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X를 타고 꿈과 함께 날아 오른 박민이 선수.
에디터 : 바이크매거진

국내 유일 여성 BMX 선수 '박민이'

애땐 얼굴로 BMX를 타고 슝~날아오르는 박민이 선수.
얼마 전 호주에서 열린 "2009 RockStar BMX Games"에서 여자부 1위를 해 놀라게 했던 박민이 선수를 보라매파크에서 만나보았다.

박민이 선수, 나이가 어떻게 되죠?
올해 스무살 되었어요, 친구들은 모두 대학에 갔죠.
전 자전거 계속 타려고 대학가는건 좀 미뤘어요.
집에서 수능은 보라고 해서 봤는데 원서는 안 썼죠.ㅎㅎ

호주 대회 우승 후 많은 취재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날도 다른 곳에서 촬영을 나왔다.

자전거는 언제부터 탔어요?

BMX요? 자전거는 세발자전거 타던 것부터 기억이 나요. 여섯살이던가? 그때 생일선물로 자전거 사달라고 졸라서 자전거 사러 갔었는데 백설공주 그려진 것과 BMX처럼 생긴 작은 자전거가 있더라구요.
어렸을 때부터 로보트 같은 것 가지고 노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백설공주 그려진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더라구요. 그렇게 그 자전거를 받아 실컷 탓었어요.
집이 인천인데요, 초등학교 3학년 때에도 친구들하고 인천에서 부천까지 자전거로 왔다갔다 했었어요.
제가 5학년 때던가? 아빠가 BMX 자전거를 사오셨더라구요, 한번 타 봤는데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내 것도 하나 더 사서 아빠 따라 여의도 광장엘 갔었는데 그때부터가 BMX와의 인연이 시작된 것 같아요.
옛날에는 주말에 여의도 광장에 모여서 BMX를 타고 했었거든요.

'BMX를 해야겠다.'라고 마음 먹었을 때는요?
그렇게 아빠를 따라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타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이게 '나의 꿈이다.' 이렇게 생각하진 않았죠.
그러다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 진로에 대해 고민도 하고 해야하는데 전 당연히 이걸 해야겠다 싶더라구요. 아빠도 항상 공부는 다 해보고 할 것 없을 때 하라고 하시거든요.
그래서 세자매인데 둘째는 인라인을 타고 세째는 발레를 하고 있네요..ㅎㅎ
학교가 인문계여서 선생님들이 이해를 잘 못하셨지만 그래도 설득하여 고3때부터는 야자타임(야간자율학습시간)을 빼고 매일 여기 보라매파크에 4시반까시 와서 9시까지 타고 가고 했었거든요. 그렇게 하면서 작년에 실력도 많이 늘은 것 같아요.

박민이 선수는 여성 라이더로는 높은 점프 실력을 인정 받고 있다.

에피소드가 있다면?
BMX가 사실 생소하잖아요.
중학교 졸업앨범에 사진 아래에 이름이랑 연락처, 그리고 장래 희망을 적는 란이 있었는데 그때
[BMX 라이더]라고 적어 냈었어요.
나중에 앨범이 나와서 보니 [BMX 라이터] 라고 되어 있더군요.ㅎㅎ
지금도 생각하면 웃음이 나는데, 그 만큼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거죠.
요즘도 가끔 친구들은 "BMW는 잘하고 있냐?"라고 물어와요.

지난 호주대회 이야기 좀 해주세요.

호주에서 선수들과 함께.
가장 왼쪽이 '페타'선수, 그 옆이 박민이 선수
해외 경기는 작년에 중국 심천경기가 처음이었어요. 그러던 중에 우연히 호주에서 열리는 대회에 여자 대회가 따로 있다는 걸 알게 되어 급하게 가게 되었죠.
대회 일주일 전에 참가 하겠다고 전화로 신청하면서 숙박 좀 알아봐 달라고 하구선 혼자 비행기를 타고 호주로 갔었어요.
누가 픽업 나오는지, 숙박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른채...
그런데 대회 주최 측에서 픽업도 해주시고 거기 다른 여자 선수들과 홈스테이도 준비해 주셨더라구요.
대회 당일에 연습하는 다른 여자선수들을 보니 잘 해야 3,4등 정도 하겠다 싶더라구요.
매년 우승을 놓치지 않았던 호주 출신 '페타'라는 선수도 출전한 상황이었고, 실제 경기도 다들 잘 치르더라구요.
나중에 결과 발표를 할 때 여자부 7등부터 부르는데, 전 3등 트로피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어요. "저게 내 꺼구나~" 하면서요.ㅎㅎ
4등을 부르는데 내 이름이 안 나오길래 '3등했구나!' 싶었죠.
그런데 3등에서도 안 부르더니 2등에서는 '페타' 선수를 부르는 거에요.
"설마 1등?" 하면서 의아해하고 있는데 1등으로 호명하더라구요.
그 때부터는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정신 없었어요.
정말 꿈만 같았죠. 제가 세계 선수들하고 겨루어서 1등이라니요.ㅎㅎ
아빠한테 전화드렸더니 집에서도 무지 좋아 하셨어요.
그러면서도 아빠는 "멀리서 가서 그냥 봐 줬나부다..."라고 하시며 웃으시더라고요.
아무튼 호주 대회를 계기로 개인적으로 자신감도 붙었고 주위 인식도 많이 좋아 진 것 같아요.

평소에 훈련은 어떻게 하고 있어요?
학교 다닐 때는 수업 끝나면 여기 보라매파크까지 와서 저녁까지 타고요.
연습 하면서 다른 오빠들이 하는 것 보고 같이 해 보고, 윤호오빠(XEE 이윤호 대표)도 도와주시구요~
방학 때는 대만에 전지훈련을 다녔어요.
사실 코치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교본같은 게 있는게 아니라 그냥 혼자 인터넷 보면서 따라해보고 될 때까지 연습하고 하는 게 대부분이죠, 그런데 대만에는 이런 파크 안에 기숙사도 있어서 합숙을 할 수 있어요.
거기에 코치님도 있고 그 분이 기술을 알려주고 체크해주고 하시거든요.
처음에 익준오빠(BMX 국가대표 서익준 선수)가 그 곳과 관계가 깊어 따라가 보겠다고 해서 갔었는데 저도 벌써 다섯번 정도 다녀 왔어요.

자신있는 기술은 어떤 기술인가요?
호주에서 보니까 다른 친구들은 잔기술이 많더라고요. 하지만 전 스케일로 밀어 부칩니다.ㅎㅎ
제가 다른 선수들보다 점프가 강하거든요. 여건 맞고 컨디션 좋으면 2m까지도 뛰어 오릅니다.

앞으로 선수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캐나다에서 국제대회가 3월 13~15일 열리는데 거기 참가합니다. 그 대회에는 세계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여자 선수들이 모두 출전을 하는데요.
사실 등수 안에 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친구들 실력도 보고 어떤 기술을 펼칠 지도 보고, 무엇보다 함께 대회를 치른다는 게 더 큰 의미가 있어요.
그리고 올 7월에는 독일에서 세계 선수권대회가 있는데 호주에서 만났던 '페타'도 온다고 하더라고요, 거기선 꼭 좋은 성적을 내고 싶어요.
그리고 내년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사실 큰 목표입니다.
레이싱 종목이라 지금 하고 있는 파크와는 달리 근력이 필요한데요, 올 7월까지 있는 파크 대회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해요.
요즘은 집 근처 헬스장에서 웨이트 트레이닝 2시간씩 하고 있고요, 평소 파크 연습할 때에 기어비를 높혀서 힘들게 타고 있죠.
그리고 그 다음 아시안게임이 제가 사는 인천에서 하잖아요, 그때 스물다섯이 되는데 꼭 금메달을 따고 싶어요.

꿈이 있다면 뭘까요?
항상 아빠가 든든한 후원자세요.
할머니께서도 대학등록금으로 준비해 주신 돈으로 전지훈련이나 해외대회도 보내주시고 하셨거든요. 꼭 성공해서 다 보답해 드리고 싶어요.
이번에 코리아익스트림바이크연맹도 생기고 해서 아무래도 정보차원이나 지원이 좋아 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어요.
결국은 자전거를 계속 타고 싶은데요, 기회가 되면 자전거 관련해서 여성용 쪽으로 디자인 같은 것도 해보고 싶고요, 아이들에게 BMX를 가르치는 코치도 되고 싶어요.
무엇보다 사람들이 BMX한다고 하면 여러 가지 설명 안 해도 바로 알았으면 좋겠어요.ㅎㅎ
그러려면 제가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 많이 내야겠지요?

나에게 자전거는 000이다.(바이크매거진 공식질문이죠? ^^)
자전거는 빵빵빵이다.ㅎㅎㅎ(양손으로 권총쏘는 흉내까지 내며, 아직 어린 친구라 역시 장난끼 가득~ㅎㅎ)
자전거는 아주 특별한 친구에요. 제 인생을 더 재미있게 해주는 그런 친구.
이름도 붙였어요. 처음 탄 친구는 '똘이'였어요. 자전거가 똘똘해야 해서 똘이라고 지었었는데요.두번째 자전거는 뭘로 할까 고민 하다가 '똘똘이'로 지었어요.ㅎㅎ
이번에 대만에서 스폰받은 베어스바이크는 보라색이라고 해서 '보라돌이'로 할까 하고 있어요.
너무 재래식인가요? ㅎㅎ


아직 어리다는 건 가능성이 그 만큼 있다는 것이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신감으로 박민이 선수가 BMX 세계 1위 여성 라이더로 우뚝 서길 바라며, 또한 그녀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BMX하면 바로 알아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따고 싶다는 박민이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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