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스 보이트와의 만남, Shut Up Legs!
에디터 : 바이크매거진

레이스에서 펠로톤을 괴롭게 하는 공격적인 레이싱 스타일로 유명한 옌스 보이트(Jens Voigt), 어떤 수식어보다 그를 한마디로 정리해준 'Shut up legs'의 주인공인 그가 한국에 방문하였다.
더 이상 트렉 팩토리 레이싱(Trek Factory Racing)의 프로 선수가 아닌, 트렉의 스텝으로서, 한 의류 브랜드의 사장으로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옌스 보이트(Jens Voigt)가 트렉바이시클코리아를 통해 한국의 팬들과 만났다.

'Shut up legs' 가장 혹독한 경쟁을 치르다

2012년도 한 인터뷰를 통해 가볍게 뱉은 'Shut up legs(닥치고 달려!)'라는 표현은 2년 후인 2014년 옌스 보이트가 사이클 선수로서 은퇴를 준비하던 시기에 알려지면서 명언으로 다시 한번 사이클계에 주목을 받았다.
짧지만 아주 강한 인상을 풍기는 표현이다.


'Shut up legs'를 내뱉는 매 순간마다 가장 혹독한 자기 자신과의 경쟁을 치러야만 했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가치가 느껴지는 이 표현 안에는, 팀을 위해 외로운 브레이크어웨이를 달리며 10%의 가능성에 도전하는 도메스티크의 감동적인 모습, 마지막까지 후회 없는 열정으로 대미를 장식했던 원아워레코드(One hour record) 신기록(51.110km) 등 끈질긴 사투 끝에 프로 선수로서 65회 이상의 승리와 영광을 안은 모습이 담겨있다.
비록 개인적인 영광은 아닐지라도 팀과 팀원을 위한 든든한 백그라운드의 몫을 해냄으로서 비로소 자신도 당당해질 수 있었던 진정한 프로의 마음이 녹아있다. 그랜드투어에서의 개인기록은 스테이지 우승 3회, TTT 스테이지 우승 1회를 포함해 불과 몇 안되지만, 오직 승리를 향한 집념은 팬들이 그를 최고의 레이서로 기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때때로 발생하는 숱한 사고와 그로 인한 장애에 굴하지 않은 강한 정신력도 엿보인다.
100번이 넘는 낙차사고와 25번의 골절, 여전히 몸에는 티타늄 볼트가 남아있지만, 포기하지 않는 강한 의지와 신념이 이 한마디로 축약돼 있다. 그런 의미에서 "Shut up legs"는 자신을 채찍질하며 전진했던 옌스 보이트 뿐 아니라, 우리에게 필요한 명언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42세 사이클리스트, 17년의 선수 생활에서 은퇴하다.

프로 사이클리스트로 42세(은퇴 시에는 거의 43세였다)는 적지 않은 나이다. 은퇴하는 순간까지 경기의 우승보다는 시합 자체를 즐기고, 시합을 흥미있게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해 왔던 그의 은퇴는, 그 어떤 선수들의 은퇴보다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그의 은퇴를 장식했던 아워레코드 도전에서 새로운 기록을 세우며, 대미를 장식하기도 했다.

옌스 보이트 선수의 은퇴는 동영상으로 제작되어, 그의 심정이 잘 표현되어 있다.
동영상 원본 : https://youtu.be/ANKKAGvuVy4

그의 프로선수로서의 마지막 도전, 아워레코드
동영상 원본 : https://youtu.be/Lagfqimp3WY


Interview : 선수 때 보다 더 바쁜 제2의 인생

1997년부터 2014년까지 지난 17년 간의 프로 선수 활동을 은퇴한 후의 삶을 어떨까?
유명 선수들이 은퇴할 때마다 드는 궁금증이긴 하지만, 꽤 오랜 시간 최고 연장자 선수로 활동한 만큼 열정적이었고 미련도 많을 것 같아 더욱 궁금해지는 그다.
아워레코드가 종료되자마자 기록을 갱신했다는 기쁨보다 선수로서의 마지막 페달을 밣았다는 사실에 가슴이 뭉클했던 만큼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섰지만 2014년 9월 이후로 그는 더 이상 프로 선수가 아니다. 온몸 가득 영광의 상처를 안고 전쟁터를 떠난 후, 다시 트렉의 일원이 되어, 못다 쏟은 열정과 아쉬움을 더 훌륭한 선수들이 탄생하는 데에, 그리고 멋진 제품이 제작되는데 쏟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명언을 상품화 한 셧업레그스(http://shop.shutuplegs.com) 의류 브랜드를 런칭하고, 다복한 가정의 가장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간단한 인터뷰를 통해 그의 선수시절과 현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재 옌스는 트렉 팩토리 레이싱팀의 미디어담당자면서 트렉 여행 트래블팀에서도 활동한다.
또 트렉과 본트래거 제품의 프로토타입 테스트를 책임지고 있다.

트렉 팩토리 레이싱팀에 있던 그의 이름이 지금은 스텝 명단 중 한 곳을 차지하고 있다.

자신의 명언을 상품화 한 셧업레그스(http://shop.shutuplegs.com) 의류 브랜드를 런칭하기도 했다.

Q. 요즘 근황은 어떤가?

트렉바이시클의 일원이 되어 3가지 일을 맡고 있다. 트렉 팩토리 레이싱팀을 지원하는 미디어담당자로서의 활동, 그리고 트렉 트래블에서 운영하는 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또, 트렉과 본트래거에서 제작되는 자전거와 용부품 프로토타입을 테스트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핸들바, 헬멧, 타이어 등 모든 제품을 테스트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현재는 아니지만, 앞으로 트렉 팩토리 레이싱팀의 코치로서의 활동도 염두해두고 있다.
그 외에는 취미 삼아 시작한 셧업레그스 의류 브랜드를 런칭해 작은 규모로 꾸리고 있다.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셧업레그스 키즈 상품이 출시될 예정이라 기대되기도 한다.   

Q. 사이클 선수가 되지 않았다면, 무엇이 됐을 것 같나?

A. 생물학을 너무 좋아해서 아마 생물학자가 되지 않았을까?!

Q. 가장 고통스러웠던 라이딩 중 기억에 남는 것은?

A. 너무 너무 너무 .. 많다.('many many'를 연신 반복하며) 그 중 2012년도에 있었던 한 투어 대회에서 시간차도 적응 못한 채 달리던 때가 생각난다.
마지막 20km를 남겨놓은 지점에서 클라이밍이 있었는데 나보다 실력이 좋지 않은 모 선수에게 뒤쳐질 만큼, 실력발휘를 못했다. 경기가 종료되고 완전히 지쳐있는데 갤러리에 있던 한 아주머니가 다가와 "내가 부축해줄까?" 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안쓰러운 상태였던 적이 있다.
경기 중 어려울 때, "다른 선수들도 힘들 것이다. 한번만 더 달려보자"를 계속 생각하게 되는데, 아마 이런 생각을 30번쯤 하게 되면 언덕 정상에 올라와 있을 것이다.


Q. 선수 생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선수는?

A. 개인적으로 피터 사간을 좋아하고 내 우상이기도 하다.
계속해서 우승하려는 강인한 열정과 레이싱 스타일, 라이딩 외 평소 스타일까지 참 멋진 사람이다. 언젠가 피터 사간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Q. 6명의 자녀 중 자전거 선수로 키워 보고픈 자녀가 있는가?

A. 아들 2명, 딸 4명 중 현재 16살인 둘째 아들이 자전거를 잘 탄다.
어릴 때부터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아들은 내가 10살에 처음 레이스에서 우승을 했던 것처럼 아들은 11살에 첫 우승을 기록했다. 페달링 자세, 파워 등 모든 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보였기에 이를 키워볼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사춘기가 되자 이성에 눈을 돌린 건지 자전거를 더 이상 타지 않고 있다.
사이클리스트로서는 실망스러운 부분이지만, 아버지로써는 안도감을 갖고 있다.
25번의 골절로 내 몸 속에 박혀있게 된 수많은 티타늄 철심을 생각하면 사이클이 얼마나 위험한 길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Q. 도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리고 유혹은 없었나?

A. 자식이나 부모에게 떳떳하지 않다면, 견딜 수 없다.
부자로 사는 것도 아니지만, 나중에 인생을 뒤돌아봤을 때, 가족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예전에 랜스 암스트롱으로부터 자신의 팀으로 들어오라는 권유를 받은 적 있다. 그러나 그의 도핑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엮이지 않으려고 팀에 합류하지 않았다.

Q. 로드바이크 디스크브레이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원래 정통 스타일을 선호하는 성향이라 특별히 디스크 브레이크의 필요성을 느끼진 않는다.
오히려 브레이크보다 타이어의 그립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같은 팀원 중 마켈 이리자르(Markel Irizar)가 뷰엘타 경기에서 다운힐 하다가 사방의 선수들이 단체로 넘어졌던 일이 있었는데, 그때 디스크 브레이크 덕에 살았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던 적은 있다.

Q.한국에 온 소감과 느낀 점은?

A. 생각했던 것보다 수준급이다. 팬들이 하나씩 질문을 던질 때마다 깜짝 놀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리고, 한국의 자전거 전용도로(남한강 자전거길)를 따라 팬들과 라이딩을 했었는데, 길의 상태도 정말 좋고 경치가 매우 뛰어나서 달리는 내내 즐길 수 있었다.
오랜만에 팬들과 함께 'Shut up legs'를 외치며 달릴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정말 좋았다.

Q. 라이더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프로 라이더가 되기 위해서는 3가지 덕목이 필요한다고 생각한다.
첫번째는 자신을 믿는 것이고, 두번째는 모든 레이스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내가 성공적인 레이스를 펼쳤을 때 누가 도와주었고 함께 했는 지 잊지 않는 것이다.

트렉 라이드 페스트 #2 with 옌스 보이트


트렉 라이드 페스트 #2, 옌스 보이트와 달리다.

지난 11월 4일, 두번째로 열린 '트렉 라이드 페스트(Trek Ride Fest)'는 옌스 보이트 선수와 함께 할 수 있었다.
한국 가을의 정취가 한창이었던 11월, 날씨마저 따뜻하고 맑아서 더욱 좋았는데, 그와 함께 한 라이딩과 저녁 식사 이벤트를 사진으로 살펴보자.

평일이지만, 옌스 보이트 선수와 달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많은 팬들이 모였다.



한강 반포에서 출발하여 양평까지 이어진 '트렉 라이드 페스트'

좋은 날씨 덕분에 가을 하늘과 남한강을 즐길 수 있는 라이딩이 되었다.


한국의 자전거길은 강을 따라 이어진 멋진 풍경, 폐철로를 이용한 아이디어, 평탄하고 좋은 도로 등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라이딩 소감을 전한 옌스 보이트

틈나는 시간마다 참가자들은 보다 기억에 남을 기념 사진을 남기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양평 대명리조트에 도착하여, 기념 촬영으로 마무리한 참가자들

국가대표 선수로 로드와 산악에서 모두 좋은 기록을 세웠던 최혜경 씨가 트렉의 컨셉스토어 DKCA의 직원으로 참가하여, 옌스 보이트와 기념 촬영을 하기도 했다.

저녁 식사와 함께 참가자들의 파티가 시작되었다.


맥주 빨리 마시기 대회에, 꼭 참여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힌 옌스 보이트 선수

옌스 보이트 선수는 모든 참가자들과 건배를 할 것을 제안했고, 모든 테이블을 직접 돌며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더 큰 사진은 미디어갤러리에서 볼 수 있다.


2007년에 옌스 보이트 'Man muss kämpfen' 이라는 제목으로 그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출간된 바 있다. 현재는 독일어 버전만 있으며, 내년 투르 드 프랑스 시즌에 맞춰 영어 버전이 새롭게 출시된다고 한다.
책에는 옌스 보이트가 자란 환경과 어린 시절, 선수생활의 에피소드 등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그가 살고 있는 독일의 역사적인 내용 등이 수록돼 있다.
옌스 선수가 했던 유명한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이번 기사를 마무리해야겠다.

제가 가진 것은 공격적인 성향과 엔진 뿐입니다.

"저는 최고의 스프린터, 클라이머, 타임트라이얼 전문가도 아닙니다. 제가 가진 것은 공격적인 성향과 엔진 뿐입니다. 만약 제가 브레이크어웨이해서 도망간다면 아마 성공할 확률은 10% 정도에 잡힐 확률은 90% 정도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건 아주 간단한 문제입니다. 만약 아예 공격을 하지 않는다면 우승할 확률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 차라리 10%의 성공 확률을 0% 대신 선택하는 것입니다. 당연한 논리 아닌가요?
운 좋게도 모든 선수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더 많은 트렉 라이드 페스트 사진은 미디어 갤러리에서 볼 수 있다.
[미디어갤러리 바로가기]


관련 웹사이트
트렉바이시클코리아 : http://www.trekbikes.com/kr/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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