에 촬영을 하자고 하더라고요. 아침 일출과 함께 비를 맞으며 도로를 달리는 촬영을 하지는 것이었죠.
새벽에 물을 맞는데, 겨울에 얼음물 속으로 머리를 담그는 기분이랄까요. 쨍~하고 머리가 깨지는 기분, 그런데 카메라는 계속 옆에서 돌고 있고, 차가운 물을 머리 속으로 계속 맞으니까 그냥 머리가 멍해지고, 코에 감각이 없어서 코가 없어지는 느낌이더라고요.
그 다음은 머리가 너무 아프고 다시 멍해지더니, 그 다음에는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컷이 났는데, 자리에 서 있을 수가 없을 만큼 온 몸에 힘이 빠지고 어지러웠죠.
그런데, OK가 안 나온 겁니다.
그래서 두번째 촬영을 어떻게 했는데, 또 OK가 나지 않은 거죠.
그렇게 세번째 촬영을 들어가야 하는데, 황대균 선수에게 '너 군대가면 이것보다 훨씬 쉬울거다. 군에는 이렇게 추우면 시키지도 않는다'라고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그렇게 세번째 OK가 났었습니다.

                                                ** 엘파마 TV 광고 결과물 **

우리나라 자전거 업계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먼저 산악자전거연맹이 우리나라에 UCI에서 인정하는 선수권대회를 열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국내에서 UCI 포인트를 계속 쌓게 되면 해외의 선수들과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이 되겠죠.
그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우리나라도 코리아 내셔널 챔피언이란 타이틀을 달고 외국에 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 많은 업체들이 엘리트 선수들을 후원하고,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도 전국체육대회 때문에 실업팀에 소속되어 있는데, 그것이 아니라면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벌써 선수 생활을 그만 두었을 지도 모르니까요.


현재 나상훈 선수는 국내 엘리트 산악자전거 XC 선수들 중에 가장 좋은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선수생활에 안타까운 부분도 있다. 올해 더욱 좋은 성적으로 해외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발판을 만들 수 있었으면 하고, 국내 자전거 업계에서도 엘리트 선수들에 대한 풍부한 지원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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