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가는 인천 여행
에디터 : 쇠말패


맞고 보내며 들어오고 나가는 곳.
사람보다 땅이 많고, 땅보다 바다가 더 많아 규칙보다 가능성이 더 많은 곳 인천, 인천에는 과거보다 미래가 훨씬 더 많았다.

1월 15일 아침이다.

동인천 역에서 트리스탄을 11시에 만나기로 하고 차에 자전거를 실었다.

의정부 나들목에서 처음으로 100번 고속도로를 타고 사패산 터널을 건넜다. 송추-일산-김포가 삽시간에 지나간다. 다시 120번 서쪽으로 갈아타고 서인천을 지나 동인천 나들목에서 내렸다. 동인천 역에서 노마드님, 트리스탄 그리고 인천교사자전거모임의 회장이신 박선생님을 만났다.

안내는 인천 사는 트리스탄이 하기로 하였다.

자유공원의 맥아더 장군 동상

세운지 100년이 넘은 우리나라 최초의 기상대

먼저 자유공원을 올랐다. 세상의 자유를 이것 저것 모아서 지어놓은 세계 유일의 공원이다. 맥아더 장군 동상이 있었다. 한 웅큼의 자유를 우리에게 선사한 사람이다. 세운지 100년이 넘은 우리나라 최초의 기상대에 오르니 눈으로 인천을 바라볼 수 있었다.

육지를 벗어난 인천대교는 바다를 건너 그 끝이 사라지는 게 보인다. 어디론가 미래를 향해 날아가는 항공기도 다리 위를 날고 있다. 가능성과 미래가 만들어내는 희망이다.

차이나타운에서 박선생님이 자장면을 사 주셨다. 맛있게 먹었다.
골목길과 붉게 칠한 집 집마다 시간이 묻어 있는 차이나타운에 중국인은 없었다.

차이나타운. 시간이 묻어 있는 차이나타운에 중국인은 없었다.

시간을 지나쳐 월미도에 올랐다. 섬인지 땅인지 구분이 없었다. 꾸역꾸역 꼭대기에 오르니 역사가 총통처럼 버티고 있었다. 적이 오면 쏴서 배를 부숴버리고 친구가 오면 축포를 쏴 맞았던 것일까?

인하대학 마당에서 간식을 하고 어디론지 자전거를 따라 흘러 갔다.

노르웨이길이라던가? 노루가 다니던 길을 지나 소래를 지나 인천대공원까지 갔다. 자전거 오디오에 취미가 있는 노마드님의 자전거에서는 연신 음악이 쏟아져 나왔다. 라틴에서 러시아, 과거에서 미래까지 음악은 세상을 넘나들면서 페달질에 힘을 보탠다.

근사한 곳에서 트리스탄이 저녁을 샀다.
노르웨이길 어느 모퉁이에서였다.


인천대공원 조각 공원에 있는 솟대

저녁을 먹고 나니 날이 어두워 졌다. 차량들과 함께 휩싸여 시내를 달렸다. 도중에 박선생님과 먼저 헤어졌다. 남자 셋이서 어두워진 도시를 냅다 달리는 맛도 괜찮다. 코를 시리게 하는 추위도 잊은 지 오래다.
추위와 뜨거워 진 몸의 부조화가 잘 어울리는 시간이다.

어둠과 불빛의 조화가 사위가 되면 페달링의 회전을 빠르게 몰아가는 시간이다. 사위마다 P5 전조등이 활개를 치는 시간이다. 버스보다 더 빠르게, 택시보다 더 재미있게, 비행기보다 더 안전하게 어둠을 자전거가 달릴 수 있는 시간이다.

인간 속에 깃든 신이 개구쟁이처럼 장난하는 시간이다.
나는 이 시간이 신난다!

올해 겨울부터는 비수기인 겨울에도 자전거를 계속하기로 하였다.
겨울에도 도시에서 자전거를 타면 거뜬할 것 같아서다. 추위를 견디는 자전거에 의류도 좋아졌고 저물 때를 헤아려 전조등도 기능이 강해졌다. 추위가 심하면 언제든지 쉴 수 있는 공간이 도시에는 산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도시에서 자전거로 시간과 공간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좋다.
그리고, 내가 살아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날이 그다지 많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간이 왜 숭고한 존재인가?
자전거를 탈 줄 알기 때문이다.
자전거타기에는 내재된 일괄된 의미들이 있다. 나는 그것으로 세상을 향해 무엇인가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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