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자의 한가한 제주 자전거여행 #1, 준비하기
에디터 : 정혜인 기자
지난 4월 국토종주를 다녀왔던 필자에게 가장 크게 남는 후회는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단순히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전거로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흥미거리였고, 3박 4일 동안 먹고 자는 시간 외에 끊임없이 달려서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거리와 가보지 않은, 경험해보지 않은 길을 자전거로 완주하겠다는 도전의식과 의지, 모험심으로 가득했다.
생각하지 못했던 도전 결과에 개인적으로 대단한 자부심과 성취감은 있었지만, 뭔가 형언할 수 없는 아쉬움과 공허함이 그 속을 깊게 파고 들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지난 국토종주길에서의 자전거 여행은 시간과의 싸움이었다면, 이번 제주 여행길은 여유가 될 것이다.


한가한 제주 자전거 여행은, '힐사이클링(Healing+cycling)'이다.

놓치고 있었던 것, 그것은 바로 여유였다. 그래서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진짜 자전거로 여행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많은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국토종주 길 내내 지천이었지만, 제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해야 한다는 시간에 쫓겨 아무 것도 누리지 못했던 것이다.
즐겁게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하고, 여행과 모험을, 도시보다 자연을, 복잡한 것 보다 단순한 것을 좋아하는 필자가 추구하는 것은, 그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힐사이클링(Healing+cycling)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모험과 도전, 힐링과 자전거를 함께 즐기기 위한 코스를 까다롭게 선별하고 준비했다.
도전적인 업힐과 다운힐 코스에서의 모험 라이딩, 영화 속 멋진 풍경 속에서 힐링 라이딩, 특별한 곳에서의 쉼을 즐기는 여유 라이딩 등으로 알찬 4박 5일을 계획했다.

서두르지 않는 4일간의 힐사이클링을 계획했다.


건강한 여행을 위한 사전 준비, 근육 테이핑

지난 국토종주 여행으로 가장 힘들었던 것이 있다면, 무릎통증이다.
지금까지도 통증이 완화되지 않아, 이번 제주 여행이 조금 걱정될 정도다.
가장 걱정되는 무릎과 만성이 되버린 손목의 관절 손상을 줄이기 위해 전문적으로 테이핑과 마사지를 통해 근육을 관리하고 있는 박헌민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아 여행 당시는 물론, 여행 후에도 근력과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근육 테이핑 방식을 배웠다.

박헌민 트레이너는 전반적인 근육을 풀어주면서 현재 문제가 되는 근육과 관절 부분을 먼저 짚어보고, 목적에 따라 사용하게 될 근육과 관절의 흐름 및 움직임을 예상해 치료와 예방을 위한 마사지와 테이핑을 함께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여행에서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니, 기본적인 자가 테이핑 방법과 적절한 피로회복법에 대해 도움을 받았다.
또 테잎은 전날 미리 붙여놓는 것이 아니라, 필요시마다 붙이고 운동이 끝난 후에 바로 제거하여, 근육이 테이핑에 의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주의를 주었다.

무릎 테이핑을 할 때는 근육을 충분히 잡아줄 수 있도록 넉넉한 길이를 사용하고 무릎을 세운 상태에서 테이핑 하는 것이 좋다.

통증을 느끼는 무릎을 위한 자가 테이핑 기본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첫번째 테잎 - 무릎 아래부분에서 위쪽 허벅지 안쪽 방향으로 붙이는데 시작점에서만 약 5% 팽창시켜 위로 갈수록 부드럽게 부착시킨다.

두번째 테잎 - 무릎에서 약 15cm 위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붙이고, 중간에서만 5%정도 팽창시킨다.

세번째 테잎 - 무릎 슬개골 아래 인대가 있는 부위 중앙에 약 20% 팽창시킨 테잎을 먼저 대고, 양옆으로 부드럽게 붙인다. 

이와같은 3가지 테이핑은 근육 피로에 의한 무릎 통증에 효과가 좋고, 더 이상의 테이핑을 받을 때는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것이 좋다.


필자의 경우, 손목의 복숭아뼈쪽 관절이 좋지 않다. 손목을 위한 테이핑 기본 요령을 배웠다.
이는 위아래가 아닌, 좌우의 움직임이 불편한 경우를 위한 테이핑 방법이다.

손목을 아래로 향하게 하고, 손목 위로는 두줄이 되게 하여 사진과 같이 붙여, 손목의 움직임을 지지하는 근육을 전반적으로 잡아주는 것이 좋다.

평소에 무릎을 위한 마사지 방법으로 아킬레스건 위쪽을 사진과 같이 눌려준다.

손목에서 손바닥 면적만큼 떨어진 부근을 자주 눌러주는 것이 손목 관절에 좋다고 한다.


여행을 위한 회복 - 반신욕으로 풀자.

여행 후 근육의 피로를 풀어주는 것이 여행을 하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 듯이 회복의 방법도 다양하다. 박헌민 트레이너는 욕조에 배꼽아래로 따뜻한 물을 채워 반신욕 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 
소요시간은 상반신에 땀이 날때까지(약 15분) 하고, 손은 물에 담그지 않는 것이 좋아야 더 오래 반신욕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또 반신욕 하는 동안 시원한 물을 조금씩 마셔주거나, 얼음을 하나 입에 물고 하는 것이 상하로 흐르는 임맥과 독맥의 순환 연결에 좋다고 덧붙였다. 
또한, 반신욕 전후로는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이 피로 및 근육 회복에 좋다고 추천했다.


캐주얼한 준비물 'R U Ready?'

자전거 여행이 세 번째인지라, 여행 준비가 많이 수월해졌다.
불필요한 것은 과감히 포기하고, 꼭 필요한 것만 챙기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지만, 경험과 예측을 바탕으로 준비했다. 뻔한 준비물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번 힐사이클링의 컨셉에 맞춰 최대한 편하게, 그리고 최대 효과를 위한 최소 준비물을 지극히 사적인 판단과 성향으로 선택했다.

자전거 - 이번에는 투어링 바이크다.

그 간의 여행에서는 미니벨로, 전기자전거를 선택했다면, 이번에는 '자전거 여행'하면 가장 먼저 떠오를 수밖에 없는 투어링 바이크를 선택했다.
내구성과 승차감이 좋은 크로몰리 프레임에 29인치 휠, 거친 노면도 문제없는 MTB 타이어, 여행에 맞추어진 드롭바, 높은 헤드튜브, 짧은 스템과 탑튜브유효길이 등의 특징을 갖춘 여행 전문 자전거이다.
제품은 스페셜라이즈드 에이월x폴러스터프(AWOL x PoLeR STUFF) 모델이며, 기본 조건에 포장된 업힐 코스를 좀 더 완만히 오를 수 있도록 타이어를 교체하고, 엉덩이 통증을 줄이기 위해 자신에게 맞는 안장으로 교체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필자가 이번에 선택한 자전거는 여행이라는 특성에 적합한 투어링 바이크이다.
<제품명 : 스페셜라이즈드 에이월 x 폴러스터프(AWOL x PoLeR STUFF)> 

좀 더 편안한 라이딩을 위해 필자에게 적합한 여성용 젤타입 안장으로 교체했다.

신발 - 라이딩 및 일상 생활이 가능한 클릿 슈즈

신발은 편하게 신고 다닐 수 있는 피트니스 스타일의 MTB 클릿 슈즈를 준비했다.
자전거를 잘 타기 위해 클릿 슈즈를 선택한다지만, 여행의 특성상 안장에서 내려 걷게 될 일도 있다. 걸어 다닐 때를 대비한 또 다른 신발을 들고 다니기가 번거롭기 때문에 워킹화 기능까지 갖추고 있는 신발을 선택했다.
발이 불편하면 여행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발볼과 발바닥에 누적되는 피로감을 최대한 피하기 위한 형태와 소재의 기능이 중요하다.
게다가 가볍고, 통풍효과까지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라이딩과 여행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클릿 슈즈지만, 워킹화로도 손색하는 형태와 기능성을 가진 신발을 선택했다.
<제품명 : 카데트(Cadette)>

선글라스 - 어떤 날씨에도 사용 가능한 변색 렌즈

주행 중 예상치 못한 위험요소는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 형태가 있는 사물은 물론, 형태는 없지만 사물의 구분을 방해하는 강한 UV로 인한 난반사도 큰 장애물이 된다.
더불어 몸의 열과 외부 온도차에 의해 쉽게 발생하는 습기로 시야로 가리지 않게 하기 위한 안티포크 기능도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필요한 코 받침대 조절 기능이 포함된 사이클 선글라스로 볼레의 식스센스를 선택했다.
볼레 식스센스는 자외선 양에 따라 빛 투과율이 바뀌는 변색 렌즈를 채택하여, 어떤 날씨에도 하나의 선글라스로 사용 가능하다는 것이 또 하나의 특징이다.

UV 지수에 따라 색이 변하는 변색렌즈의 볼레 식스센스를 선택했다.
<제품명 : 볼레 식스센스>

활력적인 여행을 위한 스포츠 영양 보충식품

건강하게 여행하는 방법 중 하나는, 잘 먹고 체력관리를 잘 하는 것이다.
특히 스포츠와 여행이 만난 자전거 여행의 특성 상, 일반적인 여행보다는 체력보충에 따른 충분한 영양섭취가 필수적이다. 평소보다 관절 소모와 근육 운동량이 많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려면 음식물 만으로는 무리가 있다.
뉴트리션 제품들이 굳이 필요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던 국토종주 여행 때, 오히려 준비를 충분히 해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깊게 남아 다른 짐을 포기하더라도 충분히 챙겨가기로 했다.
운동 전과 후, 그리고 중간에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함으로써, 지방을 효율적으로 연소시키고, 근력 보강과 동시에 근 손실을 최소화시킨다. 무엇보다 다음날, 엉덩이부터 허벅지, 등과 어깨, 팔까지 근육이 뭉쳐 통증을 잘 느끼는 필자에게 효과적이다.
여행 내내 체력을 바닥내고 다닐 수는 없을 뿐 아니라, 여행이 끝나고 난 후에도 건강을 이어가기 위해 천연재료로 만든 스포츠 뉴트리션 제품을 내 몸에 투자하기로 했다.

<제품 : 코오롱제약 스포츠 뉴트리션> 
이미 국토종주 여행에서 스포츠 뉴트리션 효과를 톡톡히 본 필자는 이번에도 포기할 수 없는 품목이다.
다만, 당시와 다른 점은 수분과 전해질, 아미노산을 채워주는 리얼에너지워터와 비타민제를 추가한 것이다.  

공구는 가볍게 준비하기

여행에 필요한 공구는 많지만, 사람 구경하기 힘든 대륙 횡단을 여행할 것이 아니기에 최소한의 공구만 준비했다. 튜브를 교체하거나, 펑크를 때우는 법 정도 익혀가는 것이 좋으며, 그에 따른 여분의 튜브와 타이어 레버, 미니 육각렌치, 미니 펌프, 펑크 패치를 챙겨가길 권한다.
이번 여행은 준비해둔 공구를 직접 사용하기보다 제주도에 구축돼 있는 자전거 관련 서비스를 십분 활용하는 방법도 다음 기사를 통해 소개하겠다.

펑크 때우고, 튜브 교체 하는 것쯤은 익혀두는 것이 좋다.
주변에 알려줄 사람이 없다면, 타고 갈 자전거를 가지고 전문샵을 찾아가길 권한다.

집나가면 고생, 안전 준비는 필수

업힐과 다운힐 코스가 생각보다 위협적인 것을 생각해서 헬멧과 장갑을 꼭 챙기자.
야간 라이딩은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여행은 항상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전조등과 후미등을 준비.
야간 활동 또는 자전거 전조등 대용이 될만한 손전등도 필요하다.
주행 중에 울리는 전화벨을 무시하지 못하고 주머니를 뒤진다면, 이미 WELCOME TO HELL, 휴대폰 거치대와 이어폰 준비.
제주의 바닷바람과 예상치 못한 비에 눈물까지 젖고 싶지 않다면, 방수용 바람막이 점퍼도 필수다.
자전거 여행정도 한다면 영광의 상처와 통증 정도 남길 터, 상비약등을 안전 필수품으로 준비했다.

안전 여행이 되기 위한 챙기고 싶은 아이템들이 많지만, 최소한으로 최대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으로 준비했다.


짐 넣기, 투어링 짐에도 적정량이 있다

자전거에 짐을 실을 공간은 많다. 짐이 많다면 트레일러를 달거나, 앞과 뒤에 랙(짐받이)을 설치하면 4개의 패니어를 걸 수 있다. 그리고, 각각의 랙 위에 트렁크 가방 하나씩 장착하고, 핸들바와 안장까지 전용 가방으로 자전거를 완전 방어할 수 있다.
그러나 항상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무게.
가방이 크고 많아지면 그만큼 내용물도 채워야 한다는 심리상태에서 미리 벗어나기 위해 짧은 일정에 맞는 앞 패니어 2개와 앞 트렁크백, 안장가방 하나를 선택했다.

자전거여행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랙의 적재량을 앞쪽 랙은 10~15kg, 뒤쪽 랙은 20~25kg를 적정기준으로 두고 있다.

스페셜라이즈드 컨셉스토어 구앤키의 박재완 과장은 "여행 기간과 환경에 따라 50kg 이상의 무게를 싣고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도 꽤 있다. 안전한 주행을 위해 무게가 무거울 수록 제대로 분배해서 싣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무게에 따른 배분법을 일러주었다. 

필자는 4박 5일 일정에 맞춰 3가지 가방을 준비했다.
앞 패니어 2개, 크기가 넉넉한 안장가방 1개와 자전거용 트렁크 백은 아니지만, 카메라가방과 아이스박스 겸용으로 사용가능한 가방을 앞쪽 랙 위에 장착할 계획이다. 

- 15kg or 25L 미만인 경우
이 기준치 이하의 양이나 부피인 경우, 앞과 뒤 랙 중 한 곳에만 랙을 장착해 짐을 실어도 부담이 적다. 특히 앞쪽이 뒤쪽보다 무게 중심이 낮고,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므로, 앞쪽에 패니어 2개와 핸들바 백을 장착해 짐을 분산시키는 것을 권한다.

- 25kg or 50L 이상인 경우
앞과 뒤 모두 패니어를 장착할 것을 권하며, 뒤 쪽에는 랙 대신 트레일러를 사용해도 좋다.
중량 배분은 앞:뒤=3:7 비율이 적당하며, 앞쪽을 먼저 채운 후, 뒤쪽을 싣는 것을 권한다.

- 50kg or 100L 이상인 경우
50kg이 넘는 무게는 주행에 상당한 불편함을 주기 때문에 권하지 않지만, 이 경우에는 앞:뒤=4:6 비율로 짐을 배분해야 어느 한쪽으로의 쏠림이 적다.
이는 대부분의 자전거 지오메트리 설계 비율인 앞:뒤=4.5:5.5의 기준에 맞추는 것이 좋다.


지금쯤 제주 어딘가를 달리고 있을 정기자에게 에너지같은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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