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 설악 그란폰도, 당신의 완주를 기다린다.
에디터 : 박창민 기자
하얀 아카시아 꽃이 마르기 시작하며 바람에 날려 눈처럼 날리고, 시원한 바람과 함께 따가운 강원도의 길을 따라 달리는 라이더의 얼굴에 자연스러운 미소를 띄게 한다.
이날은 '자이언트 설악 그란폰도'가 열린 날로, 약 2000여명의 라이더들이 강원도 인제와 양양에 걸쳐, 오대산 및 방태산과 설악산을 잇는 가장 험한 코스 중에 하나로 꼽히는 곳에서, 자신과의 도전, 그리고 봄의 정취를 느끼기 위해 라이딩에 나섰다.

자이언트 설악 그란폰도가 지난 5월 22일(일) 강원도에서 열렸다.

평상 시 이런 대회는 주로 기자의 신분으로 촬영을 하러 갔었지만, 이번에는 필자도 함께 라이딩에 나서는 들뜬 기분을 느끼고 싶어 카메라를 어깨에 두르고 메디오폰도(105km) 코스 도전에 나섰다.
이번 대회의 참가 접수자는 약 2300명이다. 아마도 대행진이나 페스티벌 형식의 라이딩이 아닌, 기록칩을 장착하고 완주에 도전하는 대회 중에는 거의 국내 최대 규모가 아닌가 싶다.
실제 대회에 참석한 인원은 약 10%가 불참한 2000여명이었고, 결과를 본다면 그란폰도(208km) 완주자가 1000여명, 메디오폰도(105km) 완주자가 800여명이 배출되었다.

토요일부터 접수는 시작되었지만, 대부분(약 1700명)의 라이더들이 일요일 아침에 접수처로 몰리며 예상보다 접수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되었다.

타이완에서 이번 자이언트 설악 그란폰도 출전을 위해 날아온 라이더들.
가장 오른쪽의 Ray Hsu는 7시간 대에 그란폰도를 완주하며 실력을 과시했다.






필자의 자전거와 번호판. 1984년에는 내가 무엇을 했더라?

보급품은 쿠폰으로 교환받을 수 있으며, 그란폰도와 메디오폰도가 동일하기 때문에, 메디오폰도 라이더들은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출발을 준비하는 라이더들, 2000명이 줄을 서 있으면 당연히 끝은 보이지 않는다.


실수로 쉽게 오른 구룡령

장거리 라이딩에 나설 때 페이스 유지를 위해서 거리에 따른 시간계획표를 만들곤 한다. 이번에도 간단하게 거리와 시간만을 적어 계획표를 만든 후 탑튜브에 붙여 라이딩을 시작했다.
그 계획표에 따르면 구룡령까지의 거리는 55km, 3시간 이내에 통과하면 6시간 이내에 완주는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44km 지점에 왔을 때 무엇인가가 나타났다. 바로 구룡령이다.
"아! 44km 지점 표시가 바로 구룡령이었구나!"라며 나의 계획표에 나와 있는 '44km 지점 2시간 이내에 통과'라는 내용을 확인하고, 시간 내에 44km 지점에 왔다는 점과 벌써 구룡령을 올랐다는 것에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이렇게, 나는 다소 허탈하게 구룡령 정상을 올라, 첫 보급소에 도착한 것이다.

25km를 지난 첫 갈림길

구룡령의 언덕이 시작되었다. 충분한 워밍업 후 첫 언덕이라 아직은 페달링에 여유가 있다.

출발 후 44km 지점에, 첫 보급소이자 구룡령 정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필자는 실수로 55km로 표시하여서 마치 업힐 도중에 정상을 만난 것처럼 거져 오른 기분이 들었다.


구룡령의 다운힐은 정말 멋진 경치 탓에 속도를 내는 것이 아쉬울 정도다.

하지만, 다운힐 라이딩의 즐거움을 놓치고 싶지도 않다.
무엇보다 다운힐 라이딩은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는 말자!


생각보다 어려웠던 조침령

그란폰도 라이더라면 구룡령 이후에도 조침령을 넘어 또 여러개의 업힐을 달려야 하지만, 메디오폰도 라이더에게는 조침령이 생각지 않았던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조침령 업힐은 대략 4km, 하지만, 처음부터 가파르게 시작된 업힐은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풀지 않고 그 경사도를 계속 유지한다.
만만치 않은 경사 덕분에 애초부터 4km를 30분에 오르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라이딩 내내 스피드를 올리지 못하고, 사진 촬영을 위한 시간을 포함해 45분이 넘게 걸리고 말았다.
그리고, 조침령 터널은 여름을 방불케하는 날씨와 조침령 업힐 후의 몸을 식혀주는 좋은 안식처가 되었다.

구룡령 다운힐 후, 맞바람을 맞으며 달려와 조침령을 만났다.

아~ 끝까지 쉬지 않고 이어지는 경사도가 라이더들을 힘들게 한다.

산악자전거로 출전한 라이더.
이 경사에서는 산악자전거의 기어비가 부러울 때도 있다.

하여간, 끝까지 끝이 아니라는 조침령의 업힐

조침령 터널은 업힐을 마쳤다는 안도와 함께 시원한 그늘로 쉼터까지 마련해 준 곳이다.


오미재의 마지막 300m

메디오폰도 라이더들은 마지막 언덕으로 오미재를 넘으면 다운힐로 결승선에 향하게 된다. 그러니 오미재를 넘는 마음은 한껏 가벼워질 수 있었다. 게다가 업힐도 그렇게 길지 않은 2km 정도로 숫자로 봐서는 별일 아닌 듯 싶다.
하지만, 마지막 300m를 남겨두고 끝까지 경사도가 점점 급해지며, 이미 100km를 넘게 라이딩을 한 라이더들을 정상 바로 앞에서 주저앉게 만들었다.
오미재의 정상에는 그란폰도 라이더들을 확인하기 위한 기록칩 계측기가 하나 놓여 있었고, 오미재를 넘어가는 기분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키는 듯 했다.

그란폰도 라이더들과 갈라져서 오미재로 향하는 길.
살짝 부는 뒷바람과 아카시아 꽃이 바람에 날리고, 이제 언덕 하나만 오르면 끝이라는 기분까지 합쳐져 페달링을 가볍게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오미재의 마지막 300m는 정말 '끝까지 끝이 아니다'라는 말이 다시 생각나는 곳이었다.
바로 앞의 코너만 돌면 정상이지만, 많은 라이더들이 이곳에서 자전거에 내려 잠시 숨을 돌리곤 했다.

그래, 바로 저 코너를 돌면 오미재 정상이다.


그란폰도 완주, 경쟁보다 즐기는 라이딩

이렇게 메디오폰도에 도전한 필자는 5시간 2분 21초에 결승선을 통과하고, 기분 좋은 완주증을 받아 들었다.
로드바이크의 발전은 애초에 여행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전까지 자전거 대회는 경기장을 이용한 스프린트였고, 도로를 타는 라이더들은 여행을 하며 장거리 라이딩에서 느낄 수 있는 정서적인 만족감을 즐겼던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로드바이크 대회들이 투어(Tour)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란폰도 또한 이런 취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라이딩과 장거리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대회라고 생각된다.
경쟁보다는 완주, 그리고 그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성취감과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서정적인 여유, 그런 것들이 그란폰도에 녹아 있는 감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마, 내년에도 또 자이언트 설악 그란폰도에 출전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때는 이번보다 더 여유롭고 즐길 수 있는 라이딩이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마지막 결승선. 모든 완주자들에게 저 결승선이 정말 멋지게 보이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결승선을 통과하면 바로 옆에서 완주증을 받을 수 있다.

완주증을 받아들었다.
누구에게는 기록이 중요할 것이고, 누구에게는 완주 자체가 중요할 것이고, 또 누구에게는 이날의 라이딩 추억이 중요할 것이다.

5월이지만, 30도를 넘는 날씨였다. 산악자전거에 자켓을 입고 완주에 성공한 라이더에게 박수를 보낸다.

완주 기념 사진을 촬영해 주는 서비스가 제공되었다.


관련 웹사이트
자이언트 코리아 : http://www.giant-korea.com/
자이언트 설악 그란폰도 : http://www.granfond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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