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자전거 산업을 변화시킨 것 5가지
에디터 : 박창민 편집장

20세기 인류종말론이 한창 이슈가 되던 것이 얼마 전인 듯 한데, 이미 21세기에 들어서고도 20년이 훌쩍 넘게 지났다. 20세기와 21세기는 1900년대와 2000년대로 구분되는 숫자에 불과하지만, 자전거 산업으로 본다면 2000년 전후를 기점으로 그 변화가 적지 않다는 것이 느껴진다.
특히, 21세기에 접어들면서 IT 분야의 산업이 모바일로 크게 변화되며, 자전거 산업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는데, 21세기를 20세기와 구분 짓게 만드는 변화의 요소를 살펴보자.


1. 카본, 주요한 소재가 되다.


카본(carbon)은 탄소를 의미하며, 인류가 발견한 물질 중에 가장 독특한 특성을 가진 것으로 꼽힌다.
분자 구조로는 산소와 매우 잘 결합되어 이산화탄소(CO2) 기체가 되기도 하고, 붓글씨를 쓰기 위한 먹의 재료로, 연필의 심으로 활약해 인류 문화에 큰 영향을 준 것도 탄소다.
그러면서,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고 값비싼 보석인 다이아몬드가 되기도 하고, 최근 그래핀이라는 신소재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카본을 실처럼 만든 카본파이버가 자전거 주요 소재가 되었다.

이러한 탄소를 1/1000mm 수준의 가는 실처럼 만든 것이 이번 주제가 된 탄소섬유, 즉 '카본파이버'다. 이렇게 가는 실이지만 수십 톤의 무게도 견딜 수 있는 높은 인장강도를 가지고 있어서, 가볍고 강한 소재가 필요한 곳에 카본파이버가 이용되었다.

가볍고 강한 것이라면 당연히 '자전거'가 빠질 수 없다. 하지만, 20세기까지는 너무나 비싼 가공 가격과 함께 완성도 높은 카본 기술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보니, 몇몇 브랜드가 기술을 과시하듯 카본 프레임의 자전거를 출시할 뿐이었다.
그러다가, 21세기가 들어서면서 카본으로 만들어진 레이스 바이크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 시작했고, 차츰 발전되는 가공 기술과 함께 독보적인 강성을 가진 소재로 각광을 받는다.
이렇게 발전하기 시작한 카본은 원사를 이용한 프리프레그 가공 기술, 세심한 설계의 레이업 기술, 몰딩 및 압축 기술, 효율적인 레진 기술 등이 발전하며, 현재까지 가장 독보적인 퍼포먼스 바이크의 소재로 자리잡았다.

20세기의 자전거와 21세기의 자전거는 카본이라는 소재 하나만으로도 완전히 다른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으며, 그저 가볍고 강성 좋은 자전거를 원했던 20세기에서, '강성, 순응성, 에어로다이나믹'을 모두 포괄적으로 통합 설계할 수 있는 21세기 자전거 진화의 중심이 되었다.

카본 가공 기술이 발달되기 전 알루미늄과 카본을 복합적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단순한 경량/강성 외에도 에어로와 순응성 등을 하나의 자전거에 설계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2. 파워미터의 대중화


자전거를 타면서 얼만큼 강한 힘을 쓰고 있는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이것을 수치화 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고, 20세기에 이미 '파워미터'라는 장비가 자전거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워낙 고가의 디지털 장비가 포함되다 보니 일반인들이 접근하기는 어려운 것이 파워미터였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모바일 시대의 발전과 함께 소형 디지털 기술이 발달되고, 가격 접근성도 낮아졌다.
이에, 프로투어 수준의 선수들은 모두 파워미터를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일반인들도 상급 라이더들은 상당수가 파워미터를 활용하는 시대가 되었다.

파워미터 자체가 자전거의 성능을 높여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무게가 늘어나면서 성능 저하를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파워미터를 활용하면 라이딩 중 페이스 조절을 더 체계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치밀한 레이스를 기획하기 위해 파워미터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파워미터를 이용하여 라이딩을 수치로 표현할 수 있는 요즘

그리고, 파워미터로 인해 가장 크게 변화된 것은 바로 '트레이닝'에 있다.
기존까지 라이더들과 코치들의 노하우에 의해 트레이닝 프로그램이 완성된 것에 비해, 파워미터를 활용하게 되면서 개인화된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훨씬 쉬워진다. 그래서, 레이스 경험이 적은 선수에게도 10년 이상의 프로투어 레이스를 경험한 선수만큼 개인화되고 체계적인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코치들도, 기존의 애매한 라이딩 데이터가 아닌, 파워미터에 기반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대량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되어, 더욱 효율적인 트레이닝 프로그램 개발이 가능해진 것도 큰 변화다.

프로 선수 뿐 아니라 일반 동호인도 파워미터를 사용할 만큼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파워미터를 기반으로 한 완전히 새로운 트레이닝 프로그램의 등장

트레이닝 일정을 설계하고, 레이스 날짜에 맞추어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도 파워미터로 인해 가능해졌다.

이와 같은 변화는 최근 투르 드 프랑스와 같은 대회의 결과에도 반영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30세 내외의 라이더들이 리더로 종합우승을 도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만 26세 미만의 선수는 젊은 선수로 여겨져 가장 빠른 라이더에게 화이트저지로 축하한다.
그리고, 투르 드 프랑스에서 화이트저지와 전체 종합우승에게 주어지는 옐로우저지를 동시에 입은 선수는 로랑 피뇽, 얀 율리히, 알베르토 콘타도르, 엔디 쉴렉 등 2010년까지 4명에 불과했고, 경험이 적은 젊은 선수에서 투르 드 프랑스 우승은 엄청난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경기에서는 2019년 에간 베르날 선수를 시작하여 타데이 포가차 선수까지 3년 연속 옐로우/화이트저지 라이더가 나왔고, 이번 시즌 우승자인 요나스 빙거가드 선수는 26세로 아쉽게 옐로우저지만 입었지만 여전히 젊은 선수로 꼽힌다.

불과 4년이라는 짧은 시간이기는 하지만, 파워미터를 기반으로 한 트레이닝의 변화는 젊은 선수들의 폭발적인 파워를 레이스에서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경험이 많은 기존 GC 라이더들이라 하더라도 경쟁에 있어서 체력적인 한계가 드러났다고 해석할 수 있다.

트레이닝의 변화와 함께 최근 투르 드 프랑스는 젊은 라이더들의 우승이 이어지고 있다.
왼쪽부터 에간 베르날, 타데이 포가차, 요나스 빙거가드


3. GPS를 기반으로 한 사이클링 컴퓨터


필자가 20세기에 자전거 여행을 할 당시에는 지도책의 해당 부분을 뜯어서 가지고 다니고, 현장에서 그 지도로 방향을 확인하곤 했다. 물론, 그 당시에도 GPS가 있었기에 GPS에 표시된 위도와 경도를 확인하고, 지도에 그 위치를 확인해 현재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정도였다.

지도에 표시하여 코스를 확인했던 20세기

사이클링 컴퓨터를 이용해 코스 확인 및 공유가 가능해진 21세기

21세기는 바야흐로 자동차 내비게이션의 대중화 시대가 열렸고, 자동차 안에 늘 구비했던 지도책이 사라지는 변화를 맞이한다. 그리고, 이런 기술력은 자전거를 위한 사이클링 컴퓨터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초기 GPS를 기반으로 한 사이클링 컴퓨터는 코스를 찾아가는 내비게이션 역할보다는 자신의 라이딩을 지도에 표시할 수 있는 기록 역할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라이딩 로그를 기록하는 역할은 사이클링 컴퓨터의 가장 주요한 기능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라이더들은 자신의 라이딩을 지도에서 볼 수 있게 되었고, 코스의 업힐 경사를 확인하고, 그곳에서 라이딩할 때 자신의 심박이나 파워, 심지어 기어 변속의 위치까지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라이더들은 이와 같은 GPS의 기록을 기반으로 라이딩 코스를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 지도에 선을 그려 코스를 알려주던 시대에서, 일명 GPX 파일이라 불리는 코스 파일 하나만 전달하면, 그 코스를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기능을 기반으로, 라이드위드지피에스(Ride With GPS)와 같은 사이트는 코스를 지도에서 직접 설계할 수도 있게 만들었고, 라이더들은 코스가 등록된 URL 링크 만으로 쉽게 코스를 공유할 수 있게 발전되었다. 그리고, 라이드위드지피에스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라이더들이 코스를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았다.

코스를 GPS 파일로 저장하여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라이드위드지피에스를 이용하면, 지도에 코스를 그리고 URL 링크 하나로 코스 공유가 가능해진다.


4. 인도어 사이클링이 시작되다.


야외에서 근거리 이동을 위해 발전된 자전거는 스피드를 경쟁하는 레이스로 발전했고, 더 빠른 라이더가 되기 위해 실내에서 트레이닝을 하는 장비도 만들어졌다.
일명 '로라'라고도 불리우는 '인도어 트레이너'는 야외에서 라이딩을 하기 어려운 상황, 또는 일정한 강도로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하기 위한 방법으로 개발되었다.

파워미터 내장, 자동 저항 변경 등의 기능이 내장된 스마트 트레이너의 등장

단순 트레이닝을 넘어 메타버스 안에서의 '인도어 사이클링' 시대가 열렸다.

인도어 사이클링 전용 스마트 바이크까지 출시되는 21세기

그러다가, 앞서 이야기한 '파워미터'가 대중화 되면서, 파워미터의 값(와트, watt)을 기반으로 비디오 게임처럼 즐길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들이 21세기에 들어서며 하나둘 출시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실내 라이딩을 온라인 플랫폼으로 연결하여 '인도어 사이클링'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임한 즈위프트(Zwift)가 2015년 와토피아 가상 맵을 오픈하며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 후, 즈위프트 사용자는 급격하게 증가하였고, 파워미터가 내장되고 저항이 자동조절되는 스마트 트레이너의 산업도 크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특히, 와후(WAHOO)는 초창기부터 즈위프트와 협업하며 써드파티 하드웨어로 큰 인기를 얻었고, 최근에는 자전거까지 일체형으로 개발되는 스마트 바이크가 출시되며, 인도어 사이클링에 집중하는 라이더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은 인도어 사이클링은 현재, 자전거 라이딩의 새로운 문화로 발전했고, 아예 실내에서만 자전거를 타는 라이더가 등장했을 뿐 아니라 인도어 레이싱 팀도 만들어져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이라는 배경 때문에, 전 세계 라이더들의 커뮤니티도 활발하게 발전하는 것이 특징이다. 매일 만들어지는 수백 개의 사이클링 이벤트에 수천 수만 명이 접속해 그룹 라이딩을 즐기고, 얼굴 한번 본 적 없지만 온라인으로 함께 라이딩을 하는 계기를 통해 글로벌 친구가 되기도 한다.

온라인을 통해 전세계 라이더가 그룹 라이딩 및 레이스를 펼치는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었다.


5. 랜스 암스트롱 선수의 등장


지금까지 21세기의 기술 발전에 의한 산업의 변화를 살펴 봤다면, 21세기 자전거 산업을 크게 바꾼 한 명의 라이더에게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 이름은 바로 랜스 암스트롱, 투르 드 프랑스 7연패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고, 사이클 역사상 최악의 도핑 스캔들에 휩싸이며, 누군가에게는 '거짓 영웅'이라는 악명으로 명예가 실추된 인물이다.
하지만, 1999년부터 투르 드 프랑스 우승 타이틀의 역사를 썼던 랜스 암스트롱 선수가 남긴 21세기의 흔적은 매우 강렬하다.

투르 드 프랑스 7연승이라는 기록, 그리고 최악의 도핑 스캔들을 만들었던 랜스 암스트롱

먼저, 암스트롱 선수의 7연승 기록은 '투르 드 프랑스'라는 대회를 세계 최고의 이벤트 중에 하나로 명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기존에도 로드 대회 중에서 투르 드 프랑스의 인기는 독보적이었지만, 사실 유럽에서의 인기였지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한 인기는 아니었다.
1999년 투르 드 프랑스 출전을 준비했던 미국 출신 랜스 암스트롱은 다른 팀에서 자신을 받아주지 않았고, 대신 미국 팀(미국 체신청)을 만들고 미국 브랜드의 자전거(트렉)를 타고, 투르 드 프랑스에 참가해 우승을 차지하는 역사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미국의 관심이 크게 집중되며, 스포츠 마케팅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이 투르 드 프랑스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후, 7연승이라는 말도 안되는 기록과 함께 나이키를 포함한 세계적인 글로벌 스포츠 기업들이 랜스 암스트롱과 마케팅에 나섰고, 투르 드 프랑스는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자전거 경기로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미국의 강력한 스포츠 마케팅과 함께 투르 드 프랑스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 계기가 된다.

이와 같은 로드 레이스의 인기는, 1990년 대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자전거 산업을 발전시켰던 산악자전거(MTB) 산업에는 악영향을 미쳤고 큰 타격을 준다. 그 결과 산악자전거에 집중했던 미국의 많은 자전거 브랜드가 도산하게 되고, 브랜드 통폐합을 통해 최근 자전거 산업의 브랜드 맵이 만들어지는 원인 중에 하나가 되었다.

산악자전거는 1990년 대 자전거 산업 성장의 원동력이 되지만, 로드 레이스의 인기로 인해 변화를 맞게 된다.

또, 랜스 암스트롱 선수는 시마노 듀라에이스를 이용해 투르 드 프랑스 우승을 차지한 첫 선수이기도 했다. 기존까지 로드 레이스 부분에서 큰 영향력을 차지하지 못했던 시마노는, 이를 통해 현재 세계 최대의 로드 레이스 부품 업체가 되는 발판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랜스 암스트롱은 '가볍고 강성 높은 자전거만 있으면 된다'라는 의견을 남겼고, 로드 레이스가 인기를 얻으면서 더욱 가볍고 강성 높은 프레임을 만들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다. 당연히 카본을 소재로 한 개발이 두드러졌고, 2015년 정도에는 6.5kg 이하의 고강성 초경량 로드바이크가 양산될 만큼 기술이 발전하게 된다.

물론, 랜스 암스트롱 선수는 도핑에 의해 타이틀을 차지했다는 것이 밝혀지며 모든 우승 타이틀을 빼앗기게 되었지만, 그로 인해 변화된 21세기 자전거 산업의 역사는 되돌릴 수 없다.

1990년 대 캄파뇰로가 휩쓸던 TDF 우승을, 랜스 암스트롱 선수가 시마노 듀라에이스와 함께 새로운 기록으로 써나갔다.

로드 레이스 인기에 힘입어 6kg 대의 초경량 로드바이크 개발까지 빠르게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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