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안장 리폼 하실래예?
에디터 : 김수기 기자

나의 천생연분인 안장이 넘어지고 부딪히고 허벅지에 쓸리고 해서 초라하기 그지 없다.
안장 레일이 휜 것도 아니고, 쉘이 부숴진 것도 아닌 커버만 헤진 상태의 안장을 보면서 '이 안장을 어떻게 다시 살릴 방법은 없을까'하고 고민해봤을 것이다.
이런 고민은 이제 고이 접어 안드로메다로 날려보내자.
안장 리폼 전문가 이강호 대표를 만난다면...

구리 MTB 클리닉 이강호 대표

-안장 리폼을 하게 된 계기는?


자전거샵을 하기 전에 10년 넘게 가죽 수입 관련 일을 하면서 자전거를 탔습니다. 가죽 관련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제 안장을 가죽으로 리폼해봤습니다. 주위 동호인들이 잘 만들었다고 한번 인터넷에 올려보라고 해서 자랑삼아 올려본 건데, 반응이 상당히 좋더라구요.
3년전에 MTB 샵을 열고 사업하면서 주위 분들 안장을 리폼하다가 사업 아이템으로 활용해보고자 2년전부터 인터넷 카페를 열고 가죽안장 리폼을 시작했습니다.


-리폼 가능한 안장은 어떤 것?

거의 모든 안장은 리폼이 가능합니다. 생활자전거에 달린 안장까지 리폼했으니까요. 브룩스 같은 안장도 가능하긴 한데 거기에 맞는 가죽을 구해서 리폼하기에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걸려서 하지는 않습니다.

자수부분이 튿어지거나 가죽이 쓸려 패딩이 드러난 안장
리폼 완성 후

-어떤 가죽을 사용하나?

양가죽과 소가죽을 많이 씁니다. 특히 양가죽 중에는 산양가죽을 많이 사용하는데, 튼튼하기 때문입니다. 색깔은 검은색, 밤색,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등 다양한데, 무난한 검은색을 많이 찾습니다. 가끔 고객들이 원하는 가죽을 함께 보내는 경우가 있는데, 안장 가죽으로 쓰기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가죽을 보면, 맨들맨들한 가죽도 있고, 무늬가 살아 있는 가죽도 있습니다. 맨들맨들한 가죽은 부드럽기 때문에 좋을 것 같지만, 가죽에 난 상처를 없애기 위해 가죽을 깍아서 만든 겁니다. 가죽의 질긴 부분을 깍아낸 가죽은 내구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죽 안장에는 무늬가 살아 있는 가죽이 적합하죠. 소파에 쓰이는 가죽을 보면 그 이유가 이해될 겁니다.

리폼에 사용되는 가죽
사진처럼 가죽의 무늬가 살아 있어야 튼튼하다고 한다.
안장 본을 떠서 잘라낸 가죽

-제작 과정은?

제작 과정은 크게 복잡하지 않고 간단합니다. 커버와 패딩이 붙어 있지 않고, 패딩을 다시 쓸 수 있는 경우에는 커버만 뜯어내고 가죽을 씌우지만, 패딩까지 상한 경우에는 패딩을 쉘에서 떼어냅니다. 패딩을 떼어내는 일이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쉘에 패딩을 붙이고 나서 가죽을 씌워 고정을 하는데, 약 하루 정도면 리폼이 가능합니다.
일반인들도 가끔 자작으로 리폼할 정도로 어렵지는 않습니다. 다만 가죽과 마무리가 다르다고 볼 수 있죠.
많이 리폼하는 셀레 SMP 안장의 경우, 리폼을 하게 되면 약간 경량화가 되면서 엉덩이가 닿는 부분의 각도가 완만해집니다.

리폼 후에는 원 안에 있는 부분의 각도가 완만해진다.

-어떤 안장을 많이 하나?

일반적으로 셀레 SMP 안장을 많이 리폼합니다. 셀레 SMP 안장 중에 쉘이 비슷한 안장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가죽 리폼외에도 안장 쉘이 부러진 안장이나 안장에 전립선 구멍을 뚫는 리폼도 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안장을 그렇게 하지는 못하지만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에만 하고 있습니다.
가끔 가운데가 꺼져 있는 안장을 보내는 고객들에게 자전거 프레임 사이즈가 크지 않냐고 조언합니다. 엉덩이가 안장의 넓은 부분에 있어야 하는데 자전거가 크면 자꾸 한가운데로 쏠리게 되죠. 안장 때문에 엉덩이가 아플 수도 있지만 피팅이나 프레임 사이즈 때문에 아플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브랜드 안장이 리폼 가능하며, 색상과 가죽이 다양하다.

-가죽 안장 관리 요령은?

모든 가죽이 그렇듯이 물을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안장에 쓰이는 가죽에는 땀이나 빗물이 스며들 수 있으므로 물기가 머금지 않게 해야 합니다. 안장이 젖었을 때는 그늘에 말린 다음 가죽용 왁스를 잘 발라주면 됩니다. 가죽에 기름성분이 빠져나가면 탄력이 떨어지고, 잘 부스러지면서 닳게 됩니다. 물은 머금은 가죽은 마찰력이 생겨 가죽과 바지에 치명적이죠.
또 안장이 찢어지거나 해졌을 때, 수리한다고 순간접착제를 많이 이용하는데 그렇게 해서는 안됩니다. 순간접착제는 가죽이나 패딩을 돌처럼 굳게 만들어 가죽도 상하고 바지도 상합니다. 가죽용 본드를 구매해서 들뜬 부분에 살짝 바른 다음 약간 마른 후에 붙여야 합니다.
주문 들어온 안장을 보면 가끔 순간접작체로 붙인 경우가 있어서 조심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고객들 중에 상당히 까다로운 주문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제 리폼이기 때문에 완성품과 같은 결과물이 나오기는 힘들다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또 안장 리폼을 했다고 해서 엉덩이 통증이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정확한 피팅과 엉덩이를 자주 들어주는 라이딩 습관이 중요한 것이지 리폼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쉘과 패딩이 접하는 부위는 가죽이 접힐 수밖에 없어서 불량이 아니다.

이강호 대표는 리폼을 시작한 이후로 제대로 라이딩을 나가지 못할 정도라고 하지만, 리폼에서 그치지 않고 안장 제작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해외 유명 브랜드 안장에 못지 않은 우수한 국내 생산 안장을 기대해보자.

문의 : http://cafe.daum.net/saddlereform , 031-563-6837 (구리 MTB 클리닉)
리폼 가격 : 3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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