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로드 투어, 헝춘은 항상 봄이다.
에디터 : 박창민 기자


태평양의 색이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에메랄드 빛의 바다가 펼쳐진 해안을 따라 이어진 타이완 헝춘의 도로는 3월에도 이미 많은 로드 라이더들이 라이딩을 즐기고 있었다.

로드와 바다를 즐길 수 있는 곳, 그곳이 타이완의 헝춘이다.

우리나라에서 로드 라이딩을 즐기다 보면 계절적인 문제와 코스에 대한 한계로 열정이 식어 버릴 때가 자주 있다. 겨울이면 너무 춥고, 여름에는 너무 덥고, 멋진 해안 도로를 달리거나 아찔한 업힐을 오르고 싶지만 만만한 코스가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리고, 한번쯤은 해외로 자전거와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은 충동도 '자전거 로드 트립'에 대한 욕구를 끊이지 않게 한다.


타이완 헝춘(恒春)을 가다.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로 2시간이면 갈 수 있는 나라가 타이완(Taiwan, 대만)이다. 그리고, 자전거에 대해 조금 알고 있는 라이더라면 타이완이 전 세계 자전거 생산에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타이완에 대한 생각은 그저 '생산 및 물류'라는 것으로 단정짓고 있는 라이더들이 대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작은 나라임에도 3000m가 넘는 산악 지형과 빼곡한 도로, 그리고 태평양을 향해 열려진 해안가를 따라 이어진 도로를 만나게 된다면 지금까지의 생각은 완전 바뀌게 될 것이다.
지난 해에 타이완의 수도인 타이베이(Taipei)의 도심과 이어진 아찔한 산악 업힐에 대한 이야기에 이어, 이번에는 겨울이 없는 타이완 최남단의 헝춘(Hengchun)의 바닷가 로드 트립을 소개한다.

타이완 섬에서도 가장 남쪽에 위치한 곳이 헝춘이다.
연중 따뜻한 날씨와 산과 바다가 어울어져 다양한 레포츠 발달로 휴양지로 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자전거와 해양 스포츠로 레저와 휴양의 장소가 되다.

헝춘은 타이완의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다. '헝춘(恒春)'이라는 말이 '항상 봄'이라는 뜻인 것처럼 겨울에도 낮기온 15도 이상을 유지하고, 여름에도 습도가 높지 않아서 도시처럼 후덥지근한 더위를 느끼는 곳이 아니다.
이런 날씨와 멋진 경치 덕분에 타이완의 자전거 라이딩 투어가 제일 먼저 발전된 곳이 이곳 헝춘과 화롄을 잇는 동쪽 해안이기도 하다.
그리고, 해수욕장 뿐 아니라 파도가 일정하게 만들어지는 지역까지 있어서 '서핑'을 즐기는 젊은 서퍼들이 해외에서도 종종 헝춘을 찾아 서핑을 하곤 한다.
이런 이유에서 헝춘은 날씨 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로 붐비며 '항상 봄'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레포츠와 밤문화가 공존하는 곳이기도 하다.

헝춘의 도로를 달리다 보면 자전거 여행을 하는 라이더를 정말 자주 만날 수 있다.

자전거와 스쿠터가 다닐 수 있는 차선이 분리된 곳이 많고, 차량 통행이 적어서 라이딩을 즐기기에 좋다.

타이완 일주 여행을 하고 있던 라이더도 자주 만나게 된다.

서핑을 할 수 있는 바다에서 서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곳은 서퍼들이 숙박하는 호텔부터 공원까지 제법 잘 조성된 편이다.
위치 : https://goo.gl/maps/CEcC478cXfC2

잔잔한 해변에는 물놀이를 나온 여행객도 많다.
3월 날씨치고는 살짝 추운 날이었지만, 물의 온도가 낮지 않아서 수상 스포츠를 즐기는 데에 문제가 없다.


라이딩 코스 계획하기

헝춘은 컨딩(Kenting) 국립공원을 비롯한 마오비토우(Maobitou) 공원, 을룬비(Eluanbi) 공원, 롱판(Longpan) 공원 등의 멋진 자연경관을 갖춘 공원이 있어서, 코스를 만들 때 이런 곳을 이용하면 좋다.

첫번째 코스는 서쪽 해안을 중심으로 마오비토우 공원과 국립해양생물박물관을 연결하는 30km 정도의 코스다. 이 코스는 바닷가길을 왕복으로 이동해도 좋고, 시계반대방향으로 한바퀴 돌아서 오는 코스로 이동해도 좋다. 시원하게 바다를 향해 열려 있는 마오비토우 공원을 보고, 해안가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중간 중간 보이는 바다의 모습과 석양을 함께 즐기는 것도 멋진 추억이 될 것이다.
지도에서 마지막 종점으로 표시한 슈린(Shulin) 로드는 멋진 석양을 볼 수 있는 유명한 장소이기도 하니, 해가 지는 시간에 맞추어 언덕을 올라 그곳에 도착하면 서쪽으로 지는 아름다운 석양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헝춘 서쪽 해안선을 이용한 라이딩 코스 (약 35km)
지도 보기 : https://goo.gl/maps/i2BZw9RmVvq

서쪽의 해안선은 동쪽보다 잔잔하지만, 해변이 발달된 곳은 아니다.

전반적으로 자전거를 타기 좋은 차선이 마련되어, 라이딩이 쉽고 언덕이 적다.

서쪽 해안이니, 석양을 지나칠 수 없다. 오후 라이딩과 함께 하면 멋진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슈린 로드는 멋진 석양으로 유명한 곳인데, 시간을 맞추어 갔지만, 아쉽게도 구름에 가려 해가 지는 마지막 모습을 담지 못했다.

두번째 코스로 추천하는 것은 을룬비 공원에서 시작하여 롱판 공원과 컨딩 국립공원을 지나 돌아오는 약 40km의 라이딩이다.
을룬비 공원은 타이완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등대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등대를 보기 위해서는 자전거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고 입장료를 내야 하지만, 피크닉을 간다는 기분으로 음식을 가지고 들어가 넓게 펼쳐진 초원과 등대를 배경으로 식사를 할 수도 있다.
롱판 공원은 '일출'을 보기 위한 장소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자동차를 가져갔다면 롱판 공원에서 아침 일찍 일출을 본 후, 을룬비 공원 주차장(입장료만 내는 유료 주차)에 주차 후 라이딩을 하는 것도 괜찮다. 롱판 공원에도 주차를 할 수 있지만 간이 주차 시설이어서 장시간 주차하기에는 조금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도중에 만날 수 있는 컨딩 국립공원은 빼어난 산의 형태와 함께 유명한 지형이다. 해안 도로만을 달리는 것이 조금 쉽다고 생각되는 라이더라면, 컨딩 국립공원 입구의 도로를 따라 약 5km의 업힐과 산악 지형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컨딩 국립공원 입구에서 1km 정도 남쪽으로 이동하면 래빗래빗 바이커바이트(Rabit Rabit Biker Bite) 햄버거 전문점을 만날 수 있는데, 외국인이 자주 찾는 식당이어서 영어로 된 메뉴판 뿐 아니라 영어를 할 수 있는 직원들이 상주한 곳이다. 물론 버거의 맛과 양도 일품이다.

헝춘의 동쪽 해안과 컨딩 국립공원을 잇는 라이딩 코스 (약 40km)
지도 보기 : https://goo.gl/maps/4ojs2g4TCBL2

컨딩 국립공원의 5km 업힐 코스를 즐기고 싶다면 공원입구로 들어가는 코스로 만들어도 좋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꼭 가봐야 할 식당 중에 하나인 래빗래빗 바이커바이트(Rabit Rabit Bike Bike)를 돌아간다는 것인데, 내려와서 1.5km 정도 이동하면 되니 점심 식사로 매우 적당한 곳이다.
지도 보기 : https://goo.gl/maps/ej1gziPon6D2

라이딩 시작점은 타이완 가장 남쪽에 위치한 을룬비 등대가 있는 공원을 잡았다.

이 등대에서 컨딩의 독특한 산세가 눈에 띈다.

이쪽의 코스는 석회암을 기반으로 한 멋진 해안절벽과 해변으로 유명하다.

아침 일출로 유명한 롱판 파크로 빠져 비포장 길을 잠시 즐기는 것도 재밌다.


아침 일찍 찾아와 롱판 파크에서 본 일출.

동쪽 해안은 탁 트인 로드를 만날 수 있어서, 시원한 라이딩으로 이어진다.

뭐, 이런 경치를 자주 만나게 된다는 말이다.

서핑으로 유명한 차샨 로드(Chashan Rd)로 들어가면, 멋진 바위들과 바다가 만나는 곳을 볼 수 있다.

서퍼들을 자주 만나다보니, 마치 먼 해외에 온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라이딩 중 식사로 가장 추천할 만한 래빗래빗 바이커바이트.
카페 체인점이지만, 지역에 따라 햄버거와 같은 식사 메뉴로 발달된 곳도 있다.

외국인이 자주 찾는 곳이기에 영어 메뉴 뿐 아니라 영어를 하는 직원들도 있고, 푸짐한 양에 비해 6000~8000원 사이의 가격도 만족스럽다.

먹음직스런 버거를 식사로 주문했다.

컨딩의 산악 업힐 코스를 즐기고 싶다면, 국립공원 입구 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5km 정도 업힐로 이어진 이 길은, 정상에 거의 왔을 무렵 이탈리안 스타일(?)의 버거를 파는 푸드 트럭을 만났다.

업힐 정상.

내려가는 길은 올라왔던 쪽보다 경사가 훨씬 센 편이다. 이쪽으로 올라오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컨딩 국립공원 입구는 이 지역의 중심지 중에 하나로, 밤에 야시장이 열린다.

도로를 따라 약 300m의 야시장이 열리며, 낮에는 보지 못했던 음식과 풍경이 펼쳐진다.

이번 여행이 버거 시리즈가 된 것은, 마지막 야시장의 아이스크림 버거로 저녁을 해결했기 때문이다.

오징어 구이는 야식으로...

세번째 추천 코스는 헝춘을 벗어나서 북쪽으로 이동한 곳이다. '만저우', '무단', '처청' 지역을 통과하는 이 코스는 산악 지형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업힐을 충분히 즐길 수 있고, 동쪽 해안을 만나는 곳에서 산으로 오르는 코스는 이미 로드 라이더들에게 멋진 경치와 코스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이 코스는 1박2일이라는 짧은 시간 때문에 직접 가 보지는 못해 아쉬웠다.

헝춘을 벗어나 산악 지형을 즐기고 싶다면, 이 코스도 추천한다.
지도 보기 : https://goo.gl/maps/tbdEcHiz6Gk


더 트리 B&B, 헝춘 라이딩을 더욱 즐겁게 한 호텔

헝춘은 컨딩을 중심으로 정말 많고 다양한 숙박 시설이 즐비해 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는 라이더들에게는 조금 더 공간적인 여유가 있는 장소가 필요한데, 그래서 선택한 호텔이 '더 트리 B&B(The Tree B&B)'였다.
이곳은 이번에 소개한 코스 첫번째와 두번째에 모두 연결되기 쉬운 장소이기도 하며, B&B(Bed & Breakfast, 민박)라는 특징이 잘 표현된 곳이다. 3층으로 지어진 주택은 주인이 직접 살고 있는 곳이며, 주인인 벤자민(Benjamin)의 목공 실력으로 집과 인테리어의 완성도도 높은 편이다.
아침 식사도 주방에서 직접 조리하여 1인분씩 서빙되어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을 수 있다.
그래도 가장 좋은 점은, 널찍한 마당 때문이다. 자전거를 타고 들어와서 마당에 세워두고 잠시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정비 작업을 하기에도 충분한 공간이어서, 밝은 햇살 아래 자전거 조립과 같은 작업을 하는 것도 편리하다.

이번 헝춘 로드 트립의 숙박지로 결정한 더 트리 B&B.

멋진 주택에 손님으로 온 것같은 기분이 느껴지는 곳이다.

화단의 꽃들을 감상할 수 있을 만큼 널직한 마당이 자전거 라이더들에게는 참 편리하다.


교통 수단, 어떻게 이동하면 될까?

타이완은 북쪽에 위치한 타이베이에서 남쪽에 위치한 헝춘까지 약 450km 거리다. 대중 교통 수단은 '버스'와 'HSR'이 대표적인데, 고속철도인 HSR은 가오슝(Kaoshung)까지 2시간 30분 정도면 갈 수 있다. 가오슝에서 버스를 타고 헝춘까지 이동할 수 있는데, 자전거라는 큰 짐을 싣고 다니기에는 워낙 번거로운 일이기도 하다.
조금 더 쉬운 방법은 비행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헝춘공항(Hengchun airport)이 있어서, 그곳에서 택시로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필자가 선택한 방법은 렌트카였다.
타이완에서 렌트카를 이용하는 것이 그다지 편리하지 않고, 표지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있어서 기존까지는 렌트카를 활용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워낙 여러곳을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렌트카를 선택했고, 나름 탁월한 선택이라는 결론이다.
일단 타이완은 휘발유가 매우 저렴한 편이다. 1리터에 약 900원 정도이며, 일본 차량을 렌트하면 연비가 뛰어나서 큰 비용 걱정 없이 다닐 수 있다. 그리고, 고속도로 통행료는 렌트비에 모두 포함되며, 자동으로 통행료를 계산하는 e-Tag이 창문에 부착되어 있다.
운전할 때 주의사항은 아래와 같다.
1. 과속 주의 : 고속도로를 다니는 모든 차량은 e-Tag이 부착되어 있기 때문에 과속 단속이 매우 쉽다.
2. 빨간신호에서 우회전도 금지 : 교차로 빨간신호에서는 우회전도 금지되어 있다.
3. 스쿠터 주의 : 도심에서는 스쿠터가 차량 주위로 수시로 다닌다. 갑작스러운 차선 변경과 회전은 위험하다.
4. 휘발유 종류 확인 : 주유소에 3가지 종류 휘발유가 있다. 렌트를 하기 전 어떤 휘발유를 넣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5. 내비게이션은 구글맵 또는 애플맵 사용 : 렌트 시 GPS를 추가로 빌리는 것보다 데이터 로밍 또는 휴대용 와이파이를 이용하여 스마트폰 구글맵 또는 아이폰의 애플맵의 내비게이션 기능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이렇게 해야 우리말로 안내하는 내비게이션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6. 렌트카 서비스 : 차이리스오토(Chailease Auto) 렌트카 회사가 가장 대표적인 곳 중에 하나여서 비교적 안심하고 렌트할 수 있다. 필자는 가격이 저렴한 VIP렌트카를 이용하였는데, 예상보다 영어를 잘 하는 직원 때문에 편하고 저렴하게 렌트카를 이용할 수 있었다.
VIP렌트카 : http://www.vipcar.com.tw/ 
차이리스 오토 : https://www.rentalcar.com.tw/


타이완에서 로드바이크가 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로드 코스와 함께 수준 높은 대회, 그리고 라이딩 클럽이 활성화되며 풍성한 로드바이크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곳으로 발전하고 있다.
가까우면서도 왠지 여행과는 거리감이 느껴졌던 타이완이지만,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로드바이크 트립'으로 매우 매력적인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올해는 먹거리가 풍성하고 라이딩 코스까지 풍성한 타이완 로드 트립 계획을 한번 세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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